이영희
아무런 장식 없이 흰 카펫만 깔려있는 무대. 뒤쪽으로 LEE YOUNG HEE란 영문 이름이 얼핏 보이는 심플한 무대는 흰 화선지에 그려질 한복의 실루엣과 색채에만 주목해 달라는 디자이너 이영희의 속삭임인 듯 했다. 이 날의 쇼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석과 긴 준비 시간이 필요했던 이영희 패션쇼는 최근 사극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한복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를 반영하는 듯 했다.
쇼가 시작되고 묘한 흥분을 주는 음악과 함께 오렌지 색 한복을 입은 모델이 우아하고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풍성한 치맛자락과 자수 장식, 한 쪽 팔은 손등을 덮고 다른 한 쪽은 소매단이 없는 비대칭 스타일의 옷이었다. 모델이 걸을 때마다 선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매력에 넋을 잃을 무렵, 백스테이지로 들어갈 것만 같던 모델이 옷을 벗었고 투피스 팬츠 정장이 나왔다. 한복의 럭셔리하고 드레시한 아름다움에 취해 미니멀한 스타일을 생각치 못한 관객들에게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인상적인 오프닝 여운이 가실 즈음 화이트, 베이지에 옐로, 그린과 같이 봄내음 가득한 컬러가 어우러진 옷들이 이어졌다.‘혜원 신윤복을 비롯한 전통 그림 속 여인들의 삶과 한국적 미감이 이번 컬렉션의 모...more
아무런 장식 없이 흰 카펫만 깔려있는 무대. 뒤쪽으로 LEE YOUNG HEE란 영문 이름이 얼핏 보이는 심플한 무대는 흰 화선지에 그려질 한복의 실루엣과 색채에만 주목해 달라는 디자이너 이영희의 속삭임인 듯 했다. 이 날의 쇼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석과 긴 준비 시간이 필요했던 이영희 패션쇼는 최근 사극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한복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를 반영하는 듯 했다.
쇼가 시작되고 묘한 흥분을 주는 음악과 함께 오렌지 색 한복을 입은 모델이 우아하고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풍성한 치맛자락과 자수 장식, 한 쪽 팔은 손등을 덮고 다른 한 쪽은 소매단이 없는 비대칭 스타일의 옷이었다. 모델이 걸을 때마다 선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매력에 넋을 잃을 무렵, 백스테이지로 들어갈 것만 같던 모델이 옷을 벗었고 투피스 팬츠 정장이 나왔다. 한복의 럭셔리하고 드레시한 아름다움에 취해 미니멀한 스타일을 생각치 못한 관객들에게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인상적인 오프닝 여운이 가실 즈음 화이트, 베이지에 옐로, 그린과 같이 봄내음 가득한 컬러가 어우러진 옷들이 이어졌다.‘혜원 신윤복을 비롯한 전통 그림 속 여인들의 삶과 한국적 미감이 이번 컬렉션의 모티프’였다는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한복 치마를 원피스로 재구성하고 허리끈을 내려 묶어 새로운 실루엣을 제시한 옷들은 민화의 한 장면처럼 은은한 멋을 자아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재킷 형식의 저고리와 목선과 어깨선을 드러낸 치마는 시스루의 은근한 섹시미를 선보였다.
패션쇼는 음악이 강렬해지면서 색채감도 짙어졌다. 바이올렛 색 드레스와 미니 스커트가 무대를 메웠다. 다양한 채도의 바이올렛과 그레이, 은은한 골드가 어우러진 세련된 느낌의 옷들은 파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쪽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마치 그리스 여신을 보는 듯 했다. 피날레에 이르자 블랙 드레스가 등장했다. 블랙에 짙은 그린과 그레이가 더해져 중후한 마무리의 느낌을 주었다. 허벅지까지 깊게 파진 다리 선과 동정이 목까지 올라오는 저고리는 기모노, 치파오와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른 한복의 다양한 실루엣을 제안했다. 컬렉션의 테마가 ‘한복, 패션의 거리를 걷다’였기 때문일까? 이번 이영희 컬렉션이 보여준 최고의 미덕은 일상 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원피스, 미니 스커트, 통이 넓은 팬츠, 민소매 셔츠 등 기f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