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국 패션 산업이 당면한 문제는 주력 채널의 노후화에 따른 소비자의 관심 이반, 90년대 비약적 성장으로 패션업계를 주도했던 여성복 업계가 트렌드 종속이라는 쉬운 길을 따라 가다 내팽개쳐버린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야기시킨 차별화 경쟁력 상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글로벌 시장 편입에 따른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의 로컬 시장 진입의 세 가지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유통시장의 리스크 동향
국내 패션시장이 직면한 세 가지 문제가 야기할 결과는 패션인들이 직접 느끼는 것이지만 시장규모는 축소되지 않는데 업종의 피로도는 실제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세계 4대 컨설팅 펌의 하나로 꼽히는 영국에 기반을 둔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최근의 리테일 시장을 열 가지로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우선 소비시장 자체가 2011년을 기점으로 실질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고, 온라인을 비롯한 새로운 유통은 고성장을 유지하는데 비해 전통적 강자인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현저해 졌다는 점을 선정했다. (그림1. 참조)
그림1. 국내 소비시장 성장 추이 |
두 번째로 이러한 소비재 시장의 동향변화는 정부나 지자체의 법적 규제와 준수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세 번째는 경기 둔화의 장기 국면에 따라 기업의 비용통제의 한계와 투입가격의 상승, 네 번째는 전자상거래 등 뉴미디어 시장의 이익 구조가 취약한 점이다. 다섯 번째는 소비자들의 왜곡된 가격 이미지, 여섯 번째는 글로벌 Supply Chain의 혼란, 일곱 번째는 성장세를 멈춘 중국 등 신흥 경제국가들, 여덟 번째는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의 행동변화 대응력 부재, 아홉 번째는 생산 측면에서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 임금 국가들의 노동 환경 변화로 기존의 글로벌 Sourcing 구도 붕괴, 마지막으로 기존 유통업체들의 수익 보전 장치였던 수익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 성장률 취약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림2. EY (Ernst&Young)의 2013유통시장 리스크 예측 |
EY가 제시한 자료의 토픽만 놓고 보아도 한국의 패션시장들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실체가 명확해질 정도로 소비재 시장에 대한 EY의 지적은 패션업계에도 적절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암울한 내용들로 가득 찬 이 자료를 놓고 국내 패션시장과 연관 지어 분석하면 또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새로운 판단은 새로운 채널에서
EY가 제시하고 있는 소비시장의 위험요소를 보면 한국 패션업계가 당면한 위기 요소와 기회 요소가 동시에 드러난다. 위기 요소는 소비시장의 성장 축소를 비롯하여 기존 리테일 채널 및 온라인 등 뉴미디어 채널의 수익구조 부재, 소비자의 왜곡된 가격 이미지 확산을 들 수 있다. 글로벌 SC나 소싱 구도의 붕괴, 업무용 부동산의 투자 가치 하락 등의 요소들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심각한 위기 요소로 대두되겠지만 국내 로컬 패션 기업들에게는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역설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급자 위치에서 수동적 지위로 성장해 온 패션업체들에게 새로운 채널의 룰 메이커를 획득하던지, 동반자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SWOT에 견주어 보편적으로 상품의 공급과 관련된 제반 여건은 우수하지만 시장제어 여건이 약점으로 드러난다. 또 글로벌 브랜드들의 물품 공세를 따라 하면서 상품의 감도마저 떨어져서 패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가 패션성이라고 부르는 신선도를 포기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이것이 한국 패션업계의 현재라고 볼 때, 새로운 채널에서 새로운 상품을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가오는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근린(neighborhood) 채널의 공략이 될 것이다.
◇ 근린의 성공사례는
근린의 중요성은 몇 년 전부터 강조해왔고 업계에서도 인식은 하고 있지만 따라 할만한 룰메이커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저 누군가 먼저 하기만을 기대하면 관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림3. 근린에서 컨버전스를 꾀하는 일본 Lawson의 다양한 점포 모델 |
근린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일본의 CVS(편의점) 체인인 로손(Lawson)의 최근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본다. 로손은 80년대 후반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한국에도 진출했었지만 IMF 이후 롯데의 세븐일레븐에 통합되어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위기를 새로운 컨버전스 모델을 통해서 잘 극복해내고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내에 1만 여 개의 점포, 9%가 넘는 직영 점포망과 함께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400여개의 해외 점포망도 진출했다.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일본의 주요 CVS기업인 로손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편의점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사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근린에서 보여준 컨버전스된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는 것이다. 2000년경부터 기존 CVS모델에 한계를 발견한 로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데 이 결과 2005년 태어난 것이 지금 로손의 핵심 브랜드인 내추럴 로손(Natural Lawson)이다.
내추럴 로손은 시대상을 반영한 자연의 혜택, 결실, 수확이라는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사람들이 이상으로 하는 진정한 삶을 소박하게 전달하는 시·공간과 감정적으로 가까운 터치로 시장에 다가가는 근린 모델을 지향하고 태어났다.
<그림 3>은 도쿄 오모테산도 뒷길에 위치한 내추럴 로손의 점포 사진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간판을 보면 우리에게도 AKB48로 잘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기업인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의 스토어 WE shop과 결합하여 엔터테이너들의 스타일과 각종 자료들을 구입할 수 있는 패션숍이 음반 등을 구입하는 영국계 유통회사 HMV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근린 점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4. 근린에서 컨버전스를 꾀하는 일본 Lawson의 다양한 점포 모델 |
<그림4>는 아오야마 뒷골목에 내추럴 로손과 원래부터 있던 machi caf?라는 커피숍, 도쿄의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레스토랑 체인인 food Krukku와 콜래보레이션한 점포의 사진이다. 이 점포는 Food Relation Network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의 실제 매장으로 좋은 먹거리를 고집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숍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전국의 푸드 공급자들로부터 신선한 야채와 고기 외에도 스탭들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찾아낸 맛집들의 스페셜한 조미료, 유기농 와인이나 즉석에서 정미해주는 쌀 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한다. 인기있는 요리사들의 감수에 의해 태어난 델리 코너 food kurkku DELI 도 있다. 이러한 콜래보레이션 매장은 2012년 이후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확대 중이다.
그림5. 근린에서 컨버전스를 꾀하는 일본 Lawson의 다양한 점포 모델 |
<그림5>는 2012년 로손과 일본의 조제전문 체인 약국인 QOL이 자본제휴를 하면서 2013년에 탄생한 근린형 드럭 CVS 점포이다. QOL은 조제전문 약국 체인의 한계를 로손과 제휴하면서 일반적인 드럭 스토어 체인인 마쓰모토 기요시나 사구라 같은 대형 점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되어 윈윈 구도를 형성했다.
이렇게 로손의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본 결과, 핵심은 새로운 채널로서 근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것과 파고드는 방법으로서 콜래보레이션이나 자본제휴와 같은 결합의 형태를 통해 컨버전스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이 성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로손의 사례는 한국 패션업계에 필요한 새로운 채널과 접근 방법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룰 테이커로 안주하지 말고 룰 브레이커와 룰 메이커를 기다리는 시대에 우리는 진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김묘환 CMG 대표
oldieboy@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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