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수년 전 지금은 전개를 중단한 골프웨어 「아스트라」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을 연구하기로 했다. 당시 삼성패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복종 특성에 맞는 핵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보고서에 실린 복종별 핵심 경쟁력은 이렇다.
여성복은 샤넬이나 베르사체 같은 디자이너가 있어야 하고, 남성복은 장인 수준의 생산력을 지녀야 하며, 캐주얼은 시스템과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포츠는 타이거우즈와 같은 흡입력 있는 스타가, 골프웨어에게는 전통과 역사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 결과가 과연 현재 패션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조사 당시만 해도 전세계 여성복 시장은 여전히 샤넬이나 프라다, 루이뷔통 등이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 여성복 시장은 디자이너를 앞세운 이들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시스템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자라와 H&M과 같은 매스밸류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합리적 가치를 제안하는 매스밸류 시장 성장과 캐주얼 라이프 확산으로 패션사업에도 갈수록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경영의 시대에 접어들어 감에 따라 패션사업도 더 이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감성만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감성에만 의존하는 사업 전개방식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경고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강한 패션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도구
지속 성장을 이어가는 강한 회사는 사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사람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기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통의 아가방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시스템보다 인간관계로 기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러한 사업 방식에 한계가 온 것. 사람 관리가 어려워지자 부정도 개입되기 시작했다. 결국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2005년부터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이나 신규 사업 진출을 자제하고, 대신에 구매 생산 영업 상품기획 방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아가방은 지난해 매출액 1200억원에, 영업이익 109억원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나 늘었다.
아가방은 최근에도 재고의 효율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업무 혁신을 위해 모든 업무 과정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하는 내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일 마케팅 과장은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본사와 제조 현장, 유통 현장이 모두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이용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시스템 혁신은 상향식으로
강한 회사의 시스템 혁신은 상향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리얼컴퍼니는 2005년 소비자 클레임으로 인한 비용 지출이 연간 27억 원이나 발생했다. 이에 ‘검사원 시스템’이란 것을 도입했다. 이후 소비자 클레임으로 인한 비용 지불이 ‘0’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냈다. 리얼컴퍼니의 이 ‘검사원 시스템’은 한 실무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사례는 또 있다. 아동복 「트윈키즈」를 운영하고 있는 참존어패럴은 아동복 브랜드로는 쉽지 않은 1억원대 매장을 지난해 두 곳이나 만들어냈다. 이 1억원대 매장 탄생은 이 회사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한 ‘1억원 매장 만들기 프로젝트’ 때문. 이 프로젝트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경쟁 브랜드와 비교 분석한 후 영업정책을 세우고, 이를 일별 주간별 프로모션 계획으로 실천하고,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시스템화돼 진행되고 있다.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프로젝트도 영업부의 한 신입사원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상향식 시스템 혁신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업무현장에서 적용이 용이하기때문에, 업무 성과를 올리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복된 시행착오 방지…생산성 향상에 기여
시스템은 반복된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고, 구성원들이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랜드는 생산과 디자이너 사이에 오랫동안 갈등 요인이 돼 오던 일이 있다. 디자인 작업지시서에 필요한 소재 샘플을 오려서 붙이는 작업이다. 서로간 명확한 의사소통과 업무진행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또 시급한 일이지만 단순 작업이라 ‘생산은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는 생산에’ 서로 미루는 일이었다. 때문에 디자이너가 힘이 있으면 생산에서, 생산이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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