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패션업계는 「지오다노」 「마루」 「TBJ」로 대표되는 이지캐주얼 시장이 부각되면서 연간 성장률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스타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은 ‘대박’을 꿈꾸는 수많은 아류 브랜드들을 만들어냈고 이 가운데 일부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 흐름에 편승해 성공의 문턱까지 가는 듯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캐주얼 시장의 고속 성장은 끝을 보이기 시작했고 경쟁력이 부족한 수많은 브랜드들이 속속 시장에서 멀어져갔다.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데다 매스밸류 바람이 다른 복종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소비시장이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이 시장에 뛰어든 패션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있었다. 패션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수익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지식과 준비, 기업을 성숙하게 이끄는 비전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국내 패션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스타연예인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던 시절은 끝난지 오래다. 경영자들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대박을 낼까’에서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남을까’로 옮겨졌다.
전문가들은 “기업환경은 갈수록 극심하게 변화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은 더욱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지속성장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투자는 가장 중요한 기업활동의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당장의 수익보다는 ‘지속성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통해 기업의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현재 세계 50여개국 800개 기업들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에는 아예 ‘다우존스지속성장지수’라는 주가지수가 있어 이 지수를 기업 투자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대박’보다 지속성장성에 초점 맞춰야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업의 지속성장성에 대한 관심이 아직 미진한 상태다. 2006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기업이 아직 11개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패션 유통업계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패션 유통업계에서는 마리오 아웃렛과 여성 니트 브랜드 「까르뜨」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오만 유일하게 지난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을 뿐이다.
이제 패션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들 중 지속성장성에 무관심하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국내 증시에 끼치는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변화해야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준이 바로 지속성장성이 된 것이다.
홍성열 마리오 회장은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패션기업들의 특성상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지속성장가능성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국내 패션 업체들에게 더욱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이 수익에 우선한다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패션 기업이다. 이 두 기업의 태동과 성장, 현재의 위치, 경쟁력을 살펴보면 이들이 어떻게 해서 꾸준히 수익을 내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들은 우선 ‘지킬 것은 지키는 회사’로 통한다. 당장의 수익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기보다 모든 일을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뜻이다.
이랜드는 업무의 투명성 확보와 지속적인 시행을 위해 그룹 홈페이지 내에 ‘소리함’을 운영하고 있다. 소리함에 등록된 내용은 보안과 안전 검사를 거쳐 주관부서로 연결되어 부당한 관행이나 근무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거래처 직원들에게 설문엽서를 발송해 각 사업부를 평가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 거래처가 담당부서를 평가하게 하는 ‘역평가 제도’는 시행초기 진통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효과와 의미에 대해 직원들이 모두 긍정하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는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깨끗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을 경영 원칙으로 정해 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업 공개를 하고 성공적인 주식 시장 상장을 이루어낸 것도 이런 원칙을 지키며 경영을 펴 온 것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베이직하우스에 3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한 것은 결국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성에 더욱 큰 평가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슈페리어는 ‘좋은 협력업체에게는 좋은 대우를 한다’는 원칙하에 창업이래 줄곧 현금거래를 해오고 있다. 창업이후 25년동안 슈페리어가 소비자로부터 브랜드보다 품질력으로 더 인정받는 이유도 이러한 원칙이 따른 것. 협력업체에서도 이런 슈페리어의 원칙에 부응해 납품하는 상품을 한번이라도 더 챙겼기에 가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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