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전래동화를 떠올릴 때 호랑이라는 무서운 존재와 나무꾼이라는 성실한 사람이 기억난다면 적어도 70년대 이전에 출생한 사람이고,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리는 호빵 같이 생긴 기차가 철길이 끊기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가슴을 조였다면 그는 20대 초반을 넘지 않은 소위 신세대라 말할 수 있겠다.
어른들을 졸라대며 ‘재미있는 이야기’에 눈을 말똥거리는 아이들도, 친구가 맘에 들지 않는 며느리를 보게 생겼다며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는 아줌마들도 모두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들이다. 이야기로 전해지는 인류의 역사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현재의 사람들 모두 이야기를 듣고 또 생산하며 살고 있다.
‘긍지 소비’를 이끈 더바디샵·파타고니아
전 세계 2000개에 가까운 유통망을 보유한 ‘더바디샵(The Body Shop)은 자연주의를 주창하던 한 여성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에 의해 1976년에 설립되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발견한 천연 제품을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고 바디 제품을 내 놓으며, ‘화려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던 아니타 로딕은 기업의 모토를 환경과 자연, 사람을 위한 기업으로 내걸었다.
그의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을 존중하고자 했던 정신은 다양한 캠페인으로 이어졌으며, 이 중 AAT(Against Animal Testing) 운동과 ‘더바디샵 커뮤니티 트레이드’는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꾸준히 감동시키고 있다.
아니타 로딕의 이야기는 ‘영적인 비즈니스’라는 책으로도 발간되었으며, 바디샵의 홈페이지와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스토리 텔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스토리 텔링의 결과는 2007년 아니타 로딕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여전히 기업의 정신과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를 모르는 고객도 이 곳 제품을 사용하며 마치 환경운동가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작게는 자신의 몸을 위해 양질의 천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한 기업의 스토리는 그 기업의 정신을 붙들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고객들의 ‘긍지 소비’를 자극하게 한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프로그램과 친환경 소재로 소비자에게 자부심을 판매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 지대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지역 피츠로이산에 대한 동경과 도전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현 시대의 자연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산화 탄소와 쓰레기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활용 소재 활용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또 헌 옷을 수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재생된 폴리에스테르는 천연 폴리에스테르에 비해 비용과 수고가 더 필요하지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 제품보다 고가인 재생 제품을 구매하며 긍지 소비를 하고 있으며, 이는 주변의 산악인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전파되고 있다. 지금도 매장에는 CTR(Common threads recycling program) 박스가 비치되어 있다. 헌 제품을 이 박스에 넣는 소비자들은 재생되어져 나올 옷을 기대할 뿐 아니라 지구를 위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재생산 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의 ‘Just do it’ 한국의 ‘해봤어?’
나이키를 설립한 빌 바워만(Bill Bowerman)은 오리건 대학 육상 코치 시절 학생들의 운동화를 가볍게 하기 위해 와플 팬을 선택했다. 그는 아내가 만들어주는 와플을 보고 운동화 밑창을 떠올렸고, 곧바로 매일 아침 만들어 먹는 와플 팬에 라텍스를 부어 신발 밑창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나이키의 철학으로 남아 전 세계 운동선수들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 공급으로 회사의 기준을 세웠다. 이 회사가 광고 카피로 사용한 ‘Just do it!’은 소비자에게 ‘일단 운동을 시작해 보세요’라는 의미와 함께 나이키 직원들의 창의력과 열정에 대한 격려의 말로도 쓰이고 있다. 안팎으로 기업의 가치가 한 문장으로 꾀나 적절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에게 나이키의 ‘Just do it!’이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해봤어?’가 있다. 지난해 현대 중공업의 광고에서는 생전의 정주영 회장이 ‘오만분의 일 지도, 조선소를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 이것을 들고가서 네 배를 만들어 줄 테니 사라’라고 하는 흑백 동영상이 주목을 받았다. 늘 입에 ‘해봤어? 해봐라, 하니까 되더라’라는 말을 달고 다니던 창업주의 이야기를 생전 모습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하면 된다’라는 기업의 스토리를 육성으로 드러낸 전형적인 스토리 텔링이다.
‘재생산 되는 씨앗 이야기’
대부분 브랜드는 이야기를 가지고 탄생되지만, 그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은 회사의 스토리와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의 이름에서 기인한 독일 봉제 인형 테디 베어는 초창기 수공작업으로 만들어 지는 특성 때문에 주로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왔다. 후에 대량 생산 되면서 전 세계의 고객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초창기의 고급 수제 테디 베어에 대한 동경은 전 세계의 마니아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이번 시즌 국내 아동복으로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테디베어키즈」는 매장에 아동복과 함께 테디 베어를 직기로 사용하고, 인형도 직접 판매하는 스토리 텔링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작아 입을 수 없는 옷을 ‘테디베어에 입혀서 간직하라’고 제안하며, 상품과 함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로써 또 한번 테디베어의 스토리는 100년을 간직하고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상품화 하고, 상품은 또 스토리를 재 생산해내며 고객의 순환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는 기업이 만들어 지는 그 시점부터 하나의 상품이 팔리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즈니스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스토리 텔링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기승전결이 있듯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갈등, 솔직한 이야기, 실제 사례, 감동, 재미가 있어야 한다. 실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삼고 재미있고 약간의 갈등이 가미된 이야기가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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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마리 요정이 들려주는 친절한 기업
캐릭터 아동복 「컬리수」를 전개하고 있는 드림스코(대표 백재성)가 지난 11월 28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토리아드 키즈카페’를 열었다. ‘토리’와 ‘꼼즈’를 비롯한 21마리의 도깨비 요정이 재치 발랄한 표정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는 이 키즈 카페는 드림스코의 사명인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문화 컨텐츠 기업’을 이들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토리아드’는 대자연 속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숲 속의 작은 도깨비 요정들의 이야기로, 생명의 나무를 지키고 보호하며 생명의 열쇠를 만드는 요정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토리아드는 비밀의 문을 통해 인간 세계와 그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착한 사람들에게 생명의 열쇠를 전해 준다는 설정으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하여 세상이 푸르고 힘차게 살아 숨쉬게 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드림스코는 토리아드 이야기로 문화 컨텐츠라는 비밀의 문을 통해 착한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의 열쇠를 전달하고, 친절한 키즈 문화 기업으로 자리잡아 가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 카페는 250평의 단층 구조로 50여 평의 놀이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식사, 차, 음료 서비스가 가능한 키즈 레스토랑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는 놀이시설뿐 아니라 요리방, 미술방, 음악방 등이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 각각의 공간마다 교육과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백재성 드림스코 대표는 “키즈 카페를 통해 사명인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문화 콘텐츠 기업’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며 “수익 사업에 앞서 문화 컨텐츠로 서비스하고, 또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가치를 통해 향후 시너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실 기자
ja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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