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팔아야 돈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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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오후 1:28:17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일찍이 “대중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상품과 상품의 차이란 무엇인가. 블라우스에 달린 러플과 리본의 차이가 아니다. 작금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상품을 통해 누리고 싶은 이미지를 수많은 제품 속에서 구별할 수 있으며 그 이미지가 자신의 니즈에 맞을때 구매를 결정한다. 하와이를 동경하는 소비자에게는 와이키키의 이미지를, 런던을 동경하는 소비자에게는 카나비 거리의 클래식한 멘탈리티를 팔아야 성공한다는 얘기다.


왜 이미지가 주체인가

여기서 이미지란 브레인스톰 같은 추상적 연상작용이 아닌, 어떤 브랜드를 언급했을 때 절대 다수의 소비자가 떠올리고 동의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말한다.

소프트 터치의 아이팟을 연상시키는 애플부터 캐리처럼 소호를 활보했던 시크한 여성을 떠올리는 지미추의  킬 힐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이 시대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는 이미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전의 상품이 제조 후에 광고 등의 이미지 작업이 뒤따랐다면 이제는 상품과 기획 및 모든 과정에 앞서 이미지 작업이 선행되야 한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이미지로 각인되고 나면, 그 이미지가 필요할 때마다 소비자는 자연적으로 재구매를 결정한다.

일차적 기능인 제품성간의 차이보다 상품이 담고 있는 이미지간의 차이가 커지는 시대다. 사람들이 그토록 하이패션 레이블 로고가 찍힌 상품에 연연하는 것은 제품성의 문제가 아니다. 로고가 주는 상징성과 그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더 많은 돈을 주고라도 자신에게 업힐 수 있다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가장 여실한 시대상과 소비패턴을 반영하는 것이다. 상품보다 이미지를 잘 팔아야 성공하는 패션 기업이 된다는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이미지, 그리고 등식 성립시키기

매해 11월 미국 전역에서 추수감사절만큼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은 빅토리아시크릿의 패션쇼가 생중계되는 저녁이다. 메이저 리그 풋볼경기보다 시청률이 높은 이 쇼의 시청객은 자국에서 150만명, 세계적으로 350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본사는 이 쇼에 등장한 란제리들을 즉석에서 온라인으로 연결, 사이트가 다운될 만큼 핑거팁 쇼퍼들을 사이트로 끌어들여 기록적인 온라인 매출을 올린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쇼 중계동안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8%, 12% 신장하며 회당 오백만불의 쇼비용을 능가하는 효율을 냈다.

시카코 선타임즈는 ‘에로틱 게임’이라는 기사 타이틀로 ‘상품보다 이미지 팔기로 성공한 속옷장사’라는 크리틱을 남겼으나 성공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은 섹시함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낸 란제리 회사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그들의 속옷을 입고 립글로스를 바를때 지젤번천, 아드리아나리마처럼 섹시해 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해 연매출 4조원대의 메가컴퍼니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폴로 랄프로렌은 피케 셔츠 하나로 전세계 80개국에 폴로의 미국적인 실용성과 클래식한 이미지를 팔아 4조500억원이라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때 이 땅의 뜨거운 감자로 올려졌던 된장녀, 그들의 손에 트레이드마크처럼 들려 있던 스타벅스 커피는 스타일과 취향을 주도하는 신여성이라는 이미지적 아이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지난 한해 국내 영캐주얼 시장은 베네통과 시슬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두 브랜드가 나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백화점 영 캐주얼 조닝의 톱매출 메가 브랜드로 올라섰다. 시슬리가 상품력으로 어필한 브랜드라면, 베네통은 철저히 이미지 팔기에 성공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태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패션 기업을 이끌며 향년 70세를 바라보는 베네통의 루치아노 회장은 역설적인 노이지 마케팅을 통해 베네통을 성공시킨 전지적 인물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잠잠한 것보다는 시끄러운 것이 낫다고 믿는 그는 환경에서부터 민감하고 무거운 인종 및 빈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광고로 시각화해 패션을 모르는 이들까지 베네통 광고에 주목하게 만들고 베네통은 사회적으로 깨어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성립시켰다.

1982년 사진 작가 올리비에 토스카나를 통해 처음으로 사회적인 광고를 게재한 베네통은 십수년간 이같은 작업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했다. 베네통은 현재도 광고 및 기업 홍보에 전체 매출의 6%를 쓰고 있을 만큼 광고를 통한 이미지 어필을 중요시한다. 또 무채색 일색의 미니멀 컬러들이 트렌드를 점령했던 90년대에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를 외치며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통해 베네통은 생동한다는 이미지를 창출했다.

모노톤에 싫증난 소비자들은 베네통의 알록달록한 스웨터에 열광하기 시작했으며 색동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레인보우 풀오버는 현재까지도 베네통의 역사를 바꿔놓은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꿈을 파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패션시장은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산업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꿈꾸는 이미지를 상품을 통해 소유하길 원한다. 상품은 보여지는 것이고 이미지는 보여지지 않는 것이나 소비력 있는 고객일수록 보이지 않는 이미지에 구매 비중을 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란 소비자에게 구매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환타지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핸드백에 열광하는 이유가 담을 가방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노그램 캔버스로 대변되는 LVMH 패션 제국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라는 것.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지만 자판기 커피가 아닌 원조격 아메리칸 커피문화를 향유한다는 상징적인 의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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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략, 작지만 알찬 시도들

<제일모직, 빈폴>

제일모직에서 전개하는 빈폴은 1989년에 론칭, 해마다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빈폴은 본래 ‘콩넝쿨지대’라는 뜻으로 담쟁이 넝쿨이 캠퍼스를 채운 미국 아이비리그의 라이프를 상징한다.  외국 브랜드들이 선점했던 국내 트래디셔널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 블루과 그린선을 교차시킨 빈폴만의 고유 체크패턴으로 빈폴은 클래식이라는 이미지를 창출하고 국내 트래디셔널 브랜드들의 진입로를 열어줬다.

<한섬, 타임>
타임은 이미지로 브랜드력을 끌어올리며 국내 여성복 시장의 정상자리를 지키고 있다. 독일에 질샌더가 있다면 한국에는 타임이 있다는 평을 할 정도로 심플리시티라는 일관된 기조로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상품, VMD에서 광고까지 모든 브랜딩 작업에 디테일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은 타임이 내세우는 주된 이미지.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는 간결한 모더니즘을 브랜드 이미지로 구축시키며 연매출 3000억원대 패션기업의 리딩브랜드로 성장했다.

<코오롱, 쿠아>
코오롱패션의 쿠아는 이미지 팔기로 영캐주얼 시장에 안착했다. 한때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도 많던 브랜드였으나 2007년 컨설팅 업체 인앤아웃과 손잡고 B.I 재정립에 들어갔다. “12 French episode” 라는 테마로 파리의 도시 감성을 전한다는 스토리를 만들고 파리 시내 12개 지구를 각 시즌마다 제안했다. 쿠아 레볼루션이라는 혁신적인 브랜딩을 통해 유러피언 감성을 원하고 그 이미지를 입고 싶어하는 이들을 공략해 리포지셔닝 및 브랜딩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동의인터내셔널, 페이지플린>
동의인터내셔널에서 전개하는 페이지플린은 또 다른 감성으로 프랑스를 풀어내며 이미지 전략을 시도하는 브랜드다. 파리지엔느 도시 감성에서 벗어나 와인 컨트리인 보르도나 미각의 고향으로 알려진 프로방스 등 전통적 유럽 감성을 지키고 있는 프랑스 소도시 감성을 제안한다. 우드와 화이트 마감재의 유럽 전원풍 인테리어부터 베이지, 화이트, 페이디드 핑크 등 눈이 편안한 뉴트럴 컬러의 상품구성까지 유럽 외곽의 코지한 감성을 일관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한승아 기자
hsa@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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