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컬처비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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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오후 1:25:30




지난 여름 서점가에 미래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바로 문화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주장하는 <딜리셔스 샌드위치>란 책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저자가 현직 경제부 기자인 이유로 책의 전반적 내용은 문화주의를 바탕에 두었다기 보다는 일반적 관점에서 이미 세상에 표출 되어진 문화 비즈니스에 대한 현상의 탐구라는 제한적인 시각도 있지만 누구라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막힘 없이 술술 넘어가는 쉬운 표현으로 오히려 강력하게 컬처비즈 시대의 도래를 주장하고 있다. 컬처비즈를 설명하기 위해선 이 책만큼 쉽게 인용할 만한 도구도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바야흐로 산업사회는 스톡(Stock)경제가 끝나고 플로(Flow)경제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이 플로경제의 주체가 컬처비즈라는 부분인데 기술과 기능, 잔뜩 고여 있는 지식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애플이 만들면 전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문화상품이 되고, 다른 회사가 만들면 그저 전자제품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은 현재 컬처비즈가 왜 대두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바로 지난 세기의 시장 지배 방식인 기술과 기능보다 우선해서 문화와 스타일을 소비하는 고객의 마인드를 읽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애플과 그저 다른 전자제품 회사를 뚜렷이 구분해 낸다는 엄연한 현실을 통해 지난 세기를 지배한 현물(Stock)의 시대는 사라지고 소위 ‘컨텍스트’라고 말하는 플로의 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앨빈 토플러가 최근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Obsoledge’라는 신조어를 통해 밝힌 바로 ‘무용한 지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분석으로 정보화 사회의 급격한 발전으로 모든 사람이 많은 지식을 동시성을 가지고 공유하면서 과거 산업사회에서 중요시 하던 기술이나 기능에 의한 차별은 무의미 해지고 새로운 지식은 과거와 전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는 시각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구절이다.

이러한 시대에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의 질 그 자체보다 유·무형의 제품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스토리와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려 하는데 바로 문화를 사고, 문화적인 것이 배어 있는 것을 사고 싶어하는 흐름을 말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문화가 미래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저자는 또 컬처마케팅과 컬처비즈를 명확히 구분해 표현 하는데 뉴욕특파원 생활을 통해서 체험하게 된 구글이나 할리 데이비슨 같은 컬처비즈를 하는 기업의 대표 주자로 인정받는 미국 기업의 사례 속에서 '문화기업'이 되기 위해 애쓰는 많은 기업들에게 허울뿐인 문화마케팅을 버리고 구성원들이 실질적 문화 마인드를 키워 그 기준 안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것을 강조한다. 즉 마케팅 관점에서 다루어 낼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이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서 차별화된 생존을 추구 하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컬처비즈를 쉽게 설명해준 책도 있지만 컬처비즈의 당면성에 비해 컬처비즈에 대한 수용성은 문화 산업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우리 패션업계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문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명확하게 규정 짓지 못하고 아직도 과거 지향적인 정적인 객체로서 역사, 유물, 혹은 예술 등과 혼재 되어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판단 된다.

컬처비즈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문화의 일상성, 평범성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영국의 레이몬드 윌리암스(Raymond Williams)를 거론 하지 않을 수 없다. 막시즘적인 사회주의자인 그는 문화를 정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과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체험된 경험’으로 정의하였는데 그는 ‘문화는 일상적인 것이다’(1989, Resources of Hope)라고 주장하면서, 대중이 일상의 실천과 경험에서 상례적으로 접하는 것들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는 이 문구를 사용하여 특수한 감수성의 배양을 통해 극소수에게만 의미 있는, 삶에 대한 특별한 형태의 엘리트 문화에 반대하였다. 소위 문화는 특권층의 배타적 영역이 아니라 모든 일상의 실천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삶의 총체적인 방식(a whole way of life)’로서의 문화라는 이해 속에서 일상성·평범성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윌리암스가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한 시기 혹은 한 세대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며, 그 문화는 그 시기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집단적인 경험과 가치 및 정서들의 총합체인 그들의 특수한 정서 구조에 근거한다. 이러한 견해는 계급의 특수성보다는 정서 구조의 세대적 특성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서 구조는 한 시기의 문화, 혹은 한 세대의 문화를 특징 짓는다고 할 수 있다.

윌리암스는 ‘정서구조’를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체계(a system of extended communication)’ 라고 사회 과학적 정의를 내렸는데 문화의 전달(transmission)뿐 아니라 수용(reception)과 반응(response)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고 주장 하였고 이러한 그의 사회주의적 관점의 문화론이 최근 컬처비즈의 이론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줄곧 우리 패션 산업에 도래할 변화의 모습이 이제까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주장을 해왔다. 그 중의 하나는 바로 기업이 제품을 파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거꾸로 기업이 소비자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 다른 미디어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 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컬처비즈에서 다루는 보이는 실제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세상, 즉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G. Ford이후 줄곧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대량생산(Mass Product)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 교과서의 방향이 앞으로는 소비자에서 출발하여 문화적 공유점에 대한 접근으로 바뀌는 문화주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컬처비즈의 첫 단계는 기업이 그들의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코드를 이식하는 것이다.  기업이 문화코드를 이식하는 가장 큰 이유와 기대 효과는 무엇일까?  국내의 기업들이 서둘러 문화코드의 도입을 모색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의 감성화를 꼽을 수 있다.

21세기 문화 시대의 대중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프로슈머(Prosumer)다. 30여 년 전 A.토플러가 처음 주창한 Prosumer라는 사실에 본질적으로 근접하기 시작했다. 정보화의 발전이 야기시킨 그들의 다양하고 잘 분화된 감성은 더 이상 제품의 수동적 소비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다.

제품의 생산과 수정 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오늘날 소비자의 모습이며, 이런 그들의 감성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야말로 컬처비즈의 대두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팩터이다. 그리고 지난 십여 년간 급격하게 성장한 대중 문화 예술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그 두 번째 모티브이다. 문화 예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한 국가의 정신적 성장뿐 아니라 산업의 성장과도 직결되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최근 여러 차례 세계적인 대중 예술인들이 아주 공손한 자세로 한국시장을 방문했다.

얼마 전 방한했던 톰 크루즈와 같은 거물도 ‘친절한 톰 아저씨’란 별명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시장에 대한 겸손한 자세는 개인적인 소양의 차이도 있겠지만 연간 1억7천만명이란 세계5위의 영화 시장으로 부상해버린 한국의 위상에 대한 태도변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그 문화 산업적 잠재성을 이제야 산업을 통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문화코드와 기업 마케팅의 빈번한 만남이 그 세 번째 원동력이다. 기업의 브랜드 제고에 있어 문화코드의 활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과 효과를 발휘한다.

문화를 바탕으로 구축한 코드는 소비자에게 기업과 상품으로의 쉽고 편한 접근을 제공하면서 감성적 동질감과 독특함, 즉 Unique한 차별을 심어 준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력한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 한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의 질 그 자체보다
제품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스토리·라이프 스타일을
소비하려 한다. 따라서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서 문화가
미래일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대 기업 경영에 있어 브랜드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모든 전략이 브랜드 인지도를 고취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는 알 리스(Al Ries)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브랜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더더군다나 대표적인 브랜드 비즈니스인 패션산업에서 브랜드의 가치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패션업체의 브랜드 제고에 있어 문화 코드의 활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과 효과를 발휘할 수 박에 없다. 문화를 통해 공유한 독특한 감성코드는 소비자에게 기업과 상품으로의 쉽고도 편한 접근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력한 기업이미지를 형성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국내의 신문, 방송들은 일제히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투척한 구두가 인기를 끌면서 이 구두의 ‘제조업체’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투척 구두의 제조업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터키 이스탄불의 「바이단 슈즈」에는 세계 각지로부터 자이디가 신은 것과 동일한 모델을 구입하려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바이단 슈즈는 쏟아지는 주문 물량에 맞추기 위해 직원 100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자이디가 던진 검은 가죽 구두는 현재 30만여건의 주문이 들어온 상태로 평소 판매량보다 4배나 많은 양이다.

1999년부터 시중에 판매된 이 구두의 가격은 터키 기준으로 28파운드(5만5000원) 정도다. 바이단 슈즈의 사장 라마잔 바이단은 “구두를 판 지는 꽤 됐지만 최근엔 부시 덕택에 미친 듯이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TV광고로 직원들을 추가 고용했다”고 말했다.

“바이단은 시장의 폭발적 반응에 따라 신발 이름을 ‘부시 신발(the Bush Shoe)’이나 ‘안녕 부시(Bye Bye Bush)’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을 전하고 있다. 바로 이 기사가 프로덕트 혹은 기업이 시장의 문화적 공감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패션 상품의 컬처비즈로서의 효과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컬처비즈는 이처럼 우연히 계획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발생할 수 있다. 정말 정확하게 50년 전에도 세상을 흔들어 놓은 구두가 있었다. 1959년 당시 구 소련의 수상 니키타 후루시쵸프가 서방사회에 처음 등장하면서 당시 그는 뉴욕의 유엔 총회장에서 자신이 신었던 구두 한 짝을 벗어 들어 탁자를 내리치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당시 그가 신었던 구두는 이탈리아 로마의 양복장이였던 안젤로 리트리코가 만들어 후루시쵸프에게 선사한 구두였고 이 이후 그는 세계각국의 정상들과 유명인사들이 앞다투어 찾는 꾸뛰르로서 80년대 초까지 남성복업계를 풍미했었던 사례가 있었다. 50년이란 시점의 차이가 있었지만 구두란 패션 아이템이 가지는 문화코드적 상징성이 이 두 사례에서 잘 표현 되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국내 패션 산업의 컬처비즈는 단순한 마케팅 기술이 아닌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변화로 이해해야만 그 존재 가치가 명확해 지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PPL과 같은 컬처마케팅을 컬처비즈라고 축소하여 전부로 생각한다거나 경영자의 기호에 따른 문화 후원 활동을 컬처비즈의 수단으로 본다거나 하는 수준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단순히 매스 프로덕트 시대에 식상해버린 마케팅의 아류로 밖에 인식 될 수 없다.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컬처비즈 시대의 개막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패션업계에서 연구하고 노력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 만이 지금 침체에 빠진, 아니 블루오션에 놓여 있음에도 항해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우리 패션 업계에 강력한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컬처비즈는 선택이 아닌 유일한 생존 도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패션산업에서는…


김묘환 CMG 대표

업계의 전략가로 통하는 글쓴이 김묘환은 국내 패션분야에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의 미디어와, 미국의 유통, 유럽의 컨설팅, 일본의 3사 비즈니스를 경험한 경력에서 배어나온 그의 철학은 3S(Simple, Synchronize, Shift)라는 툴을 사용해 선진기업 경영전략 컨설팅에 활용되고 있다.



글 김묘환 CM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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