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시장에 다양성 바람을 몰고 온 인디브랜드들이 코오롱·더베이직하우스 등 패션 메이저 기업에 인수되
며 한층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슈콤마보니’의 히트아이템 스카이105 |
3년전 슈즈특집을 했을 때의 일이다. 요즘 소비자들의 슈즈 소비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명동으로 나갔다. 신발상자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 명씩 붙잡고 어떤 신발을 샀는지, 어디에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 등을 물었는데 유독 젊은 남성 소비자들이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다.
“아, 이거요? ‘바이바또마스티’인데요 ‘에이랜드’에서 샀어요. 지금 신은 이 신발도 ‘에이랜드’에서 샀고요.”
“‘로맨틱무브’ 제품 샀어요. 인터넷에서 브랜드 정보 찾아보다 ‘스파이시컬러’에서 판다길래 나와서 사가는 길이에요.”
불과 5~6년전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남성화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강제화 상품권이 명절 및 대학 입학 선물로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였으리라. 그러던 남성 수제화가 ‘에이랜드’ ‘스파이시칼라’ 등 편집매장으로 번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소비자 착장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각잡아 다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꽁꽁 동여매고 블랙, 브라운, 네이비, 그레이 등 한정된 색의 정장만을 입어야했던 직장의 옷차림 문화가 점차 완화되고 자신의 개성을 살린 비즈니스 캐주얼로 대체되면서 남성들의 구두에도 변화가 일었다.
정장만큼이나 모노톤 일색인 남성화에 소비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때 쯤 ‘슈즈바이론칭엠’ ‘로맨틱무브’ ‘바이바또마스티’ 등의 인디디자이너들이 빨강, 파랑, 초록, 분홍 등 다채로운 컬러와 다양한 형태의 슈즈를 제안했고 이것이 바로 통(通)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10~20만원대의 부담이 적은 가격 또한 주요 경쟁력 중 하나다.
이러한 슈즈 브랜드는 셀렉트숍의 매출을 보장하는 효자 아이템으로 떠올라 국내 홀세일 마켓을 활성화시키는 촉진제로서의 역할도 했다. 또한 남녀를 막론한 신진 수제화 브랜드가 풍성하게 자라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인디브랜드들이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메이저 기업과 전략적 M&A를 맺으며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체계화된 시스템과 인프라, 대규모 자본에 힘입어 대형 브랜드로 육성될 기회를 잡았으며, 기업 또한 독창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전달하고 비교적 적은 투자 비용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 코오롱·베이직하우스 등 인디 브랜드 인수
남성 수제화 브랜드 ‘스펠로’는 지난 6월 더베이직하우스에 인수됐다. ‘소다’에서 상품기획팀장으로 일하던 이윤호 디자이너가 ‘스펠로’로 독립한지 3년 만의 일이다. ‘스펠로’는 그간 완성도 높은 품질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셀렉트숍 및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했으며 태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펠로’는 더베이직하우스 인수 이후 한 달에 1000족을 생산할 수 있는 자가 공장까지 갖춰 R&D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이 브랜드는 슈즈뿐 아니라 가방, 액세서리 등 옷을 제외한 남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전반을 다룰 계획이다. 또한 해외 전시회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황태영 더베이직하우스 상무는 “인디 브랜드 특유의 아이디어와 에너지에 패션 기업의 자금력과 시스템이 결합된다면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라인 확장과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단계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더베이직하우스는 2012년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를 이사로 영입하고 브랜드 ‘겸비’를 인수하기도 했다. ‘구두는 유혹의 언어’라는 일관된 주제를 바탕으로 20여 년간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 이사 고유의 디자인이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겸비’는 베이징 시크 페어에서 베스트VMD에 선정되며 중국 바이어와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부터 중국 주요 도시에 단독매장을 론칭하며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콤마보니’ 또한 패션 메이저와 손을 잡아 크게 성장한 케이스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12년 12월 이보현 디자이너의 ‘슈콤마보니’를 인수해 여성 잡화군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히 했다. 스터드 장식 및 과감한 컬러로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던 ‘슈콤마보니’는 코오롱에 인수된 이후에도 공효진 콜래보레이션 스니커즈, 스카이105 등 히트 상품을 탄생시키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프랑스 파리 후즈넥스트, 프리미어클라스와 이탈리아 밀라노 미캄 등 해외 전시회에서도 독특한 디자인과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홍콩, 중국 상하이 등에서 브랜드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중화권에서도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cm가 꼽은 핫 브랜드
다양한 인디브랜드가 수제화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는 어딜까? 온라인 편집숍 29cm의 안소리 MD로부터 최근 동향에 대해 들어봤다.
안소리 MD:
“예전에는 기획전 효과가 꽤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안통해요. 소비자들의 저마다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이나 누군가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스타일에 동요되지 않는 거죠. 특히 소비자들이 브랜드나 상품안에 담긴 이야기나 문화에까지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스토리 탄탄한 브랜드들이 선전하고 있어요.”
1. 베로니카포런던
29cm 슈즈 카테고리 판매1위에 빛나는 ‘베로니카포런던’은 론칭한지 2~3년밖에 되지 않은 신진 브랜드다. ‘아내를 위한 신발’이라는 로맨틱한 콘셉이 돋보이는 이 브랜드는 이름마저 아내의 세레명 ‘베로니카’에서 따왔다. 주문 후 배송까지 2주가 소요되지만 고객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재구매하는 고객들도 꽤 된다.

2. 드 하모니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허재영 디자이너의 슈즈 브랜드, 독립 디자이너로는 드물게 스니커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아웃솔은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하며,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만들었지만 여성 구매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3. 플랫아파트먼트
‘플랫아파트먼트’는 동양적 무드의 신발로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좋은 호평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화인 당혜의 앞코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등 독특한 콘셉을 지니고 있지만 대중적 요소까지 잘 반영해 손을 많이 타는 브랜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나막신 굽을 플랫폼으로 변형한 신발이 반응이 좋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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