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람 |
굿이어웰티드 제법 |
과거,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신발 시장은 ‘운동화‘와 ‘구두’로 나뉘었다. 그나마 구두 시장이 ‘정장구두’ ‘캐주얼구두’로 구분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금강·에스콰이아·엘칸토로 대표되는 제화 3사와 나이키·아디다스·프로스펙스·화승 정도가 신발 시장을 독과점 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발 시장도 ‘다양성’과 ‘캐주얼화’라는 거대한 시대 흐름을 맞닥뜨렸고 운동화 시장은 러닝화, 워킹화, 트레킹화를 비롯 각종 치료 목적의 기능성 슈즈 시장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세분화가 이뤄졌다.
구두 시장에서도 국내 기성화 브랜드들의 가격이 20~30만원을 넘어서면서 수많은 국내 인디 브랜드의 론칭과 다양한 해외 수입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30~40만원대에 접할 수 있는 전통 있는 해외 브랜드들이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신발 시장의 세분화는 개별 브랜드들의 전문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카테고리가 다양해진 만큼 과거처럼 흉내 내는 수준으로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고어텍스’나 ‘비브람’ 등 원부자재 부문의 전문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굿이어웰트 제법’ 같은 정통 제조 공법을 도입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더클랙슨 |
◇ 아웃도어 전유물? 고어텍스·비브람 구두까지 넘본다
‘비브람(Vibram)’은 1937년 이탈리아의 비탈레 브라마니(Vitale Bramani)에 의해 만들어진 등산화 밑창(아웃솔,Out sole) 회사다. 회사 설립 목적부터 가죽창이던 등산화 바닥 때문에 안전 사고가 많이 일어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구성과 접지력이 뛰어난 고무 아웃솔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등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제품 개발을 다양화해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인더스트리얼 등 다양한 신발에 적용 가능한 아웃솔을 만들었다. 2011년부터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패션 전시회인 ‘피티 워모’에 참가하면서 패션 브랜드에 공급을 확대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는 신발 브랜드에 연간 3000만개 이상의 아웃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 등산화 밑창에 ‘비브람’솔을 사용하다가 최근 2~3년 사이 구두 브랜드에서도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인디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적극적인 활용에 나섰고 몇몇 구두 수선 전문 업체에서는 기존 구두 밑창을 비브람솔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발 밑창의 그립감과 견인력, 내마모성에서 품질이 월등한데다 ‘비브람’ 아웃솔 특유의 노란색 로고가 패션 브랜드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윤호 스펠로 이사는 “비브람 아웃솔은 일반 제품에 비해 2~3배 가량 원가가 높지만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소 오더량이 작아 소량을 제작하는 국내 인디브랜드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능성 원단 업체인 ‘고어텍스’ 역시 기존 아웃도어 점퍼 소재를 넘어 신발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올 여름 금강제화가 국내 최초로 ‘리갈’과 ‘랜드로바’에 고어텍스 서라운드 풋웨어 기술을 적용한 상품을 출시했다.
고어텍스 서라운드 기술은 신발 내피 뿐만 아니라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멤브레인 소재를 밑창에도 사용한 것이 특징. 고성능 직물을 덧대어 접착한 후 봉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멤브레인은 1평방인치 당 90억 개의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져 있다.
구멍 하나의 크기는 물방울 입자보다 2만배 이상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이상 커 비나 눈과 같은 액체는 안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반대로 몸에서 나는 땀은 밖으로 배출시켜준다. 독특하게 구멍이 뚫린 바닥창에는 프로텍티드 레이어라는 견고한 망사 소재가 삽입돼 이물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다.
◇ 굿이어 웰티드 제법이 뭔가요?
몇 해전부터 금강제화의 ‘헤리티지 리갈’ 브랜드가 20대 젊은 남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 대상의 고급 구두를 젊은층이 줄지어 구입하자 처음에는 매장은 물론이고 본사에서도 원인을 알지 못해 당황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유를 알고 보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클래식 붐이 조성되면서 국내 기성화 브랜드 가운데 ‘헤리티지 리갈’이 유일하게 ‘굿이어웰티드(Goodyear Welted)’ 제법으로 신발을 제조한다는 소문이 패션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마니아들 사이에서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만든 ‘알든’ ‘에드워드그린’ ‘잘란 스리와야’ 같은 정통 클래식 슈즈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헤리티지 리갈’은 절반 정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소비자들이 ‘입문용’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굿이어웰트’ 제법은 한 켤레를 제작하는 데 200여 공정이 소요되는데다 숙련된 구두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원가와 시간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멘트’ 제법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는 고소득 전문직 사이에서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인기를 끌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유니페어’ 등 남성 클래식 전문 셀렉트숍들이 영국 정통 클래식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구두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과 스페인 등지에서 생산한 30~40만원대 제품이 도입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멘트’ 제법에 비해 발이 편하고 내구성이 높아 관리만 잘 하면 대를 물려가며 신을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강재영 ‘유니페어’ 대표는 “소비자들의 패션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 교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순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까지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면서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 도입 브랜드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그린 |
고어텍스서라운드 |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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