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전시 컨벤션산업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투자를 늘린다면 서울은 아시아 패션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것…
Fashion hub >>>
드라마와 음악으로 한껏 바람몰이 했던 ‘한류(韓流)’가 패션산업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패션은 유행 스타일과 독특한 감성을 다루는 문화적인 요소가 강하면서도 그 틀을 이루고 있는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수백에서 수천 억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대표적인 ‘문화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좋은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소재에서부터 봉제, 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트림에 걸쳐 관련성이 많기 때문에 패션산업의 발전은 소재-가공-봉제-물류-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과 동반 성장으로 연결되는 시너지가 높은 산업입니다.
리테일시대, 새로운 사업모델 절실
최근 국내 패션산업은 큰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근간을 이뤘던 ‘원 숍, 원 브랜드’의 단일 브랜드 점포는 약세인 반면, 다양한 브랜드를 재미있게 구성한 셀렉트숍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싱력을 기반으로 한 SPA와 저비용 구조로 무장한 온라인 브랜드가 강세를 띠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차별화된 콘텐츠와 재미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 홍대 상권이나 가로수길 등 특정 상권이 아닌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SPA 모델과 함께 최근 패션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리테일 시대는 기업 내부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시대에는 잘 디자인하고, 저렴하게 생산해서,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데 기업역량이 집중됐다면, 지금은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구성하고, 점포별 수익성을 높이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습니다. 인력도 현장 중심에서 소비자와 호흡하고, 상품을 바잉하고, 수익관리 할 수 있는 리테일러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만나는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브랜드 상품(PB)을 직접 판매할 수도 있고, 좋은 브랜드를 바잉해서 판매하거나, 특정 디자이너와 협업도 필요합니다. 또 내가 수입한 브랜드를 여타 리테일러들에게 판매하거나, 혹은 우리 매장에서 검증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해외시장에 세일즈하는 에이전트 비즈니스도 등장했습니다. 즉 소비자와 오직 내 상품으로만 만나는 ‘One way’가 아닌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성장이 기업의 과제가 됐습니다.
소녀시대와 빅뱅, 싸이가 SM과 YG를 통해 양성되고, 보다 넓은 세상에서 날개를 펴듯 패션산업에서도 ‘브랜드-매니지먼트-에이전트’ 등의 프로페셔널한 역할 분담을 통한 성장 모멘텀이 필요해 졌습니다.
아시아 리테일 마켓 위한 ‘패션 허브’
최근 중국 대륙에는 ‘I.T’ 등 홍콩계 리테일러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I.T’만 하더라도 이미 400여개 중대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 ‘빔스’와 ‘저널스탠더드’ 등 일본계 리테일러도 이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최근 2, 3년간 매년 20~30% 역신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브랜드에 이어 ‘치필량’ ‘리랑’ ‘GXG’ 등 비즈니스 캐주얼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SPA와 셀렉트숍 등
새로운 세력의 성장 영향이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중국 리테일시장의 성장은 한국 홀세일 브랜드에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정된 유통망과 풍부한 자금, 무엇보다 대리상 비즈니스를 통해 ‘사입’에 익숙한 중국 대리상 기업들의 리테일 사업으로 전환은 한국 패션의 중국시장 진출의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특정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과 상업성을 갖추고 있다면, 중국 리테일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잉하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리테일 기업도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미 ‘에이랜드’ 등 국내 셀렉트숍의 홍콩과 중국시장 진출이 실현되고 있으며, ‘원더플레이스’도 올 가을 중국 유력 유통업체와 손잡고 점포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한국시장에서 사업모델을 검증하고 나서 이를 중국 유통업체와 손잡고 현지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로 관심받고 있습니다.
전시 컨벤션은 ‘패션 서울’을 위한 비즈니스 풀랫폼
리테일 시대를 맞아 브랜드에는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고, 리테일러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바잉할 수 있는 전시 컨벤션 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지난 2011년 7월 ‘패션 트레이드쇼’와 11월 ‘인디 브랜드 페어’를 시작으로 매년 관련 전시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디 브랜드 페어는 올해 4회째를 맞고 있으며, 패션 리테일 페어도 세번째 개최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통독 10년을 맞는 지난 2010년 베를린의 도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던 ‘브레드앤버터(BBB)’ 전시회를 서독 시절 사용하던 옛 공항청사에서 개최했습니다. 베를린을 패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정부의 결정은 도시 이미지와 산업경쟁력 모두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국과 중국의 패션시장이 리테일 시대로 진입하는 지금 전시 컨벤션산업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투자를 늘린다면 서울은 아시아 패션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것이 ‘패션 서울’을 위한 한국 패션업계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인기 편집국장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