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선 타임스퀘어 상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타임스퀘어’. 영등포구의 명물로 떠오른 이 곳은 얼마 전 ‘영예로운 불명예(?)’를 안아 화제를 모았다.
영등포구가 청구한 교통유발부담금 84억원 중 10억 8000만원이 타임스퀘어에 부과되며,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최고 금액을 기록한 것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되는 벌금이다.
다시 말해 타임스퀘어가 쟁쟁한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을 제치고 영등포구 최고의 집객 시설로 인정받은 셈.
2009년 9월 오픈한 타임스퀘어는 유통 관계자들이 손 꼽는 국내 복합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올 초부터 이 곳의 사령탑을 맡은 고영선(47) 상무는 “어깨가 무겁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안주하고 있을 새가 없습니다. 지난 3년간 타임스퀘어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공간이 되려고 부단히 애썼습니다. ‘다양성과 편리함’ 그 본질에 충실하면서 고객들에게 ‘빠르게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복합 장소’로 자리매김했죠. 고작 한 걸음 뗀 것뿐인데 여기에 머무를 순 없잖아요. 이제는 디테일에 신경 쓰고, 내부를 재정립해 ‘완성도’를 기하는데 집중할 겁니다.”
고 상무의 말대로 타임스퀘어는 A부터 Z까지, 복합 쇼핑몰이 갖춰야 할 요소를 총 망라한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호텔, CGV, 교보문고 등 집객을 위한 대형 테넌트부터 패션, 뷰티, F&B의 크고 작은 매장까지 약 200개 점포로 구성했다.
비교적 많은 테넌트를 수용하지만 내부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타임스퀘어의 최대 강점은 일평균 15만명의 방문객을 수용하는 규모(37만m²)에 있다.
고객이 일부러 찾아 올 만큼 가치 있는 테넌트들이 모두 입점돼 있으면서도 탁트인 시야와, 원활한 동선, 충분한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번잡하다’거나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타임스퀘어의 규모는 입점 업체들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복합 쇼핑몰에 메리트를 느끼는 부분은 바로 대형 매장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백화점의 고밀도 매장에선 선보일 수 없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복합 쇼핑몰에선 확실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단순 소비를 넘어 브랜드 정통성을 꼼꼼히 따지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패션 업체들이 타임스퀘어를 ‘0순위’ 채널로 꼽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고 상무는 “무조건 대형 매장만 늘어 놓는 식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MD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진행된 첫 번째 MD 개편에서 고 상무가 가장 신경쓴 부분도 바로 ‘밸런스’다.
“간혹 입점을 희망하는 업체 중 「유니클로」 「자라」 「H&M」에 버금가는 규모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어요. 평당 수수료만 따지자면 우리에게도 나쁠 건 없죠. 하지만 대형 점포에서 수익이 나는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작은 규모에서 효율을 높이는 편이 더 유리한 브랜드가 있답니다. 그걸 제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입점 업체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구요. 우리는 입점 업체가 제대로 브랜딩하고,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MD 개편으로 타임스퀘어엔 ‘스파이시 숍’이 부쩍 늘었다. 대형 점포들이 줄지은 가운데 양념 역할을 하는 33m²(10평) 미만의 소형 점포를 곳곳에 끼워 넣었다. 몰링에 지쳐갈 때쯤 등장하는 스파이시 숍들은 아기자기한 맛으로 고객들에게 다시 활기를 부여한다.
「블랙마틴싯봉」은 33m² 남짓한 공간에서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원더브라」도 평당 효율이 높은 매장으로 손 꼽힌다. CGV 입구에 배치한 ‘앤티앤스’는 젊은 고객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면적 대비 최대 매출을 이끄는 효자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제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에서 ‘고객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발돋움할 때입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선 ‘신뢰’가 밑 바탕에 있어야지요. 그 동안 문화, 놀이, 쇼핑 등 목적을 가지고 방문했던 고객들을 만족시키는데 집중했다면, 이젠 그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그들의 귀중한 여가 시간을 할애해도 아깝지 않은, 믿고 찾게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죠.”
김하나 기자
khn@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