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하얏트 호텔 앞 골목을 따라 걷자 가정집들 사이로 「RUFXXX」라는 간판 하나가 보였다. 안을 살짝 들여다 보니 정원 딸린 2층짜리 건물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정원이 참 좋네요. 공연장은 어디인가요?
“감사합니다. 이곳 1층은 바로 운영하고 있고요, 2층이 공연장입니다.”
어떤 공연을 하는 거죠?
“RUFXXX는 블랙박스 시어터 혹은 극단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표현이 느끼하긴 한데…. 저희 공연에는 형식도 장르도 없어요. 그냥 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와 움직임의 조화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거죠. 책, 영화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장르를 만들고 싶거든요. 아직은 그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로 매주 테스트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더 아리송해지네요.
“글쎄요.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예를 들면 지금 하고 있는 공연 중 하나가 ‘Dead man walking’이예요. 민속신앙의 굿에서 영감을 얻었죠. 실제로 굿판에 가보면 딸의 입을 통해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건 진짜로 아버지의 영혼이 딸의 몸에 들어갔다거나 한 게 아니에요. 굿판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방울소리, 무당의 주술소리, 북과 장구의 장단 등이 어우러져 딸의 무의식을 일깨워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 내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지켜 보이는 이들은 모두 그 소리를 아버지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이게 바로 공간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힘이예요.”
혹시 외부에서도 공연을 하나요?
“기회가 생기면 외부 공연도 하고 있어요. 장소의 특색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각색하고요. 지난 5월에 홍대에 위치한 편집숍 POT 주최로 패션에서 무용으로, 음악에서 영화로 장르를 뛰어넘는 공연을 했었어요. 매장 앞 거리로 나가서 했는데 지나가시는 분들까지 모두 발길을 멈추고 지켜봐 주셨죠.”
작품 영역에 패션도 포함돼 있네요.
“앞으로도 공연과 패션의 연결고리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패션쇼에는 아름답고 예쁜 옷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회적 관념과 사람들 시선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없는 옷들이 많아요. 오트꾸튀르든 프레타포르테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고 즐길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싶어요.”
언제부터 이런 공연을 기획한 거죠?
“시작한 건 이제 1년 남짓 됐네요. 회사에 묶여 있다 보니 규제가 너무 많아서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해보고자 RUFXXX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문화·사회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모여 서로의 개성을 규합해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죠.”
관람객들은 많나요?
“처음에는 공연을 하는 인원보다 관객의 수가 적어 취소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어 취소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재밌는 게 손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을 소개시켜주지 않으려 해요. 나만 알고 싶고 나만 즐기고 싶은 공간인 거죠. 아직은 정기공연과 가끔 외부공연을 하는 정도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판을 펼쳐보고 싶어요. 매스미디어의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자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지형.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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