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위해 전담 조직을 개설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에서 선보인 신진디자이너 편집숍 ‘소울331’ 무역센터점. |
머지 않아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상품으로 도배된 백화점을 찾아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백화점들이 차별화 MD를 구축하기 위해 신규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백화점은 오랫동안 획일적인 MD를 고수해왔다. 브랜드를 유치할 때도 판매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백화점은 유통이 아닌 부동산 임대사업이다’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였다. 그러한 백화점들이 최근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백화점들은 콘텐츠 개발을 위해 전담 부서까지 조직하는 등 ‘선택’이 아닌 ‘생존’의 관점에서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MD전략담당 PB팀도 모자라 지난해 각 복종별로 크리에이티브팀을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올초 미래MD전략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자주MD팀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해당팀뿐만 아니라 기존 CMD들까지 신규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롯데백화점은 ‘아카이브’ ‘코스’ ‘gr-8’ 등 55종 167개 점포의 편집숍을 확보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소울331’ ‘일라비타’ ‘로열마일’ 등 9개 콘텐츠를 개발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피에르아르디’ ‘란제리컬렉션’ ‘핸드백컬렉션’ 등을 전개 중이다.
국내 백화점들은 일본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했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소고백화점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똑같은 형태의 MD로 점포 수 늘리기에만 집중하던 소고는 이내 경영 악화를 맞았고 2003년에는 세이부백화점에 합병되기에 이른다.
이에 반해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은 자체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았다. 다른곳에서는 볼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간 결과 이세탄백화점은 2012년 2조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일본 백화점 내 매출 1위로 우뚝섰다.
덕분에 국내 중소규모의 브랜드들이 활황을 맞고 있다.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디자이너 브랜드나 온라인 브랜드, 혹은 가두와 아웃렛을 중심으로 전개하던 동대문발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이들의 규모를 고려해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고 판매 사원 비용이나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시켜주거나 상품을 사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백화점 입점을 결정한 한 소규모 브랜드 담당자는 “우리같이 소자본 브랜드에게 백화점 입점 제안이라니 불과 3년전만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찾아가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던 백화점 바이어가 ‘제발 들어오라’며 10번도 넘게 찾아왔다. 또한 상생의 의지가 강력해 백화점 입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전개하는 남성 프리미엄 편집숍 ‘아카이브’ |
◇ 차별화 콘텐츠로 ‘色’ 찾아가는 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올해에만 30개가 넘는 신규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 중 ‘피트니스 스퀘어’가 월 6000만원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고 ‘아웃도어 플러스’는 5000만원의 월매출을 올리고 있다.
‘gr-8’ 또한 유니섹스 조닝에서 매출 2위를 기록했으며 ‘바이에토르’ 또한 월 1억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컨템포러리 조닝에서 2위를 달린다.그밖에도 롯데백화점은 ‘스타일난다’ ‘SM타운’ 등 롯데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는 모노 브랜드 발굴에도 힘을 쏟으며 신규 고객 창출과 수익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미래MD전략사업부 내에 컨텐츠개발팀을 신설했다. 향후 PB 브랜드 개발 등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진행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컨텐츠개발팀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영입해온 김수경 상무와 새로운 팀원들로 꾸려졌다.
컨텐츠운영팀은 기존 업무를 이어간다. 최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 ‘소을331’ 매장을 목동과 현대무역점에 오픈했으며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에르노’의 단독매장을 확보했다. 특히 ‘소울331’ 목동점은 일평균 250~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현대무역점 또한 오픈 당일 65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대표적인 편집숍 ‘분더샵’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더샵’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유수의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췄으며 장르별 라인업 구축에도 성공했다.
이에 2012년 66.1%, 지난해 32.1% 매출이 신장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 자주MD팀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피숀’과 더불어 ‘란제리 컬렉션’, ‘핸드백컬렉션’, ‘슈컬렉션’ 등 다양한 장르의 편집숍을 개발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3월 웨스트관을 개방형 구조로 리뉴얼 오픈하면서 백화점을 하나의 편집숍으로 만드는 신선한 시도를 선보였다. 직매입 비중 또한 5%에서 30%로 늘렸다.
◇ MD 자주성의 핵심은 사입
백화점의 신규 콘텐츠 개발에는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됐다. 그간 특정매입을 중심으로 하던 백화점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직매입 방식까지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입 금액으로 24억원을 사용했으며 올해는 두 배가 넘는 54억원을 소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대백화점 지난해 40억원 가량의 상품을 매입했으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만큼 시행착오도 뒤따른다. 좋은 매출 실적을 나타내는 콘텐츠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는 곳이 대다수다. 롯데백화점의 ‘비아 스텔리나’와 현대백화점의 ‘일라비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은 벤더 때문에 물량 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잠시 부진을 겪었다.
브랜드 입퇴점과 매출 관리만 하던 전과는 달리 판매, 재고, 매출, 수익까지 모두 바이어가 핸들링해야하기 때문에 같은 콘텐츠를 다루더라도 바이어의 역량에 따라 매출 편차도 크다.
단기적 수익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은 이들에게 1년 이상의 충분한 육성 기간을 제공했다. 과거 임대에 의존하던 시스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듯 백화점이 신규 콘텐츠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백화점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고객들은 점차 줄고 있으며 매출 또한 유례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 MD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다수의 전문가들은 MD 자주성을 확보하려면 사입을 더욱 늘려야한다고 말한다. 특히 사입이 대부분 수입 브랜드에 해당돼 아쉬움이 크다.
한 전문가는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에는 1인 기업이 대다수이다보니 특정매입 방식을 적용할 경우 운영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팝업스토어다. 디자이너가 옷을 나르고 판매까지 신경쓰다보니 정작 자신의 창작활동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함께 성장하려면 국내 브랜드 사입 비중도 크게 늘려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백화점 자주 MD 콘텐츠 리스트 (*=편집숍) |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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