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겨울 반짝했던 패션 기상도가 3, 4월 일기불순과 총선으로 이어진 국내 정치 환경의 불안 사태와 같은 내부 환경요인에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유럽의 경제 불안 국면까지 더하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어려움은 끝이 안 보이는 것처럼 여겨진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날씨도 좋아지고, 연휴도 겹쳤었지만 소비자들의 행동은 특정 브랜드에서만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주간 매출 기록, 혹은 전년동기 대비 신장세 등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포지션이나 채널에 관계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역신장의 늪에서 진퇴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패션업의 주된 채널인 백화점의 역신장 상황은 브랜드 매출 저하보다 더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경제지들은 최근 영국의 대표적인 SPA인 「Primark」와 「TOPSHOP」이 올 가을 국내에 직진출 한다는 뉴스를 전해왔다. 또한 미국의 「Abercrombie & Fitch」 「Hollister」 와 「Old Navy」 등도 올 가을 줄지어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의 잇따른 진출 현실에 대해 국내 패션업계는 경기 침체로 백화점과 브랜드들이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앞으로도 대형 해외 SPA가 속속 침투하는 것에 대해 국내 브랜드의 입지가 더욱 더 좁아질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더 괴롭힐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은 국내 시장의 매력 반증
사실 패션업계가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해 무력한 대응이나 따라 하기 식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느끼게 한다. 우리 업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은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따라하기형 SPA의 출범 소식, 유행처럼 뛰어드는 실렉트형 브랜드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대응은 업계의 젊은 청춘들이 먹튀라고 표현하는 매각의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줄지어 진출한다는 사실은 우선 국내 패션 시장의 안정성이 확보 되었다는 증거이고 다음은 성장 가능한 시장이라고 판단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는데도, 우리 업계는 무기력도 아닌 무대응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만큼 현실에 대해 비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실제 이런 상황 인식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온 시장의 변화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누구도 부인 하지는 못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ZARA」 「H&M」 그리고 「UNIQLO」 같은 룰 메이커(Rule Maker)들의 등장은 세계 패션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는 혁명적 상황을 연출하였음에도 고질적인 룰 테이커(Rule Taker)의 입지로 세상을 버텨내는 그 특별한 능력(?)을 지닌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로컬 시장을 연명해 오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양상이 올해에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력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패션 시장 거기다 인접한 초대형 시장의 교두보이면서 테스트베드 마켓으로 훌륭한 조건을 지닌 시장을 글로벌의 야수들이 그냥 놔둘 리가 있겠는지를 반문해 본다면 현재의 상황은 충분히 예견했고 당연한 결과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경기 침체나 기후변화 등의 이유보다 훨씬 심각한, 비유하자면 초등학생들 운동회에 몸집이 다른 중고등부 부정 학생들이 출전해서 메달과 상품을 독차지 해버리는데 아무도 말릴 수 없고 이런 상황을 나서서 연출한 학교 선생님들도 처음엔 운동회가 흥행이 된다고 박수치고 좋아하다 상품이 다 떨어지고 선수들도 불공정하다고 울면서 운동장을 뛰쳐 나가버리는 데다가 게임을 주도하던 중고등부 초청 선수들도 독자적으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동네마다 산재한 놀이터를 접수해서 스스로의 길대로 가기 시작한 상황이 된 것이다.
Commodity Market의 극복은…
그렇게 오랜 시간 한국의 패션업계가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음에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질문을 해본다면… ‘?’
글로벌 경쟁력을 해외 시장 진출이라고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 체력 손실과 수능 범위를 잘못 짚고 공부 한데서 오는 소모적인 기회 손실은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가격 경쟁력과 저가임에도 우수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능력 등 평균 2등급 울타리에서 놀 수 있는 자질을 손상케 한 것 같다.
현재 생존한 국내 브랜드들은 Rule Maker들이 만들어 놓은 패션 소비의 볼륨존 현상을 즐겼고 볼륨존에서 형성된 양적 팽창에 대한 환상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구성원이자 최종 의사 결정자들인 소비자의 감성을 축소시키고 이들의 감성 축소는 바로 시장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궤도에 올라탄다는 엄연한 사실 인식을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 전개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감성 산업인 패션산업에서 시장 구성원 중 의사 결정권자들인 소비자가 기억하는 유일한 접점인 브랜드가 오리지널리티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도 전에 양적 팽창을 따라 하게 되는 상황은 생태계의 강자들에게 스스로 진입 장벽이 낮은 저급한 시장임을 알리게 되고 취약하게 팽창된 시장은 오래가지 않아 가격 경쟁에 들어가면서 원가 관리를 위한 대량 생산 구조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의 최종 국면이 원인은 다르지만 현재 대부분의 패션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Commodity Market의 창궐로 시장의 매력이 손상되고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침체에 이르는 불량 사이클이라는 것을 이웃 일본이나 유럽의 업계가 경험했고, 또 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 존재한다.
유럽의 패션 시장에서 2000년대 중반 들어 진행되었던 중가 볼륨 존 들이 붕괴를 들 수 있다. 「Marks & Spencer」 「Arcadia」 「NEXT」 「Debenhams」 그리고 Bhs로 집합되는 영국 대표 볼륨존 브랜드 5개가 2000년대 들어 현저한 실적 저하를 나타냈다. 그 원인에 대해 영국의 패션업계에서는 대량 볼륨을 통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은 Value-driven 브랜드들과 볼륨은 적지만 마진이 높은 Smaller Fashion Multiples의 양대 세력이 전통적인 중가 볼륨존 시장을 아래 위에서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바로 국내 진출이 결정된 Primark나 Georges at Asda 같은 Value Driven Brand나 Hobbs, Oasis같은 신진 세력들 탓에 중가 구도가 붕괴되었고 시간이 더 흐른 지금 Primark는 글로벌 행보를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중가 볼륨존 브랜드들이 스스로 시장 기회를 무너트리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엄연한 사실에는 소비자의 변화에 맞추지 않고 눈앞의 실적에만 급급해서 전문점으로서의 독자성이나 트렌드의 제안 등 소비자가 원했던 바로 그것이 결여된 채 양적 팽창에 전략의 포커스를 맞추는 우려를 범했다는 것이 붕괴의 최대 원인이 되었다는 게 맞는 분석일 것이다.
시장 관심이 사라지는 Commodity 시대의 소비자들
지난 주 출장에서 읽은 일본의 대표적 경제지 NIKKEI (日經) 주말판에 일본의 백화점들이 올 여름 바겐세일 시기를 예년보다 두 주 연기해서 7월 중순부터 실시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 의식 설문 결과가 실려 있었다.
결과를 보면 58%의 의견은 "관심없다" 였고 찬성 18%, 반대 24%로 나타났다. 왜 관심이 없나에 대해선 바겐세일 시기에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온라인에서 구입한다는 의견이 47 %를 차지했고, 더 본질적인 배경을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들의 구입 장소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의 주 구성품인 의류 • 패션 잡화의 구입처가 매주 세일을 하고 있는 시마무라나, Right On, GU 같은 저가 의류 체인이 31.3 %로 차지하며 GMS 15 %에 이어, 백화점 12 %, 역 빌딩과 패션 빌딩 11. 8 %로 주요 구입 장소의 변화 추세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닛케이 기사는 소비자들의 세일 시기에 대한 무관심은 백화점의 역할이 감소하고 가격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 들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지만, 본질적으로 패션 시장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있었다. 패션도 이제 공급자 가격이 통용되는 소비재에서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지난 주에 늘 해오던 것처럼 변화하는 일본 패션 시장을 학습하기 위해 몇 분들과 주말을 이용한 현장 W/S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최근 두 세달 사이에 도쿄 도심에 자리잡은 도심형 쇼핑몰의 구성 형태와 긴자 한복판까지 자리잡은 Value 추구형 Brand들의 위상 확인이 주라고 볼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 중에 예전 긴자 「유니크로」 자리에 지난해 연말 자리잡은 「g.u」 매장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소개하자면, 매장에 들어서면서 일행 중 한 명이 부인 선물용으로 990엔(우리돈 1만4000원) 이라는 가격표에 빠져서 여름용 코튼 저지 롱 원피스를 무려 4스타일이나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이를 보고 옆에 있던 M모 대표 전문가답게 코튼 저지는 여름에 휘감겨서 원피스로 적합하지 않아서 재고 많이 발생할 것 같아…….라는 코멘트를 남기고 돌아서니 바로 옆 랙에는 TR로 만든 시원한 스타일도 십여 스타일…, 시종일관 상품의 가격대에 충격을 받은 P모 대표는 매장을 빠져 나가 지난 밤의 알코올 기운을 다시 불러 들여 현실을 떨쳐내려 애쓰고, 다양한 상품에 빠진 D모 대표는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샘플 구매에 정신이 없고 어부인 선물을 전리품처럼 챙기고 나오던 J모씨 290엔 한정 특가라는 택이 붙은 스포츠 아이템에서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운동하기 싫어하는 아들의 여름 운동복까지 움켜 쥐고 매장을 빠져 나온다.

과거의 반성에서부터 새로운 시장을….
위의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유형의 대응을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의 대응은 그저 싸니까 좋은 것이고 그것이 필요에 의한 구매인가에 대한 판단은 이미 뒷전으로 물러났고 소비 그 자체로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Commodity 상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어 다양성의 범주로까지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를 대응하기엔 엄두가 안 나서 잊어버리고 싶거나 국내 진입을 안 할거라는 자기 최면을 걸어 본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똑 같은 상품 경쟁력으로 대응 방식을 생각하는 우리 업계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 일화가 지난 주말 도쿄 긴자의 g.u. 매장에서 있었다.
지난해 연말 교외에서 저가격 업태로 성장한 「시마무라」와 패스트 리테일링의 post UNIQLO인 「g.u」가 도심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본 패션업계는 사회에 본격적으로 「Forever21」이나 「H&M」 같은 패스트 패션이 정착하면서 저렴한 패션 상품을 요구하는 층이 넓어진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하면서 g.u.나 시마무라, Right On 등의 저가 교외형 유통이 도심에 진출할 때 일본 패션업계는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패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면도 있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 것이 지난 4월 18일 오픈한 ‘Tokyu Plaza OMOHARA’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을 보면서 우리가 고민 중인 Commodity를 뛰어 넘을 방법을 그들은 찾아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Tokyu Plaza OMOHARA’를 보면서 일본의 현재 패션 유통을 주도하는 세력들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Tokyu Plaza OMOHARA’ 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SEIBU, TOBU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철도 서비스 회사였던 東急 그룹을 모태로 하는 東急不動産 그룹의 유통 서비스 회사인 TOKYU Land SC Management사에 의해 2009년 기획되어 3년 만에 태동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東急不動産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미쓰이, 미쓰비시, 노무라의 뒤를 이어 업계 4위의 종합 부동산 회사이다.
원래 ‘Tokyu Plaza OMOHARA’ 자리는 1958년 하라주쿠 센트리 아파트라는 전후 일본의 최초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80년대 초까지 존재했었고 이 아파트는 당시 일본의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거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 1번지로 하라주쿠를 창조해 나가면서 70년대 후반부터 이곳을 기반으로 맨션 메이커들이 등장하고 하라주쿠에 패션 붐을 가져온 일본 패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리라 할 수 있다.
1999년 일본의 상징과 같은 이곳에 미국의 「Gap」이 플래그십숍을 열면서 일본 패션의 상징과도 같던 이 지역이 십수년간 외세에 의해 지배를 받는 패션 식민지와 같은 세월을 보냈을 만큼 일본의 패션업계는 참담한 시절을 보내 왔다.
2009년 「GAP」이 빠져 나가고 인근에 「ZARA」 「H&M」 「Forever21」 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플래그십이 설 때만 해도 일본 패션 산업의 미래는 없어 보였는데 이번 ‘Tokyu Plaza OMOHARA’를 보면서 일본 패션업계가 가진 저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구성이나 운영면에서 ‘Tokyu Plaza OMOHARA’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었다. 2주 전에 도큐부동산 그룹이 ‘Tokyu Plaza OMOHARA’의 한 달 운영실적을 발표하였는데 이 자료에서도 이런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4월 18일부터 5월 17일까지 30일간 실적을 보면 내점객 86만명(연간 예상 400만명) 골든위크 기간엔 일평균 3만명 내점. 매출 11억엔(연간 예상 90억엔)
위의 자료만 보아도 불황기 일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실적이라는 점에 일본의 리테일 업계가 놀라고 있고 상당수의 디벨로퍼들이 용기를 내서 출점을 서두를 거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도큐부동산그룹만 해도 초 핵심 지역인 긴자에 이미 ‘Tokyu Plaza OMOHARA’의 2탄을 준비하고 있고 많은 지역에서 일본 리테일의 부활 움직임을 보일 것이며 패션기업들도 좋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런 기대를 하고 있다.
위의 ‘Tokyu Plaza OMOHARA’ 전경 사진을 보면 키 테넌트로 전면에 대표적인 일본 기업 Baroque Japan의 New Concept Store 'the Shel'tter Tokyo' 와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American Eagle Outfitters와 Tommy Hilfiger를 좌우에 배치하여 일본이 주도하는 패션 시장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브랜드들이 연합하여 지난달부터 매월 첫째 금요일에 지역 축제를 열고 있는데 ‘Tokyu Plaza OMOHARA’ 와 BEAMS, 'the Shel'tter Tokyo' 등 일본 기업들이 주가 되어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시장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정말 많이 빠르게 변한다. 패션의 패러다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빠르게 바뀐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진정 획득하기 위해선 우리의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보다 분명 앞서 있는 패션 선진국가가 옆에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앞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조금은 위안을 주고 다시금 돌아보게끔 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도 한다.
지금 모험을 할 시기인 건 분명한 것 같다. 강자라는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장에서 격돌할 그날을 위해 고민만 하지 말고 정말 대단한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부딪혀 보자.
성공하는 것과 실패하지 않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성공에 이르는 첫 번째 길은 변화의 길로 발길을 향할 때 나타난다.
김묘환 CM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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