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생활과 분리되어 있다고 하죠. 반면 상품은 대중과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도구죠. 대중과 동떨어진 예술과 친해지고, 너무 가까워 식상한 상품에게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소통의 지름길이 쌈지길입니다."
이진경 쌈지길 아트디렉터는 쌈지길이 태어나기 전 부지를 매입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과정, 2003년도 오픈부터 지금까지 쌈지길의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현대미술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미디어, 추상표현 등 실제 우리와 소통하는 예술이 있는가 하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들이 대중과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쌈지는 어려운 예술이 아닌 편안하고 쉬운 예술로 교감합니다. 혹자는 키치(kitsch)스럽거나 천박함의 가벼움으로 넘겨 짚을 수도 있겠지만 대중과 같이 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토대가 되어 국내뿐 아니라 인사동을 찾는 관광객들까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4년 째로 접어든 쌈지길의 하드웨어적 장치들은 제 모습을 갖춘지 오래다.
‘사통팔달’로 통하는 입구에서부터 외국 브랜드나 외래어를 사용한 이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쌈지길에 담긴 모든 상품들은 ‘한국’ 그 자체인 셈이다.
“건물의 구조적인 측면 외에 마당에서 다채로운 활동들이 벌어집니다. 어린이들이 참여해 놀이마당을 열기도 하고, 커플들이 참여해 사랑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매년 3월 30일에는 ‘쌈지날’이라고 쌈지길의 생일 격인 날을 정해 큰 놀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날에는 화전시연, 오미자 화채 등 음식들을 실제로 재현해 판을 벌이기도 하고, 투호 던지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즐기는 마당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 ‘나비’라는 상징물을 정해 행복한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나비는 예로부터 ‘행운을 부르는 상징물’로 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하잖아요. 쌈지길에서 행운을 가져가고 행복을 부르는 기운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이 뿐 아니라 정월대보름에는 ‘소원나무행사’를 통해 쌈지길을 찾는 이들에게 자신의 소원을 되새김질하는 계기를 선사한다.
“쌈지길은 쇼핑몰의 공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소통하고 잊혀져 가는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까지 되살리는 곳입니다. 더불어 국적을 떠나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나고 외국인들에게 ‘서울에서 볼 만한 장소’로 떠올리는 문화 특구로서 제 기능을 다해낼 것입니다.”
이진경 아트디렉터와 쌈지길과의 만남은 천호균 대표의 ‘그림 사랑’으로 맺어졌다.
98년도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당시 자금이 부족해 전시 개최가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손을 내민 이가 천호균 사장이었던 것이다. 이후 쌈지길의 아트디렉터로 영입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천호균 사장이 이진경 아트디렉터의 작품에 반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정제된 완성미가 흐르는 작품이 아닌 어딘가 소박하고 덜 완성된 듯한 느낌. 이 느낌이 사람 냄새가 나고 정감이 있어서 참 좋다고 하시며 쌈지길과 잘 어울리겠다고 하셨죠.”
쌈지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로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과 대중을 이어주고 있다.
이진경 쌈지길 아트디렉터는 “상품을 파는 패션 기업을 넘어 문화와 소통하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응원과 믿음이 쌈지길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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