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희 중국 DW기업 고문 |
◇ 중국 대리상, 중국 패션시장의 성장 주도 중국의 패션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대리상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거대한 중국 패션 유통 시장이 제대로 된 네트워킹을 갖추며 성장한 데는 바로 ‘대리상’이라는 유통 주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 형성된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3,4,5선 도시까지 패션관련 유통이 영역을 넓히는 데 바로 이 대리상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최근 중국 경제 발전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패션 유통 변화의 최대 피해자가 돼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부분 가두 시장의 주요 상권에 포진하고 있는 대리상의 매장들이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견뎌내지 못하는 데다 최근 도시화로 인한 쇼핑몰의 출현으로 가두 시장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리상은 쉽게 말해서 각 성(省)의 판매권을 부여 받은 지역별 판매 대리 주체입니다. 이들은 그 지역의 상권에 대한 파악은 물론 지역의 유통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지역 소비자들의 성향, 습관 등에 익숙한 그야말로 지역 전문가 집단입니다. 대리상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외에 가맹상(加盟商)이라는 하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맹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점주의 개념인데 대리상과의 계약을 통해 브랜드의 상품을 사갈 권리를 받습니다.
그러면 대리상들의 사업 규모는 대략 얼마쯤 될까요? 제가 아는 중국의 한 남성복 브랜드의 충칭지역 대리상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들은 매출 규모가 한화 4000억에 이르고 직원수가 천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판매 대리권을 가진 브랜드가 5개에 이릅니다. 이미 전개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 외에도 스페인의 ‘망고(MANGO)’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까지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리상에 대한 규모를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 입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의 웬만한 패션 기업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 뉴노멀과 함께 난관에 부딪힌 ‘대리상 제도’ 중국의 대리상의 사업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대리상은 브랜드와 계약을 통해 대략 소비자가의 40%선에서 상품을 사갈 수 있는 권리를 얻습니다. 이 상품들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을 통해 판매됩니다. 하지만 하부구조인 가맹상들은 수주한 상품을 소비자가의 50%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리상들은 가맹상들이 수주한 상품의 10% 정도의 이익이 생기게 되며 대리상 입장에서는 아주 휼륭한 비지니스 모델입니다.
문제는 바로 가맹상이 운영하는 매장입니다. 소비자가의 50%에 받아간 상품으로는 매장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판매비용을 고려하면 최소한 70% 이상의 마진을 남기고 팔아야 하는데 50%로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대리상 제도의 최대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가맹상을 포함한 대리상들도 어쩔 수 없이 브랜드에서 정해 놓은 가격을 변칙적으로 올려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운영상에서 발생합니다. 대리상들은 브랜드의 수주회를 통해서 그 브랜드의 상품을 수주해 자기 매장이나 가맹상 매장에서 판매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상품 수주 기준이 브랜드의 콘셉이나 상품기획 의도보다는 자기 지역에서 팔릴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리상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명확한 콘셉을 전달할 수 없게 됩니다.
대리상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이유 중에 이런 운영상의 문제가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상과 가맹상 매장 모두 브랜드가 보여 주고 싶어하는 상품, 매장 콘셉이나 심지어는 가격까지 변질이 되어 소비자에게 보여지면서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패션시장의 선두주자 ‘베로모다(VERO MODA)’ ‘온리(ONLY)’는 이런 문제가 대두되면서 몇 년 전부터 대리상 매장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중국 스포츠 대표 브랜드 ‘리닝(LINING)’의 경우는 아예 전체 대리상 매장을 인수해 직영매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스촨성 청두 대표 가두 상권인 춘시루(春熙路) |
‘Chic Young Blood’ 전시장 전경 |
◇ 진화하는 중국 대리상 기업
몇 년 전부터 중국 대리상들의 고민의 질이 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사업 파트너인 가맹상들이 급격히 줄어 들고 있습니다. 판매비용의 상승과 쇼핑몰의 급격한 증가 등 유통망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시장이 세분화 되면서 각 조닝별로 유사 콘셉의 저가 브랜드가 등장해서 기존 유통을 끊임없이 파고 들어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대표적인 남성, 스포츠 매장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3,4선의 가두시장은 대부분 도매시장에서 성장한 또 다른 저가 브랜드나 ‘다이소’ 같은 저가 일용품 판매매장 등으로 유통 지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패스트 브랜드의 2,3선 도시 진출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를 가진 대리상과 가맹상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최근의 상황은 대리상들의 비지니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이상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존속의 위험을 느끼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결국 대리상들은 이익구조가 취약한 기존 브랜드 판매 대리권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추어서 스스로를 바꾸며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 브랜드와 제휴에도 관심 높아
이런 중국의 대리상들이 최근 한국 브랜드와의 합작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 남성복 ‘치피랑(SeptWolves)’의 충칭지역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대리상은 치피랑과 함께 한국 여성 브랜드 ‘랩(LAP)’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충칭지역의 최고 수준의 유통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충칭을 중심으로 스촨성, 궤이저우성, 후난성 등 중국 서부 지역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그 지역의 확실한 유통망이 확보돼 있고, 반응이 좋을 경우 주변지역까지 쉽게 매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십년 간 경험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리테일 시스템은 얼마든지 브랜드가 늘어나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성숙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 3,4선 도시에서 성장한 대리상들은 그동안 확실한 충성고객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데이타를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브랜드의 고객들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 직접 브랜드 론칭도 불사
대리상의 진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판매 경험을 중심으로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중국 비지니스캐주얼 브랜드인 ‘Dan cing Wolves’의 쓰촨성 대리상의 경우는 ‘S.R Golf’라는 브랜드를 직접 론칭했습니다. 상품은 광저우 지역과 청두의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직접 구매를 통해 구성하고 있고, 매장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등은 그동안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큰 바탕이 됩니다.
물론 상품기획과 판매데이터 분석을 통한 상품기획으로의 피드백 과정 등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에 미숙할 수 밖에는 없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홀세일 브랜드 활용한 콘텐츠 확대
2015년 10월 상하이에서 진행된 ‘CHIC’ 전시회도 그동안 브랜드 홍보장이였던 전시회 성격이 ‘Chic Young Blood(CYB)’ 프로그램을 통해서 바이어와 홀세일 브랜드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이에 대한 대리상들의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아직은 본격적인 비지니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홀세일 브랜드와의 비지니스는 대리상들에게 중요한 변화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국의 대리상들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고 있으며 많은 자본과 판매 노하우를 축적한 그들은 스스로 진화하며 중국 패션 유통의 거대한 축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윤대희 중국DW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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