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의류 부문은 타 산업에 비해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시즌성이 강하며, 고객의 요청에 따라 변화무쌍한 곳이라 진입장벽도 높고 다소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패션업의 경향은 컨설팅 업무로 전향한 필자가 오랫동안 현업에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현업에 계신 분들께 조언을 듣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면 이렇게 변화무쌍한 패션업계가 더 이상 한국인 것만이 아닌 한류 붐의 거센 파도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필자가 현업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국내 많은 브랜드들이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보아 왔다. 이들 중에는 홍보 등의 이유로 ‘직접진출’을 기획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이유로 해당지역의 브랜드 또는 유통사와 제휴하여 현지 진출을 꾀하는 ‘간접진출’의 방식을 취하는 기업도 있다.
이에 중개자로서 'Middleman' 의 역할을 수행하는 필자는 유럽, 미국의 다수의 브랜드들과 접촉하고 그들과 국내 브랜드들 간의 제휴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그 동안 현장에서 보아온 브랜드 역사를 강점으로 지니고 있는 유럽 브랜드들의 특성과 유의점, 신흥시장 중국의 강점과 중국시장으로 진출할 때의 유의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유럽 브랜드의 강점은 ‘헤리티지’
최근에 활발하게 진행 중인 국내브랜드와 유럽브랜드 간의 제휴를 사례로 들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유럽브랜드의 강점은 헤리티지다. 많은 브랜드들이 수십 년이 넘는 시간적 역사를 바탕으로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 즉 그 브랜드만의 독창적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로 국내 고객들에 어필이 되는 상황이다. 이는 여유로운 삶과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다양한 색채를 활용한 독특한 컬러와 입체적 패턴 등 독창적 디자인은 국내 브랜드들이 추종하는 유럽 브랜드의 강력한 매리트이다.
최근 들어 그 경향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동안 한국 브랜드들은 다양한 해외전시회를 통해 유럽 브랜드 제품을 관람한 후 그와 유사한 제품을 제작해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루트로 들여온 유럽의 창의력과 감성은 한국 디자이너에 의해 응용되어 한국 정서에 맞추어지고, 유명연예인을 통한 홍보전략으로 대중정서에로 확대되고, 그렇게 생산된 제품은 한국만의 고유한 유통방식인 대리점을 통해 공급돼 왔다. 이러한 메스티지 전략은 최근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분모로 그 기저에는 유럽 브랜드들의 헤리티지가 있다.
◇ 4~5년치 로열티로 유럽 브랜드 인수 및 제휴
이러한 이유로 국내 많은 브랜드들은 브랜드 헤리티지, 프리미엄화를 위해 유럽 브랜드와 제휴, 지분인수, 판매독점권 취득 등 다양한 방안들을 진행 중이다. 유럽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중소규모의 브랜드들이 (하지만 국내에는 고가이미지) 자금문제로 경영이 어려워져 매물로 등장함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브랜드 인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낮은 가격을 메리트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판매권 인수 및 조인트벤처 등을 통한 1차 경험과 현지와의 디자인 유통협업(collaboration) 등의 단계를 통한 점진적 접근방법이 적합하다. 이 맥락에서 최근 국내 브랜드 이랜드와 영원무역 등의 단계별 해외브랜드 인수, 아웃도어업체의 유럽브랜드 국내판권 인수 등은 점진적 접근의 바람직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매출에 상관없이 수억 원의 미니멈 로열티를 미리 지급하는 기업이 있다. 즉 로열티 5~10년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낮은 가격에 지급하고, 이에 대한 장기간 판매권을 매입하여 브랜드를 전개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경우 유럽 브랜드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국내업체를 이용만 하고 자기 브랜드를 소프트랜딩 하는 결과를 낳는데 이러한 일은 없어야 하겠다.
경기불황으로 상황이 어려운 유럽브랜드들이 한국의 매출성장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결과 모든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유럽 브랜들 입장에서 보면, 국내업체와의 제휴는 그들의 자금문제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진입이 어려운 중국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디자인, 패턴, 사이즈 등이 유사한 국내시장에서 습득하고, 테스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운 유럽 브랜드들을 상대로 하여 판권인수 등 장기간 판매권을 취득하거나(유럽브랜드 입장에서는 현금확보로 브랜드 유지 가능한 win-win), 유럽브랜드 아이덴티티 및 운영 노하우 취득 후 추후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이 때 해외 브랜드와의 교류 중 현지 경영 및 브랜드 운영 노하우는 뒤로한 채 단순히 브랜드 제휴 또는 인수를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유럽 브랜드의 핵심인 경영노하우 및 홀세일 방식, 디자인 독창성 등을 고려하고, 일부 경영층과 디자인 인력의 고용과 그들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헤리티지와 그들의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여야만 그 결합적 시너지가 훨씬 높을 것이다.
해외브랜드 등이 직진출하는 경우나 직수입의 경우도 주의사항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직수입은 소수의 마니아 층을 구성하기는 좋으나 단순한 디자인, 컬러, 사이즈 등의 차이로 인하여 볼륨화에 실패한 경우가 많아 이 점은 고려해 봐야 한다.
최근 성공한 몇 개의 브랜드들처럼, 해외 디자이너들을 직접 영입하여 그들의 영감과 창의성을 근간으로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더하여 ‘사입 + 해외·국내 콜라보 디자인 제작’등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한다면 좋은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은 K-edition으로 유럽에 역진출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 브랜드 사업의 승부처는 ‘역시 중국마켓’
유럽 브랜드와 제휴하거나 유럽 브랜드를 인수한 국내 브랜드들은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삼기도 하지만, 대부분 중국을 넥스트 시장으로 삼아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미 소수의 패션, 코스메틱 등 국내에서의 성공 케이스만 참고하여 한류 붐을 등에 업고 쉽게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이 있다. 최근에는 유럽의 고급이미지를 활용하여 현지 진출을 타진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해 앞으로 차츰 더 정확한 인지를 해가겠지만, 중국 시장은 정말 가깝지만 먼나라이며(비자 발급이 필수인 몇 안되는 국가), 큰 나라이다.
수많은 중국전문가들이 언급하고 있지만 중국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여러 문화, 기후, 인종이 합쳐진 집합체이다. 중국어를 좀 한다고, 중국인 친구가 있다고 관시를 언급하면서 중국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몇몇이 모여 중국 사업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다고 해서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중국인 사이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관시로 성(成)하면 관시로 망(亡)한다. 결국 정공법이 답이다. 적당히 관시를 통해 진출한다 해도 결국 관시로 퇴출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도 최근 관시와 연결된 부패척결을 위해 정책의 초점을 두지 않았는가.
지난 몇 년간 큰 성장세였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한국의 mono-style (서울-제주)의 매장 전개에 성공하였다고 해서 중국 북경과 상해에 같은 종류의 의류를 전개한다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북경 또는 상해에 임시 쇼룸을 구성하고 대리상을 통해 수주하는, 즉 주문상품에 따라 지역별로 전략을 따로 수립할 것을 권한다. 화장품 업체가 건조한 날씨의 북경과 습한 기후의 상해에 대해 서로 다른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의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경에서 잘 팔린 헤비다운이 상해에서는 매출기여도가 낮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마무리하자면 필자는 의견은 이러하다. 해외브랜드를 활용하여 중국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디자인과 콘셉을 근간으로 한국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후, 중국 현지인에 유통을 맡겨 운영하는 '장점위주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내 브랜드는 유럽 브랜드의 장점을 활용하여, 아시아 시장에 맞게 수정하여 큰시장인 중국에서 전개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길지 않은 패션산업 경력으로 글을 서술해 부족함이 있지만 현업에서 실제로 해외진출에 대해 직·간접 진출 경험을 근간으로 기술하였으니 양해를 부탁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오성윤 브랜드 비즈니스 컨설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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