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진출을 위해서는 맞춤형 인재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진 출처:유니클로 홈페이지 |
수많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례는 드물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내 국내 패션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등 많은 호재가 있기에 이러한 미비한 성적은 아쉽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수의 전문가들이 휴먼 파워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 진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파견한 것은 중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과·차장급 직원들. 현지 사정이나 상권별 특성을 파악하거나 중국 시장 전체를 두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정도의 비즈니스 스킬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는 것.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를 살펴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자라코리아는 까르푸의 국내 현지화를 이끌었던 이봉진 씨를 영입해 총괄 지휘권을 맡겼다.
국내 시장에 밝은 이봉진 지사장에게 경영권을 맡긴 대신 자라 본사에서는 마케터나 VMD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내 국내 시장 공략을 돕게 했다.
이에 정부와 회사차원에서 글로벌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중국 시장 특화 인재 양성을 위한 교두보 역할이 요구된다. 중국 현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재를 초청해 중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과 연계시켜 현지 사정과 비즈니스 스킬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인재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친한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담할 인력을 길러야만 한다. 과거 패션기업들은 내부의 직원들 중 비교적 해외 시장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인재를 차출해 파견보내고는 했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는 해당 국가에 대한 언어나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기본이고 여러 변화요소에 따른 상황 판단 능력, 비즈니스 스킬 등을 갖춰야 하므로 이에 특화된 인재를 길러내야만 한다. 이 때 영업과 같이 현지인이 잘 할 수 있는 업무와 VMD 등의 국내 인재가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분담하는 것도 중요하다.
◇ 현지화는 현지 인력에 달렸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까다로운 시장이라 말한다.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가 강하며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품속으로 파고 들려면 그들의 성향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터. 중국 진출에 가장 성공한 요식업체인 ‘KFC’의 비결 또한 현지 인력을 통한 현지화에 있다.
KFC는 1987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연 뒤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매장이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4900개에 이른다. 이만큼 KFC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료로 중국인들의 입맛에 맛는 메뉴를 개발해 친근감을 형성했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중국 시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KFC 는 글로벌 표준화를 앞세운 맥도날드를 넘어설 수 있었다.
KFC의 현지화 전략을 이끈 것은 중국에서 채용한 인재들이다. KFC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직원들을 중국 문화권에 속하는 대만 출신으로 배치했다. 또 100여명의 중국인 연구개발 인력을 통해 중국식 메뉴 개발에 힘썼다.
각 지역으로 뻗어나간 지금도 해당 지역의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으며, 요식업 관리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까지 설립했다.
◇ 현지화로 상권별 특화 경영도 가능
‘까르푸’도 적극적인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해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까르푸는 중국 시장에 슈퍼마켓이라는 업태를 처음 도입한 기업으로 중국인들은 슈퍼마켓을 칭하는 ‘차오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까르푸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라고 한다.
외국 기업이 어떻게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을까? 답은 ‘권한위임형’ 점포 운영 방식에 있다. 중국의 까르푸를 살펴보면 각 지역별로 상품 구성과 가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각 점포에 권한을 부여해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팔 것인지’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유층이 많이 사는 상하이 구베이지역의 까르푸에는 수입품이나 고가의 상품을 많이 들여놓는다.
가격 또한 지역의 특색에 맞춰 변화시킨다. 상품을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해 민감도가 높은 상품은 타 지역보다 5%, 민감도가 보다 낮은 상품은 2% 저렴하게 판매한다. 각 점포는 3개월 마다 주변 상권 조사를 실시해 상품 선정과 가격 조정을 결정한다.
◇ 잘 채용한 인재 하나로 대기업도 제쳤다
‘농푸산취엔’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하하’ ‘러바이스’ 같은 경쟁사를 제치고 중국 음료수 업계의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
창업 후 회사의 오너가 주목한 것은 홍보의 힘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농푸산취엔의 오너는 중국 사회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독특한 캠페인 전개를 펼쳤다.
건강에 좋은 물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웠으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경기 중계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광고했다. 덕분에 10위였던 점유율은 한 달만에 3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회사가 날로 커져갔지만 신생회사다 보니 경쟁사보다 영업에 익숙한 직원이 부족했다. 이에 농푸산취엔은 중국 삼성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매니저를 영입해 폐점 위기에 처한 베이징 매장을 맡겼다. 새 매니저는 조사 끝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매장을 오히려 확대할 것을 제안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로도 이 매니저는 광둥성 지역에 300개 이상의 대리점을 모집하고 수원지에 소비자를 초청하는 ‘에코 투어’를 기획해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등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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