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소싱은 벤더사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진출처 : 리앤펑 홈페이지 |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결정짓는 소싱은 패션 사업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성능인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가 퍼져 나가며 소싱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소싱력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이를 발판삼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직접 제조를 진행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지닌 벤더사들을 활용해 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생산을 한다.
뿐만 아니라 벤더사들을 하청업체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신뢰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동반성장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벤더사들에게 트렌드 정보 등을 쉐어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상품을 생산한다. 시장적중률을 높인 상품은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벤더사에게도 수익을 안겨주며 벤더사들은 풍부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디자인이나 소재 개발에 몰두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협력 구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조에서 생산, 판매까지 직접 하고자하는 제조자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정비용을 높이는가 하면, 하청업체에 대한 무리한 갑질로 마찰을 빚기 일쑤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소싱에 대한 시각부터 달리해야 할 것이다.
◇ 역할분담으로 전문성 높인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며 패션에 있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템을 만나보기를 원한다. 또한 유행의 변화 주기도 빨라져 신속한 상품 공급이 필수가 되면서 소싱처와의 네트워크 관리가 사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포에버21’은 소싱처를 활용해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매일 신상품을 쏟아내는 SPA 브랜드 ‘포에버21’이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공장은 하나도 없다. 자가 공장 대신 이 브랜드의 생산을 맡아 진행하는 것은 3000여개의 거래처다.
‘포에버21’의 주요 거래처들은 한 달에 120~160개 가량의 디자인을 개발해낸다. 이 중 선택된 디자인들은 빠르면 60일만에 생산돼 미국 LA의 물류창고까지 배송된다. 결재는 입고 후 다음달 말일에 지급되기 때문에 ‘포에버21’으로서는 R&D, 원부자재 선구매로 인한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값싸고 트렌디한 옷들은 전 세계 소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포에버21’은 48개국에 7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브랜드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100대 리테일 기업의 58위에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약 45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포에버21’은 2017년까지 80억 달러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패션기업으로 꼽히는 덴마크의 베스트셀러社. 이 회사 또한 100여개의 벤더사와 함께 성장했다. 베스트셀러는 매월 컨벤션을 열어 벤더사들이 제안한 디자인을 셀렉하고 생산한다. 베스트셀러의 벤더사 중 하나인 패션DK는 1년에 400억원 이상의 상품을 납품할 정도니 베스트셀러가 중소기업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패션DK는 지난해 9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지난해 12월부로 베이징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는 여성복 ‘온리’와 ‘베로모다’는 중국의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남성복 ‘잭앤존슨’과 ‘셀릭티드’는 이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 세계 소싱처를 내 공장처럼
세계 각지의 소싱처를 활용해 마진을 최대화한 기업도 있다. 리앤펑은 1986년 공급사슬 관리(SCM : Supply Chain Mana gemen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체 생산설비 없이 공급업체와 고객을 조율하면서 세계적인 의류 회사로 성장했다. 공장 수배부터 디자인, 원자재 조달, 제조관리, 운송, 통관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공장, 봉제사 하나 없는 이 회사는 한 해에 20억벌 이상의 옷을 만들어 수출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미국의 의류회사가 바지 20만벌을 주문했다고 치자. 리앤펑은 단추는 중국, 지퍼는 일본, 실은 파키스탄에 주문한다. 파키스탄에서 받은 실은 중국으로 보내 직물로 짜서 염색을 하고, 봉제는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진행한다. 보다 빠른 생산을 위해 작업은 세 개의 공장에서 나눠 맡는다.
이 회사는 이런 방법으로 전 세계 40개국에 있는 1만 5000개 이상의 공장과 200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움직인다. 효율적으로 생산을 진행하지만 이 회사가 직접 월급을 주는 종업원은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큰 기업으로 성장했건만 리앤펑은 아직도 자체공장을 두지 않는다. 직접 공장을 운영하게 되면 다른 공급업자들과 원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리앤펑은 새로운 협력 업체와 거래를 틀 때에도 해당 회사 관련 분야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한다. 또한 협력업체가 다른 회사와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 소싱의 정의를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
일본의 미쓰비시상사는 바이어와 벤더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소싱전인 ‘미쓰비시상사 패션 어패럴 종합전’이다. 이 전시회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세계의 소싱 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기 시즌 트렌드 컬러와 소재를 소개하는 자리다. 바이어로는 유니클로, 월드, 온워드카시야마 등 일본의 주요 패션 기업 관계자들이 초청돼 상담을 벌인다. 소싱전은 미쓰비시 섬유 본부 산하가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원부자재와 생산 공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패션 기업들이 종합상사를 통해 소싱을 하는 것은 고정경비 절감을 위해서다. 기업이 성장해 규모가 커지면 운영 비용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맞춰 내부 인력이나 조직을 확대하다 보면 성장기를 지나 하강기에 접어들 무렵엔 커져버린 고정경비로 고전할 수밖에 없다.
벤더 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도 미쓰비시상사의 전시회는 주목할만 한다. 안정적인 수주로 벤더사가 자금력이 확보되면 선기획이 가능해져 이는 생산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여러 회사의 수주를 진행하다 보면 최신 트렌드와 소재 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양질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미쓰비시상사 관계자는 “과거 패션 회사들은 소싱을 단순히 생산자로만 바라봤지만 디자인 소싱부터 원부자재, 물류, 파이낸싱,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활용해야 한다”며 “소싱 경쟁력 또한 단순히 제품 가격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낸싱, 정보, 물류, 마케팅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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