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SPA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등장한 토종 SPA들이 역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내 브랜드를 보기 위해 '팍슨뉴코아'에 몰린 방문객들과 ‘트위’ 매장 |
한국 패션 업계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된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것에 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적인 기업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패션 산업의 대표적인 해외 진출 대상 국가인 중국만을 보더라도 10년 이상 두드린 기업들이 100여 개에 이르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더구나 현재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 기업들마저도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예’라는 답변을 내리는 것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국내 패션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정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진행되는 새로운 버전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그간 경험과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새롭게 진행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자본’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시 예전에는 국내 기업이 직접 자본을 투자해 진출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최근은 국내는 콘텐츠와 시스템을 제공하고 중국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 주요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펀드 유치로 자본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도 하고, 최근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한 사업 계획을 통해 자본 유치를 벌이고 있다.
오렌지팩토리가 지난해 24일 중국 런추시에 2호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오렌지팩토리는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에 투자하고, 중국 기업은 풍부한 자본을 강점으로 부동산과 인테리어, 상품 구매에 투자해 서로 협력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 원더플레이스·오렌지팩토리 등 해외 자본과 결합한 대표 사례
해외 유통 대기업의 자본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로 ‘원더플레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내 대표 편집숍 ‘원더플레이스’는 2014년 말 중국 난징에 1호점을 오픈했다.
중국의 대표 유통 기업인 골든이글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후 첫 글로벌 진출 대상 국가로 중국을 택하고 매장 오픈을 시작했다. 골든이글은 난징시를 기반으로 중국 전역에 30여 개의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분야 대표 기업이다.
‘원더플레이스’는 중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통 대기업인 골든이글과 결합해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정보력을 바탕으로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효율적인 사업 진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더플레이스’와 ‘골든이글’의 자본금 비율은 각각 49:51%다. ‘원더플레이스’가 49%의 지분을 갖는 대신에 자본금 증자에 일정 금액까지는 참여하지만, 그 이상이 될 경우는 골든이글이 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더플레이스’는 1월 현재 5개의 중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월 1일 중국 하이난에 추가 오픈이 예정돼 있다. 올해 중국 가두점에 진출해 보다 효율적인 매장 관리를 펼칠 계획이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 ‘오렌지팩토리’도 해외 대형 자본과 결합한 또 하나의 대표 사례다. 2015년 초 중국의 225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국영기업 신다그룹과 전력적 제휴를 통해 공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밝힌 바 있다. 이어 2015년 12월에는 중국의 또 다른 유통 기업들과 손잡고 베이징의 홍쿤 지역에 1호점, 런추시에 2호점을 1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오픈했다.
중국의 거대 자본과 ‘오렌지팩토리’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과 인테리어, 상품 구매에 투자하고, 오렌지팩토리는 콘텐츠 제공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 국내외 자본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 진출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본의 개념이 새로운 각도에서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다. 직접적인 현금 자본뿐만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안정성, 인프라, 인력 구성과 정보력까지도 자본의 크기로 포함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본력이 큰 회사일수록 인력, 인프라, 정보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우수한 인력와 인프라, 뛰어난 정보력을 갖춘 기업은 자본력이 풍부하다라는 해석으로 도 풀이가 가능하다.
최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사례를 보면 해외나 국내 자본과 결합해 공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거대 자본과 자본이 결합한 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중국 상하이에 ‘팍슨 뉴코아’백화점이 1월 15일 그랜드 오픈했다. 이랜드가 중화권 대표 유통업체인 바이셩(팍슨)그룹과 손잡고 중국 유통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바이셩그룹은 아시아 최다 백화점을 소유한 유통그룹으로, 1994년 중국 베이징에 팍슨 백화점을 열어 현재 중국 34개 주요 도시 6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까지 총 12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랜드가 51%, 바이셩그룹이 49%의 지분률로 자본이 결합해 바이셩그룹 소유의 백화점과 쇼핑몰을 새롭게 리뉴얼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호점 점포는 중국 바이셩그룹이 4년 동안 운영해오던 팍슨백화점 매장을 리뉴얼한 것으로 영업면적은 약 5만㎡(1만5125평)에 규모다. 점포 전체 구성은 이랜드의 콘텐츠 30%와 백성 보유 콘텐츠 5% 등 총 35%가 자체 브랜드로 채워졌으며, 총 200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명품 매장인 ‘럭셔리갤러리’와 중화권 유명 귀금속 브랜드인 ‘조다프’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했고, 이랜드 자체 SPA 브랜드 10여 개와 3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한국 화장품, 패션 편집숍 등이 입점해 20부터 40대까지를 메인 타깃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대표 한식 뷔페인 ‘자연별곡’과 중국 내 가장 유명한 50개의 외식 브랜드들이 입점시켰다. 또 한국의 트렌디한 의류 브랜드 ‘트위’ ‘난닝구’ ‘언더그레이’ 등과 액세서리 잡화 편집숍 ‘레드아이’도 입점했다.
◇ 핫소스, 직접 자본 유치해 해외 공략
패션에 IT를 접목한 스타트업들 역시 자본금 투자를 받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곳이 늘고 있다. 홀세일러와 리테일러를 연결하는 패션 소싱 플랫폼인 ‘핫소스’ 어플리케이션의 경우가 대표적인 스타트업 사례다.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사업 계획이 높게 평가 받음으로써 지난해 11월 카카오 계열사인 투자전문 회사 케이큐브벤쳐스로부터 6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찾아가는 맞춤 남성패션 스타트업 ‘스트라입스’도 지난해 11월 투자금 50억원을 유치했다. 스트라입스는 소비자가 모바일 홈페이지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방문해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다. 이후 소비자는 필요할 때마다 상품 디자인을 선택하고, 스트라입스는 저장된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옷을 제작해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준다.
사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빅데이터로 관리해 생산과 유통 과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은 것이다. 나아가 스트라입스는 위탁 생산이 아닌 직접 생산을 위해 고가 셔츠를 주로 생산하는 의류 제조공장 드림팩토리를 인수해 비즈니스 영역을 보다 확대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뒤 중국과 홍콩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 진출이 패션 산업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영역으로 자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자본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 기업간, 기업과 디자이너간, 유통 기업과 패션 기업간, 해외 브랜드 인수, 자본금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자본강화 방법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이 이뤄져 향후 전개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김성호 기자
k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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