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차이나 매장 |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지난 30여년간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큰 위기도 겪었지만 ‘매스밸류’와 ‘아웃도어’를 앞세워 꾸준한 성장기를 지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성장은 공급과잉을 부추켰으며, 여기에 글로벌 SPA의 공세와 모바일 채널을 통한 신세력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 패션시장은 본격적인 성숙기 시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즉 공급자들의 능력에 따라 시장판도가 좌우되던 프로덕션 시대가 종식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채널과 상품으로 승부해야 하는 소비자 중심의 리테일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고비용구조 혁신 &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
최근 국내 패션산업의 어려움은 ‘고비용 비용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상품을 매장에 출하하기까지 길게는 1년 전에서 짧게는 6개월 이전부터 R&D와 원부자재 소싱에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매장을 확보하고 판매하는 비용까지 고스란히 패션기업에서 떠안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더욱이 국내 패션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백화점 채널은 여전히 35~38%의 높은 판매수수료와 10~15%의 판매관리비를 공급업체가 직접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과거 성장기에는 높은 유통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성숙기에는 근본적인 사업모델 혁신 없이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유사한 산업 싸이클을 겪어온 유럽과 미국, 일본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변화 흐름를 확인할 수 있다. 산업규모가 커지고 제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며 산업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생산자가 기획에서부터 제품 공급까지 주도권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이끌었던 프로덕션 시대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빨리 파악해 바로 제품에 적용하는 리테일 시대로 접어든 것.
패션산업의 중심축이 옮겨간 리테일 시대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필요한 부문은 과감한 아웃소싱을 통해 고정비용을 낮춰야 하며, 국내시장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근간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의 강점을 활용한 O2O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과 동남아 온라인쇼핑몰과 직거래 채널이 확보됨에 따라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헸다.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홀세일 비즈니스’도 각광받고 있다. 이미 국내시장은 물론 중국에 편집숍이 활성화된 만큼 이들을 겨냥한 홀세일 마켓은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서 개최되고 있는 ‘홀세일 전문 수주 전시회’는 이러한 시장상황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 유럽과 미국의 브랜드로 중국시장 공략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던 린드스트롬(Lindstrom)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이 없으며 단지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충족시키는 합리적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는 한국의 브랜딩력에 대한 평가절하임과 동시에 한국의 제품 생산능력에 대한 칭찬이다.
국내 산업 종사자들이 글로벌에 진출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중 빠지지 않는 항목이 ‘낮은 브랜드 인지도’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새로 브랜딩하고 론칭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까지는 상상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딩을 한다 해도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 하에서는 수익을 거두기까지는 수많은 난항이 예정되어 있다.
엠케이트렌드(대표 김문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지난 2013년 엠케이트렌드 중국법인은 ‘NBA’ 차이나와 중국, 홍콩, 마카오 지역에 대한 ‘NBA’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2014년 5월말 ‘NBA’ 첫 매장을 오픈했다. 진출 2년 차인 2015년 중국 ‘NBA’는 매장 66개, 매출 총 468억원, 매장당 월 매출 평균 약 6000만원, 대형매장은 1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NBA’는 안정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중국 ‘NBA’의 성공은 무엇보다 ‘NBA’ 브랜드의 네임 밸류와 엠케이트렌드의 상품기획력 및 디자인개발능력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냈다는 평. 엠케이트렌드는 국내 캐주얼 분야에서 ‘티비제이’ ‘앤듀’ ‘버커루’ 등을 전개하며 뛰어난 상품기획력 및 디자인개발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8월 국내에서 새로 시작한 ‘NBA’ 라이선스 사업은 전 세계 ‘NBA’ 라이선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힐 정도.
사실 엠케이트렌드는 ‘NBA’에 앞서 ‘티비제이’ ‘버커루’ 등으로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인식되지 않아 신규 브랜드의 시장진입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주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 엠케이트렌드는 이러한 문제점을 미국 브랜드 ‘NBA’ 라이선스로 해결했다. 장시간과 고비용이 소요되는 브랜딩보다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사업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것.
국내 진캐주얼 브랜드인 ‘플랙(PLAC)’은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앞서 2년여 동안 미국과 유럽의 각종 쇼에 참가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한 후 아시아 시장으로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에 제품기획력이 더해지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플랙’은 효율적인 중국사업을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유통에 전문적인 디스트리뷰터에게 브랜드 유통을 일임하면서 초기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제조 마진을 최소화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 이는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안겨줄 전망이다.
박상욱 ‘플랙’ 대표는 “중국 시장은 브랜드 사이클상 진출 초기에 매장 인테리어, 홍보 비용으로 상당한 투자가 진행되는데 현지 파트너가 적극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중국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남은 시장이라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후에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브랜드를 알리는 초기 투자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O2O 앱 |
◇ 오프라인 기반으로 온라인서 수익 창출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세일데이인 ‘광군제(쌍11)’ 매출이 912억위안으로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말 미국의 쇼핑 시즌에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온라인 매출의 증가세였다. 미국 최대 쇼핑데이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 방문객은 줄어든 반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블랙프라이데이나 마찬가지인 ‘사이버먼데이’의 쇼핑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모바일이 차지한 비중은 ‘광군제’가 68%, ‘사이버먼데이’가 25%에 이른다. 유통의 중심이 매장에서 전자상거래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가 확연한 만큼 이에 발맞춰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패션업체 중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는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며 이미 지난 2009년 ‘타오바오’에 온라인 매장을 개설해 진출했다. 이른 진출에 이은 성공적인 시장 안착으로 올해 광군제에는 중국 ‘화웨이’에 이어 단일 브랜드 매출 2위, 수많은 ‘타오’ 브랜드를 제치고 전체 패션 브랜드 1위를 달성했다.
게다가 ‘유니클로’는 2013년부터 최근 화두로 떠오른 O2O채널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현재 ‘유니클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 등 소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기능으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경우는 많다. 레드오션으로만 보이던 시장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김위찬 교수는 <블루오션 전략>에서 ‘가치 혁신’을 통해 새로운 혜택과 서비스를 창조해 고객들을 위한 가치를 증대시킴과 동시에 가치가 덜한 서비스를 제거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 환경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또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바뀌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롭게 변해야 한다.
박상희 기자
p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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