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남성 편집숍, 생존 경쟁력 갖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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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리테일, 속내는 과거 탈피 못한 부실 덩어리 우려

2014-11-06 오전 11:49:40



코오롱FnC가 ‘시리즈’ 업그레이드 버전인 ‘어나더 에디션’을 롯데월드몰 에비뉴엘에 선보였다. ‘어나더 에디션’은 남자의 집을 콘셉으로 꾸며졌다.




남성복 시장의 편집숍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의류뿐만 아니라 그루밍, 가든, 키친, 퍼퓸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아이템들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위기감을 느낀 내셔널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편집숍 열풍에 가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코오롱FnC는 얼마 전 롯데월드몰 에비뉴엘에 ‘시리즈’의 새로운 모습인 ‘어나더 에디션’을 오픈했다. 또한 쇼핑몰에는 ‘커스텀멜로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큐브90’을 선보여 색다른 변신을 꾀했다.

신원도 편집숍 ‘맨큐’의 첫 매장을 이 곳에 선보였다. LF는 ‘토크’를 백화점 매장 중심으로 테스트하고 있으며, 더휴컴퍼니는 지난 8월 현대백화점 무역점에 프리미엄 편집숍 ‘필로소’를 선보이는 등 편집숍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화점도 자체 남성 편집숍 운영에 발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아카이브’를, 현대백화점은 ‘로얄마일’을 운영 중이다.









◇ 시리즈, ‘어나더 에디션’으로 변신… '큐브90’ ‘맨큐’ 등도 등장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4층, 매장 맵에서 ‘시리즈’를 찾는다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시리즈’라는 이름을 지우고 ‘어나더 에디션’이라는 명칭으로만 표기했기 때문.

이 곳은 매장 입구부터 워크룸, 키친&바, 베쓰&베드룸, 드레스룸 등 남성들의 로망인 독신남의 공간을 담아 낸 ‘남자의 집’으로 구성됐다. 피팅룸은 음악실과 세탁실로 꾸며 색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각 구역에는 각각의 특징을 반영해 의류와 신발, 아이웨어, 패브릭, 주방 용품 및 주류 등 다양한 상품을 구성해 토털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한경애 코오롱FnC 상무는 “최근 남성 고객들이 여성 고객 못지않게 다양한 관심사와 취미를 갖고 있고,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한 의류 및 관련 상품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추세”라며 “‘시리즈’는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남성들의 주된 관심사를 각 매장에 담아 오프라인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트렌드를 제시함으로써 브랜드 경험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쇼핑몰에 자리잡은 ‘큐브90’은 서점과 CD판매점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커스텀멜로우’의 남성 라인을 중심으로 ‘바커’ 등 수입 브랜드, 일부 여성 라인과 함께 독립출판물 서점 ‘유어마인드’, 인디레이블 ‘해피로봇레코드’와 협업한 공간을 꾸며놓은 것.

남성 편집숍이지만 여성 라인을 복합으로 구성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 공간의 모습을 표방함으로써 현재 남녀 매출 비중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원의 ‘맨큐’도 같은 곳에 자리잡았다. ‘맨큐’는 ‘지이크’와 팬츠 PB ‘아이코닉7’을 중심으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트와’ ‘네이브’ ‘노이어’와 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렉슨’ ‘아이졸라’ ‘사와’ ‘도큐먼트’ 등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향후 테스트를 거쳐 사입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맨큐’ 판매 직원은 “사실 ‘지이크’를 붙이면 고객들이 더 쉽게 들어올텐데 ‘맨큐’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보니 모델 김우빈의 사진을 보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 회사로써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테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리테일 모델로써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큐브90'


'맨큐'





◇ 너도나도 편집숍 표방, 그런데 시스템은?


하지만 겉모습에 힘주어 변화를 주는 것만큼 내부 시스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몇몇 브랜드는 아직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로 패션기업의 남성 편집숍을 찾아가 조사를 한 결과, 한 달에 2~3번 매장에 들르는 본사 담당자에게 매장을 구성할 아이템 결정권을 맡긴다거나 형태만 리테일숍일뿐 매장 내에서 위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


몇몇 매장 관계자들은 “우리 매장은 상품 구성부터 VMD까지 본사 담당자가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들을 구성했지만 사실 이름도 처음봤고 아직 생소하다”, “새로운 편집매장을 앞으로도 쇼핑몰에 입점시킬 계획이다”라는 등 여전히 도태된 모습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시대에 살았던 내셔널 브랜드들이 리테일 시대로 급박하게 넘어오면서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똑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콘텐츠가 바뀌길 바라는 백화점에도 책임이 있다. 백화점이 챙길 수수료와 임대료만 따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콘텐츠가 길러지고, 자생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신규 쇼핑몰을 선보이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기존 백화점과 같은 ‘판매 수수료제’에 보증금까지 받는 임대 방식을 더한 ‘이중과세’ 성격의 악행을 서슴치 않고 있다. 더욱이 백화점이란 뒷배를 믿고 ‘매출 하한제’까지 적용하는 등 입점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중견업체 대표는 “편집숍과 같은 리테일형 비즈니스는 철저히 유통구조의 이익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 구조에서는 수익은 고사하고 새로운 사업 플랫폼을 만들 수 없다. 유통업체도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부터 저비용 구조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남성 편집숍은 진화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다른 시도와 준비를 통해 리테일 시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남성 편집숍이 있어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우선 ‘어나더 에디션’으로 변신한 ‘시리즈’는 그동안의 학습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가드닝’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남자의 식탁’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남자의 도구’를 콘셉으로 하는 등 다변화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별 다른 콘셉을 선보여왔던 것이 ‘시리즈’의 학습 과정.

뿐만 아니라 본사에서 바잉한 상품은 각 매장별 매니저들이 셀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으며,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콜래보레이션 및 매장 내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면서 이들에게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즈’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 시즌 ‘시리즈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남자의 수단’을 주제로 현대자동차와 협업하는 등 매번 색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모두 16번째 매거진이 발행됐으며, 1만5000부씩 제작해 일부 판매 수량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아카이브’도 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홍대에 기반을 둔 남성 편집숍 ‘스컬프’의 원성진 대표에게 총체적인 컨설팅을 맡겨 차근차근 리테일 모델로 발전시켰고, 현재는 타 편집숍이나 홀세일 브랜드들과 함께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25여 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아카이브’를 총괄하는 이형주 과장은 “백화점에서도 이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편집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젊은 층이 백화점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편집숍을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본점 매장에서 한 30대 고객이 ‘여기서 볼 게 이 매장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카이브’의 콘셉과 인테리어도 모두 이 과장의 아이디어. 집기 하나까지 세심하게 구매했다. 직원들도 단순히 서비스를 하는 판매 직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크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팀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콘텐츠를 구성한 덕분에 ‘아카이브’는 66㎡ 규모의 매장에서 월평균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보통 백화점 매장에서 주말에 매출이 크게 일어나지만 ‘아카이브’는 주중과 주말의 매출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꾸준하게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콘텐츠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남성 편집숍 '아카이브'


이슬 기자
l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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