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發 글로벌 브랜드, 이젠 나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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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관 시몬느 회장

2016-01-22 오후 4:58:54


박은관 시몬느 회장



“글로벌 브랜드의 소비시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한국, 이제는 이곳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됐습니다. 패션 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충분한데다  국가와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뒷받침 되기 때문이죠. 만약 국내에서 글로벌 핸드백 브랜드를 만든다면 인더스트리얼 헤리티지를 가진 시몬느가 해야할 의무와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코치’ ‘DKNY’ ‘마이클코어스’ 등 어포더블 럭셔리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 해온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 그는 이제 ODM을 넘어 서울에 뿌리를 둔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침체된 시장 상황, 생소한 ‘한국발 브랜드’가 불러일으킬 저항감 등 위기요소가 산재해 있지만 박 회장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 혼돈에 빠진 글로벌 마켓

글로벌 마켓은 현재 위기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가장 성장이 빠르고 수익률이 높다고 여겨졌던 핸드백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슬럼프 인 핸드백’이라는 타이틀이 뉴욕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를 장식했을 정도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상품의 정체다. 소재나 디자인에 대한 혁신이 없으니 비슷한 상품들이 로고만 달리하고 출시되고 있다. 또 소비가 침체되니 연중 세일에 돌입하고 이커머스로 밀어내기를 한데다 아웃렛 포지셔닝이 확대되면서 전체 매출과 마진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핸드백 브랜드들의 수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매장 확대로 인해 외형이 증가했을 뿐이지 단위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마진율이 좋기로 소문난 ‘마이클코어스’도 10% 가량 마진이 하락했으며, 4년전 40%대의 마진을 자랑하던 ‘코치’도 1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러다보니 주가 또한 30~40%씩 내려앉고 있는 추세지요.”

이러한 위기 상황은 시몬느에게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더스트리얼 헤리티지를 지닌 이 기업은 그 누구보다 웰메이드에 강하다. 시몬느는 이러한 강점을 발휘해 한국발 글로벌 브랜드 만들기에 나섰다.




◇ 한국발 글로벌 브랜드 초석 다진다

시몬느는 서울 가로수길에 쇼룸을 설치하고 상시 박물관과 가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회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청담동에 ‘0914’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상품과 그 상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공정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을 구경하던 보그 에디터 수즈 멘키스가 그러더군요. ‘이미 어포더블 럭셔리의 태동부터 성장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크게 성공했는데 왜 리스크가 많은 신규 핸드백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냐’고. 제가 답했죠. 이제 아시아 시장을 베이스로 한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할 때라고. 그리고 한국에서 나온다면 인더스트리얼 헤리티지를 지닌 시몬느가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요.”

박은관 회장은 한국에 뿌리를 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시몬느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개품 개발력과 생산력이다. 시몬느의 디자인과 품질은 글로벌 핸드백 마켓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큼의 큰 힘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자체공작소를 두고 그간 손으로만 할 수 있었던 공정들을 하나 둘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0914’는 오리지널리티를 지켜가고 있다. 한 시즌에 600~700sku에 달하는 신상품을 쏟아냈지만 이 중 시장에서 소재나 디자인이 같은 상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 회장은 ‘0914’가 ‘브랜드 인 브랜드’처럼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어떤 소재, 어떤 가격에 만들어야 많이 팔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0914’의 브랜드 가치는 우리가 가진 플랫폼에서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다양한 소재를 소싱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상품을 생산해 퍼스트 밸류의 가격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장점, 우리의 본질 가치를 정공법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박 회장은 ‘0914’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날 계획이다. 서두르지 않고 브랜드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도록 천천히 걸음을 떼겠다는 것. 그는 ‘제대로 브랜드가 자리잡기 까지 어쩌면 20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멋진 소나무 하나를 내 정원에 옮겨 심었다고 칩시다. 그 소나무가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가 걸리는 지 아세요? 무려 7년입니다. 1년간은 지지목을 받쳐줘야 서고 뿌리가 내리려면 3년이 필요하죠. 완전히 잔뿌리가 내리고 비맞고 눈맞으며 이끼까지 끼려면 꼬박 7년이 걸립니다. ‘0914’ 또한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된 브랜드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길을 닦아 나가겠습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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