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해야 하고, 대중은 소비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쇼핑하는 것인가, 기업을 위해서 쇼핑하는 것인가도 헷갈릴 정도다.
천지개벽은 어느 시대나 있어왔다. 한참 산업화가 가속되던 19세기도 지금 21세기 못지않게 세상이 빠르게 바뀌어 가던 시기였다. 공장과 도시가 생겨나면서 농민들은 새로운 기회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고, 농민은 프롤레타리아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럽 제국과 부르주아들에게 식민지는 재료 공급처 겸 시장이었으며, 자신들이 고용한 프롤레타리아 또한 노동자 겸 새로운 시장이었다. 그들은 기계처럼 일하고, 소비했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도시는 완벽하게 정비되지 못했고, 도시로 밀려드는 프롤레타리아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집도, 옷도 싸게, 빨리, 많이 만들어야 했다. 과거 장인들이 수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었던 가구와 옷, 건축들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사람들은 진정한 아름다움보다는 빠른 속도에 길들여져 갔다. 이러한 시대에 대항하여 등장한 것이 그 유명한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 ment)이다.
문제는 윌리엄 모리스의 목적이 제품을 사용할 대중의 미감을 높이기 보다는 없어질 위기의 장인들을 살리자는데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대중에게 설파하려고 한 취향도 중세 고딕 양식 등 시대와 맞지 않는 과거의 양식들이었다. 그래서 이 운동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최근의 패션 컬렉션에 등장하고 있는 디자인의 방향을 보면서 미술수공예운동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SPA 브랜드의 등장으로 국제적으로 빨리 만들고 빨리 소비하고 빨리 버려지는 옷이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항하여 프레타 포르테 디자이너들이 공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돌체 앤 가바나』나 『발망』의 2013 S/S 시즌에 등장했던 위커체어(wicker chair, 고리버들 의자, 잘 휘어지는 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들이 그렇다.
『돌체 앤 가바나』는 위커체어의 이미지와 소재를 그대로 본 딴 뷔스티에와 파니에(치마를 부풀리기 위한 구조물)를 선보였다.
『발망』은 소재를 플라스틱에 실을 감아 사용했으며, 위커체어의 꼬임 방식은 살리면서 좀 더 실제 옷으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옷이 너무도 쉽게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소장할 가치가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패션과 공예의 결합 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킬 지는 지켜봐야겠다.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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