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의 지시사항조차 제대로 이행이 안 된다.” “이 문제는 이미 예전에 해법을 찾아 시행해 왔던 문제 아니야!” “좋은 사람이 오면 뭐해, 관리와 육성 시스템 부재로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거….” “미래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 조직관리가 열악한 중소기업 얘기가 아니다. 삼성의 10여 년 전 모습이다. 잦은 이직, 조직관리 시스템 부재, 조직원 간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패션업체 어느 곳에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과거 삼성에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신경영이란 기치 아래 10년간의 개혁작업을 통해 이를 극복,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삼성이 끊임없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치 회장조차 직원들에게 ‘삼성을 배우라’고 할 정도로 삼성의 신경영 10년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국내외 기업들의 표상이 됐다.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행태와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경영전략에 골몰하는 지금, 패션업체에게 ‘삼성 신경영 10년’은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본다. 삼성은 어떤 이유로 신경영을 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했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배워보자. <편집자 주>
삼성 신경영은 변화를 이끌 만한 능력과 비전을 지닌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과 현재와 미래 시장을 함께 본 경영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 출신의 박병철 한국데상트 마케팅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건희 회장이라는 리더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경영전략이 조직 곳곳에 스며들었기에 가능했다”며,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과 경영전략이 없는 패션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 신경영 시발점은 ‘의식개혁’
삼성 신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질경영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이 선언은 당시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 디자인 고문이던 후쿠다 시게오가 제출한 후쿠다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이 보고서에는 삼성 디자인 부문의 문제점 등이 정리돼 있었다. 더욱이 이 무렵 조립 과정에서 불량품 양산 과정이 그대로 취재된 비디오 테이프가 전달되면서 이 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줄기차게 강조해 온 질경영이 헛수고가 됐다고 판단,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신경영을 펴기로 한 것이다.
신경영 추진을 위해 제일 먼저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개혁을 공감시키고 전사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회장은 “개혁의 필요성을 임직원들에게 공감케 하라”며 신경영 전파를 위한 교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특히 교본을 만화책으로 만들어 임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교본은 총 50만 부를 발행했으며 영어·일어·중국어 등 10여 개 언어로 번역했다. 당시 임직원들은 매일 아침 이 교본을 놓고 1시간씩 윤독회를 갖고 토론을 벌여 개혁 분위기는 전사적으로 확산됐다.
신경영을 위한 의식개혁 결정판은 ‘7·4제’다.
당시 20만 명에 이르는 삼성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두 시간 앞당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모토로 시작한 신경영 실천을 위해선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7·4제’는 이런 점에서 충격요법이기도 했다.
7·4제는 삼성이 추구하는 T자형 인재육성 철학과도 밀접하다. 퇴근 후 자기계발 시간을 가짐으로써 한 가지 전문분야 이외에 다른 분야의 지식을 습득케 하는 것.
7·4제 도입으로 삼성 직원들은 가정과 취미생활, 공부를 통해 입체적 사고를 할 수 있었고, 이는 회사 업무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2001년 삼성 자체 발표에 따르면 임직원 중 외국어 자격취득자가 7·4제 도입 전인 1992년 말 14만200명에서 3만500명으로 늘었다. 정보화 자격취득자는 1천900명에서 3만5천 명으로 증가했다. 7·4제는 임직원의 자기계발을 유도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연간 조 단위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한 경영 시스템이 됐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실천을 위해 강조했던 또 하나가 ‘기록문화’다. 삼성은 20여 년이 지난 문건까지도 보관하고 있다.
이 회장이 기록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부회장 시절부터 자신이 지시한 문제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 이 회장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기술이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않은 것도 기록문화 부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신경영은 ‘체험의 산물’
삼성전자가 월드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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