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쌈지길’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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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 중심 패션 컨텐츠로 진화”

2010-09-18 오전 9:51:16



독립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이너라면, 인사동 ‘쌈지길’을 꼭 챙겨 볼 일이다. 디자이너 혹은 작가주의 중심인데다가 해 볼 만한 수수료(25~30%). 게다가 한 달에 두 번에 걸쳐서 결제를 받는다. 만든 것을 내걸어 팔아, 통장에 잔고 찍혀야 다음 물량이 준비되는 인디 디자이너들. 그들 입장에서는 상품 회전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는 멋진 시스템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말 통하는 인디 디자이너 한 그룹을 이끌고, 동대문 D상가에서 편집샵을 운영하는 N씨. 그는 제 옷 만들랴 매장관리하랴 늘 열심히 살아내고 있지만 최근 고민이 꽤 된다. N씨는 잘 다니던 직장(홍보대행사)을 그만두고 디자이너로 나섰다.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원해서다.

안정된 유통 판로가 확장되면 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좋아진다. 고객에게 더 사랑 받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봉제공장 선생님(?)께 덜 비굴해도 된다. 어쨌든, 근심 많은 디자이너 N씨를 다독이며 이런저런 이유로 “볼 것은 많은데 그에 비하면 살 것 없다”는 인사동 상권을 훑어 보겠다고 약속했다.

잔비가 흩뿌리기 시작한 지난 9월 8일(24절기:백로(白露)) 한가한 오전, 인사동 남쪽길(종로 방향)로 들어섰다. 주말이나 ‘부처님 오신 날’ 같은 인파가 미어지게 많을 때는 몰랐는데, 상권의 대중성을 나타낸다는 ‘코스메틱 프랜차이즈’ 브랜드 샵이 눈에 걸리는 것만 8개다. 한가한 오전 장에서도 나름 손님몰이를 한다. “이거 인사동 망가지는 것 아냐?”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생활상품이 반응을 얻고 있다는 데서 내심 안심도 했다. 강력한 BI(Brand Identity)로 마케팅 무장한 코스메틱 브랜드라지만 인사동에 걸 맞는 모양새로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중앙 길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쭉 돌아봤지만, 당연히 빈 매장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갤러리 앞마당이나 건물 측면 등을 개조해서 판매시설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매장화했다. 부동산을 찾았지만 눈에 걸리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골목 사이로 숨어들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샅샅이 살펴봤지만 마찬가지. 그 골목 주점에서 거의 주인 행세하고 있는 몇몇 지인을 통하고, 몇 다리 건너서 인사동 27년 경력 부동산 사장님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 동네에서 가장 빠르고 많은 부동산 정보의 소유자”라는 주변 평이었다.

“인사동 중심 거리의 매장들은 거의 변동이 없어요. 영업면적 33㎡ (10평) 짜리 매장이 일반적인데, 권리금 2억원에 보증금 1억원, 월세가 600만원 선이죠. 현재 나온 매장은 없고 좀 기다리시면 가능 할 수도 있어요. 옆 길로 빠져나가는 매장은 중심 통로 매장과 비교해 30~40% 비용을 잡으면 됩니다. 거래도 좀 있는 편입니다.” 그가 풀어 놓은 인사동 상권정보를 인디 디자이너들이 들었다면, 비명을 지를 일이다. 살인적으로 높은 진입 장벽을 실감케 했다.

별생각 없이 ‘쌈지길”로 들어갔다. 승려 차림의 외국인에 시선이 끌려 가다 보니 ‘쌈지길’이었다. ㈜쌈지의 부도 이후 상황이 좀 어수선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었지만, 그냥 알아나 보자는 생각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서 둘러 본 ‘쌈지길’은 의외로 잘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매장과 상인의 느낌 또 고객의 생기가 돌았다.

그러한 이유는 지하 2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하자 금방 이해가 됐다. 현재 ‘쌈지길’은 ㈜은성그룹 산하의 ㈜인사사랑이 작년말에 인수해서 운영중이다. ㈜은성그룹은 토목건축 분야에서 내실을 다져온 기업이며 유통업 진출의 일환으로 ㈜인사사랑을 설립해 ‘쌈지길’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에는 신세계 백화점 출신의 정재호 부사장을 영입해 유통기업으로서의 골격을 잡아나가고 있다.

‘쌈지길’은 바닥면적 1782㎡(540평)에 지하1층~4층 영업면적 5520㎡(1,580평) 규모. 패션상품 매장은 거의 3층에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의 디자이너 아트상품군에서도 볼 수 있다. 굳이 패션상품의 비중을 나누어 본다면 잡화류를 포함해서 50% 정도다. 1개 매장의 평균 크기는 49.5㎡(15평) 정도며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을 상회하는 곳도 다수 있다고 한다.

 ‘쌈지길’이 우선시하는 MD는 일단 국내 디자이너나 작가로서 전통의 감성이 살아있는 수공예적인 것. 물론 현대적인 감성과 잘 믹스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조만간 MD구성력이 좀 더 세분화되면 품평회를 열어, 입점 브랜드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관우 기자
cho@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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