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경기 한파 속에서도 스포츠 시장은 패션 업계 전 복종의 ‘멜팅 팟(모든 것을 융합해 녹이는 용광로)’ 역할을 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스포츠 시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탄탄한 명성의 볼륨 스포츠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동 시장은 주5일 근무와 건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 가속을 멈추지 않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발달 역시 대중들을 스포츠 세계로 이끄는 창구 역할에 한 몫을 한다.
경기 불황에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스포츠 시장의 성장 동력을 주요 브랜드의 사업전략을 통해 살펴보고 메가 트렌드 분석과 함께 올 한해 스포츠 시장을 전망해 보기로 한다.
업계 추산 국내 스포츠 마켓은 정통 스포츠 카테고리의 경우 3조원 시장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골프, 아웃도어 등 레저·스포츠 전체를 포함할 경우 시장은 5조원 이상으로 팽창, 패션 스포츠 부분을 모두 포함한다면 시장 규모는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시장의 성장을 선도하는 것은 건강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생각하는 대중들의 ‘웰빙’ 소비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스포츠웨어를 기어(gear)로 생각하는 과거와 달리 TPO에 맞게 착장하려는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웰빙’에 기초한 대중들의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변화 외에도 동 시장의 절대 강자이자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보이고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볼륨 브랜드들의 탄탄한 명성과 매출 증대가 뒷받침하고 있는 이유 역시 크다. 또한 타 복종과는 달리 홀세일 시장을 공유해 유통 파워가 막강하는 분석이다. 휠라 측은 “타 복종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스포츠만의 공통 카테고리인 슈즈 비중이 크다는 점 역시 동 시장의 성장 동력”이라며, “휠라의 경우 1~3월까지 지난해 동월 대비 올해 매출 신장률은 의류 10%, 신발 40%로 신발이 크게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극화 심화·성장세 주춤
스포츠 시장 역시 경기 영향에 예외일 수는 없다. 뉴발란스 측은 “성장 속에서도 빅 브랜드와 군소 브랜드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리딩 브랜드는 두 자리수 성장을 기록한 반면 군소 브랜드의 경우 보합세이거나 역신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컨버스 측은 “비용이 적게 드는 가벼운 트렉킹, 산행과 관련된 소비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드 측은 “2009년 스포츠 시장은 보다 기능적이면서도 스타일이 살아있는 하이퀄리티의 프리미엄 제품이 지속 출시될 것”이라며 “경기 불황 여파로 합리적인 가격의 실용성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양극화 양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선택은 검증된 브랜드 위주로 쏠린다는 점에 착안, 올해 신규 브랜드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내수 시장에 론칭을 알린 브랜드들은 화승의 「머렐」이 머렐 의류 라인을 론칭, 미국 VF사의 인수로 의류사업에 탄력을 받게 된 ABC 마트의 「반스」 의류, 휠라의 「휠라스포트」와 「헤드」의 슈즈 브랜드 「퍼스트 포스」 등이다.
‘여성과 명품’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최근 스포츠 시장의 메가 트렌드는 하이엔드 상품 라인 확대와 여성 시장 강화로 요약된다. 하이엔드 스포츠 제품의 경우 ‘스포츠 꾸튀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명품 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부분.
푸마 코리아 이안 우드콕 사장은 “「푸마」는 다양한 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로 끊임없이 스타일 혁신을 시도함으로써 획기적인 스포츠와 패션의 결합을 통해 기존 스포츠 브랜드들의 취약점이었던 ‘럭셔리’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며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푸마」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선보인 푸마 블랙 스테이션 컬렉션은 블랙 라벨을 기본으로 알렉산더 맥퀸, 야스히로 미하라, 다슬러 4개 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복」의 경우 지난 상반기 세계적인 디자이너 정욱준과 손잡고 기존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싼 ‘엑소핏 바이 준지’ 라인을 선보였다. 리복 측은 “가격이 높은편이지만 출시 이틀만에 한달 판매량의 80%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리복은 스웨이드와 뱀피를 이용,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펌프 럭스 퓨리’ ‘옴니 라이트 펌프 럭스 퓨리’를 잇따라 선보였다.
「라코스테」 역시 레드 라인을 론칭하며 젊은 고객층이 원하는 스포티한 감성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고감도 스포티 룩을 선보였으며, 「뉴발란스」도 뉴욕 디자인연구소 DDC Lab과 콜래보레이션한 ‘나인웨스트’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성 시장을 타깃한 휘트니스 라인 확장과 마케팅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올 초 아디다스 우먼스 ‘Me, Myself’ 캠페인을 통해 여성 고객층을 포섭하는데 나섰고, 「리복」은 ‘주카리 핏 투 플라이’라는 새로운 휘트니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온더무브’와 ‘피나클’이라는 휘트니스웨어를 출시해 여성 공략에 가담했다.
과학과 패션의 결합 ‘잇 슈즈’
경기 불황이 스포츠 슈즈의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2-3년간 컨버스 등 벌커나이징(Vulcanizing) 슈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데 이어, 올해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벌커나이징 라인을 보강하며 기조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플&미니멀리즘을 강조한 화이트 슈즈에서 보다 강렬한 포인트 컬러웨이를 적용한 것 역시 글로벌 트렌드로 보여진다. 내수 시장에서는 벌커나이징 슈즈에서 벗어나 러닝 슈즈와 같은 컵 솔 형식의 슈즈가 뉴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뉴발란스」 「사코니」 「리복」 등의 레트로 조거(jogger) 스타일과 「나이키」의 나이키 조던, 나이키 포스 등 컵솔 스타일의 트렌드가 주목 받고 있다.
「푸마」는 173g이라는(남성용 사이즈 기준. 여성용은 약 145g)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라이프 스타일 스니커즈, L.I.F.T.(Light Injected Foam Technology) 슈즈를 지난달 선보이며, 활동량이 많은 스니커즈 매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헤드」는 지난 2월 숍 인 숍 개념의 신발 용품 브랜드 「퍼스트 포스」를 론칭, 1020세대를 겨냥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하이탑 슈즈 군에서 판매율의 30%가 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리복」은 레트로 트렌드를 이어가는 미드 컷 슈즈인 ‘잼 컬렉션’의 인기를 실감한다. 지난 2월 출시돼 하이탑에 부담을 느낀 고객층의 눈길을 끌었다. 「EXR」은 올해 레깅스나 스커트에 미드컷 슈즈를 매치하면 ‘다리가 짧아 보인다’는 결점을 보완하는 7cm굽을 내장한 ‘슈퍼모델’ 스니커즈를 선보여 히트를 예감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캠페인 전개 활발
「헤드」는 에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 중 PET소재를 재생한 ‘에코 프렌’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Reborn’이라는 슬로건으로 매장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타 마케팅, 에코 백 사은품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전개할 방침이다.
「EXR」은 레이싱팀 창단 및 프로모션을 진행해 레이싱 콘셉의 상품 강화에 나선다. 1020세대의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가수 2PM을 모델로 기용했다. 「컨버스」는 오리지널리티 강화와 컨버스만의 개성 있는 연출을 위한 ‘I’m Campaign’을 진행한다.
「뉴발란스」는 전 마라톤 국가 대표 방선희 감독의 러닝 교육 동영상을 제공해 전문 러너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찾아주는 온라인 서비스와 발 측정 서비스, 지난해에 이은 ‘LOVE/hate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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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은 과학과 패션 스포츠의 결정체”
정승필 「뉴발란스」 브랜드장
“러너들에게 받는 사랑, 젊은이들과 패션 스포츠로 나눕니다.”
글로벌스포츠(대표 김보걸)의 「뉴발란스」가 10대들의 패션 스포츠로 거듭나는 대목이다. 정승필 뉴발란스 브랜드장은 보다 젊고 패셔너블하게 탈바꿈되는 콘셉 변화를 강조했다.
정 브랜드장은 “전문 러너들의 브랜드, 러닝화로 한정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다 확장시켰다”며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고기능, 고감도 브랜드로서 어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콕스」, 「서어스데이아일랜드」를 담당한 이주영 디자인 실장을 통해 스포츠 캐주얼웨어로서 변화를 시도했다. 또 이랜드 디자인 본부를 통해서는 퍼포먼스 스포츠 분야에 대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백업시켜 아이덴티티 고수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 캐주얼 콘셉의 볼륨화된 이미지에 대해 정승필 브랜드장은 “전국 6대 광역시의 핵심 상권을 비공격적인 영업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올해 120개 유통망 확보를 계획, 연내 500억원의 매출액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기존 러닝 매니아들이 즐겨 찾는 러닝 스포츠 브랜드로서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한 「뉴발란스」는 40대 중·장년들의 메인 타깃층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낮췄다. 퍼포먼스 부분은 러닝을 주요 카테고리로 설정해 고기능성 아이템에 주력하는 한편, 라이프 스타일 라인은 보다 캐주얼한 감각을 지향하며 1020세대들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파워를 과시할 만한 고부가 리미티드 제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으로 매니아들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정 브랜드장은 “미국 본사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본사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한 리미티드 상품 NB 스니커즈는 오는 10월 출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내 72족 한정 상품으로 소개되는 no.1300 등 뉴발란스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지속시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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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빅 스포츠 숍 확산 효율·사입제 MD는 숙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레저·스포츠 시장의 유통 볼륨화가 빅 숍 확산의 메가 트렌드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 센텀 신세계에 오픈한 나이키 초대형 메가 스토어는 백화점에도 불구하고 몰 인 몰 개념의 특성에 맞춰 나이키의 풀 라인을 선보일 수 있는 매장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아웃도어를 포함한 레저·스포츠의 장벽이 점차 허물어 지고 있는 것은 물론,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빅 매장 오픈 러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제품을 한 눈에 선보이기 위한 대형 멀티숍의 정착도 이뤄질 전망이다. 선진유통으로 가는 멀티숍, 편집숍의 흐름이 국내 레저 ·스포츠 시장에도 안착하면서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원 스톱 쇼핑을 리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는 타 복종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하는 다수의 제품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빅 매장이 국내에서도 정착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과 같이 복종별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눈에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스포츠 편집 매장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동 업계의 멀티숍, 빅 숍 전개는 대형 규모의 매장을 보유, 운영할 수 있는 대기업 차원에서의 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현재 대기업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멀티숍은 다양한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개개 아이템의 특장점이 한 공간에서 확연히 드러나게 돼 자율경쟁 체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 쇼핑 공간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브랜드의 특장점을 꾸준히 관리해 나간다면 향후 신규 PB 브랜드의 축적된 노하우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규모에서의 차별화가 전체 시장의 볼륨화와 매출 증진을 일으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효율면에서는 턱 없이 밑지는 장사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쏟아 붓는 초기 자금력이 성공열쇠를 가늠할 것” 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LG패션에서 전개할 멀티숍 「인터스포츠」 전개에 대한 무성한 추측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구성 브랜드들의 입점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멀티숍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상의 카테고리 킬러 출현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질문에 “레저·스포츠의 경우 수입 브랜드 비중이 상당부분 차지, 트렌드 주기가 급변하는 타 복종과 달리 6개월에 해당하는 퓨처 오더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 “사입 체제로 이끌어가는 상품 MD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정확한 바잉, MD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의 고환율 리스크와 글로벌 시장 경기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잖은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강지선 기자
jska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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