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자산 관리사 국중웅(37)씨는 최근 피부 관리와 남성용 패션 액세서리 소품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꾸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5만원짜리 남성용 ‘아이크림’을 사는데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으며, 손님을 만나는 중요한 자리에서 수트 차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커프스 링크’를 착용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을 많이 대면하는 직업 특성상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모는 ‘비즈니스를 위한 경쟁력’ 이라는게 국씨의 생각이다.
최근 국씨처럼 금속류 액세서리 소품과 남성용 화장품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꾸는 ‘거울 보는 남자’가 늘어나면서 피부관리나 남성용 패션 액세서리 관련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이른바 ‘그루밍족’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통계청은 2009년 ‘블루슈머 10’을 선정하면서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올해 주목해야 할 산업에 거울 보는 남자 즉 ‘그루밍족’을 9위에 랭크 시켰다. 블루슈머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자가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지칭한다.
통계청의 0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5~24세 남자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문제 가운데 외모가 9.9%를 나타내고 있으며, 공부(41.4%), 직업(22.9%)에 이어 3위를 차지 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06년 같은 조사에서 ‘외모 고민’이 6.7%에 그친데 비해 이보다 3.2%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남자의 성공은 화장발?
‘그루밍족’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된 말로, 자신을 꾸미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가리킨다.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외모가 ‘신체적 자산’이라는 면에서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시대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경기와 상관 없이 치장이나 옷차림에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피부와 모발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외모가 제2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의 업무와 비즈니스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루밍족’의 등장 배경에는 여권 신장도 한 몫을 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남성들이 ‘신체자본’으로 표현되는 외모를 잘 가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 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은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갑자기 찾아온 트렌드가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남성들이 치열해져 가는 사회 경쟁속에서 인간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 했다.
‘그루밍족’은 외모가 절대 성공을 보장하는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쟁자와 차별화를 위한 투자라고 여기며, 자기 개발의 수단 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신의 스타일을 가꾸고 거울을 보며 화장 하는 것은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능력 있는 남자의 성공비결이 ‘화장발’이라고 답하는 이도 늘어 날듯하다.
남성 전용 화장품 「랩시리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젊은층을 타겟으로한 기능성 화장품을 아예 ‘그루밍아이템’ 으로 명명하고 ‘그루밍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랩시리즈」의 이혜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그루밍아이템’의 1월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125% 신장율을 보였다”며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전화 주문이 들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시간과 공을 들이는 ‘그루밍족’이 주목을 받으면서 남성화장품 시장과 패션 액세서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05년 4000억원, 06년 4500억원, 07년 5000억원 규모로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6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올 들어 남성 화장품 매출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측에 따르면 “지난 1~2월 남성 화장품 매출은 전년대비 30% 신장율을 보이고 있으며,특히 구매 패턴의 변화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남성 화장품 시장은 여성 소비자들의 선물용 구매가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가 여성 고객들의 구매율을 앞질렀다.
그 동안 구매 아이템도 단순한 스킨 로션이나 향수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반면 최근에는 클렌징폼과 에센스는 물론 아이크림, 자외선 차단제까지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이 급성장 하고 있다. 이제는 남성화장품도 여성화장품처럼 그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 본점의 표경종 바이어는”지난해와 비교해 남성 화장품의 아이템수가 늘어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동일 아이템의 전년대비 매출 비교에서도 평균 6~10%대의 신장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SKⅡ」와 같은 여성 전용 화장품도 남자들의 구매 빈도수가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기능성 화장품의 판매율이 증가 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SKⅡ」 화이트닝 팩의 경우 여성 고객들의 구매 주기가 상당히 짧아져 가고 있는데 그 이유가 상당히 이채롭다. 롯데백화점측의 고객 분석을 통한 원인을 살펴보면 여성고객들의 남자친구나 남편과 같이 사용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으로 롯데백화점측은 분석했다.
남성 고객들이 기능성 제품을 많이 찾는 이유는 피부보호를 위한 노화 방지에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누 세안 보다는 클렌징폼을 사용하며 외출시 자외선 차단제는 남성들에게도 이제 필수 아이템이 되어 가고 있다.
‘그루밍족’ 패션 액세서리에도 눈독
남성들의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은 패션 액세서리 매출 증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남성들의 액세서리 착용은 수년 전부터 일반화되었다. 그 동안 일명 ‘형님 목걸이’로 불리는 골드체인은 점차 사라지고 자신의 착장 스타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커프스 링크’나 보타이, 가방, 잡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 했다.
남성용 액세서리 브랜드 「루이까또즈」와 「닥스」의 롯데백화점의 전점 매출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 들어서는 전년대비 30~40% 증가했다. 특히 가방과 액세서리 소품의 매출은 25~28%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남성용 금속류 액세서리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급신장 하고 있다.
남성드레스셔츠 「닥스」는 지난해 금속류 액세서리 라인을 전개하면서 의류와 함께 복합매장을 구성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5개 복합 매장에서 금속류 액세서리의 정상가 평균 판매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금속류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복합매장을 올해 10개 까지 늘릴 계획이다.
남성복 브랜드의 매장 디스플레이 상품에 불과 했던 ‘커프스 링크’나 ‘보타이’의 매출 신장도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제휴 마케팅으로 ‘그루밍족’을
남성복 「TNGT」는 올해 캠페인 마케팅 ‘Dress for Success’를 펼치면서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고 여기는 ‘그루밍족’에게 주목하고 있다. 피부를 가꾸는 소비자는 패션에도 관심이 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TNGT」의 이미연 차장은 “남성복에서 그루밍족 스타일의 착장은 사실 딱히 없다.
하지만 옷차림도 능력이나 자기개발의 수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브이네크 가디건 이나 셔츠와 같은 단품류 아이템을 ‘그루밍족’의 스타일로 제안하고 있다”며 “남성 화장품 브랜드와의 코어 마케팅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 했다.
남성복 브랜드와 남성 화장품간에 코어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지난해 남성전용 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는 남성복 브랜드와 두 차례 제휴 마케팅을 전개했다.
「랩시리즈」는 남성복 「빨질레리」의 넥타이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빨질레리」 고객들은 넥타이와 동일 가격대의 화장품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코어마케팅을 진행한 두 브랜드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판단해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랩시리즈」의 이혜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남성복 브랜드와의 제휴마케팅은 각 브랜드의 타겟층을 공유 할 수 있는 점에서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다. 또한 제휴 브랜드의 충성 고객들에게 매장 방문을 유도해 신규 고객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 '메트로 섹슈얼' '꽃미남' 등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많이 등장했다. 이들과 ‘그루밍족’은 외모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상품 구매 패턴에서 확실히 구분된다.
남성성을 유지하면서 도회적인 트렌드 수용능력이 뛰어난 의미가 강했던 ‘메트로섹슈얼’이나,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멋있는 남성상’ 보다 ‘아름다운 남성상’의 의미를 지닌 ‘꽃미남’ 과는 달리 ‘그루밍족’은 외모 관리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상품 구매에 훨씬 적극적이고,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는 투자가 목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남성 패션&뷰티 기업들은 일시적인 트렌드를 수용하는 타 그룹보다 주기적인 상품 구매 활동을 하는 ‘그루밍족’을 타겟으로한 마케팅 활동이 효율면에서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동준 기자
donzuna@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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