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는 극단 목화의 대표인 연출가 오태석 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 올려졌다. 한국적인 각색이 돋보인 이 작품에서 한복과 현대의복이 결합된 듯한 독특한 무대의상으로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 이승무 씨는 92년부터 줄곧 오태석 씨의 무대의상을 담당해왔다.
“우연찮은 기회에 오태석 씨를 알게 되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오 씨와는 10여년 가까이 함께 작업을 해 온 터라 서로가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승무 씨는 의상 일을 해 온 시간에 비해 작품 편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자신이 만들었던 의상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
‘백마강 달밤에’라는 작품에서 박수무당이 입었던 컬러풀한 레인코트, 여자 무당이 입었던 짚시풍의 의상, 그리고 ‘도라지’에서 고종과 민비가 입었던 이불로 만든 의상까지 한 편의 작품 속에 나왔던 한 벌, 한 벌의 의상들이 모두 이씨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내가 옷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배우들이 연기와 춤을 통해 그 옷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의상의 아름다움이 빛나고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 같다. 배우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무대의상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브랜드 상품기획자, 대학 강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무씨는 요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내가 디자인을 공부하던 때와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교육환경도 좋아지고 뛰어난 재능과 소질을 가진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부딪히고 깨지면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쉽고 편안한 방법만을 찾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꿈꾸던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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