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스킵 대신 열광한 뉴노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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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8 오전 9:16:40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브랜디드 콘텐츠' 주목
'분코' '지그재그' '랑콤'… 편견 깬 모델로 '가치' 전달




주말, 구독한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한 광고를 보게 됐다. 보통 유튜브 광고는 건너뛰기 마련인데 이 광고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1020 세대를 타겟으로 한 쇼핑 플랫폼이 시니어를 모델로 기용한 점이 놀랍기도 했고 오스카 수상까지 더해지면서 화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인기 아이돌도 아니고, 예쁜 여배우도 아닌 시니어로 모델을 바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지윤 가지공장 대표는 "이색 콘텐츠가 주는 낯선 재미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푹 빠진 대표적인 사례"라며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끼는 MZ세대를 '취저(취향 저격)'한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비건케어 브랜드 '분코'가 배우 문숙과 플렉시테리언으로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원을 모델로 기용,


독특한 듀오 콘셉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선보인다


◇ 디지털 매체의 성장, 크리에이터의 궐기 시대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단순 상품력이나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 '새로움' 등 반전 요소에 매력을 느끼고 구매를 결정하는 타입이다. 특히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제품·콘텐츠에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가 주름 잡았던 과거에는 누구나 쉽게 알아보는, 소위 말하는 '빅(Big) 모델'을 TV광고 위주로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뀐 것. 광고의 수뿐만 아니라 형태 및 노출 매체도 다변화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궐기'다. TV가 유일무이한 매체로 군림하던 시절에는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연예인(셀러브리티)들의 인지도나 모델로서의 파급효과가 압도적이었지만, 디지털 매체가 크게 성장한 지금은 웬만한 셀러브리티보다 파급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숫자와 힘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궐기'라는 표현이 맞다. 실제로 'CF 퀸', 'CF 스타'와 같은 말도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특정 셀러브리티에게 광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들도 나타났다. 유튜버들이 각광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들의 경쟁력이 TV 콘텐츠를 넘어설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가 담긴 전통적인 광고를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한다. TV 코드 컷팅(Cord-cutting, 기존 케이블TV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현상)이라든지 유튜브 프리미엄(유튜브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유료 스트리밍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인기 등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적극적 움직임에 대한 이유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광고주 역시 셀러브리티가 아닌 '채널' 또는 '유튜버'를 찾게 됐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접목, 기존에 고객들이 느끼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물론, 여기에는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의 팬덤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기반됐으며 광고주들은 이를 용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콘텐츠를 브랜디드 콘텐츠라 부른다. 일반 광고와는 달리, 소비자와 예상하지 못한 접점을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 심지어 어떤 소비자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재밌게 볼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다.


'분코'가 이번 광고 캠페인에서 비건 시니어 배우 문숙과 함께 '내가 쓰는 것이 곧 나를 말해준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 기존 패러다임 깨뜨린 광고, 브랜디드 콘텐츠로 MZ '취저'
MZ 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모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MZ세대는 나를 중시하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로 다른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거나 따라하기 보다는 나의 개성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곧 나를 만들고 말해준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그재그, 분코, 랑콤 등 트렌드가 가장 빨리 반영되는 패션·뷰티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있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지난 달부터 이른바 '윤여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예슬의 후속 모델로 윤여정을 발탁, 패션 쇼핑몰 모델은 20~30대 여성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는 편견을 깨면서 어린 여성들이 쓰는 쇼핑앱도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광고 속 윤여정은 '근데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고? 잘못 들어 온 거 아니니' 티저부터 '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니?' '니들 맘대로 사세요' 본 광고까지 편견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모델로 극찬받고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광고 조회수는 2주 만에 269만 뷰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성을 갱신하고 있다.


전 제품에 비건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비건케어 브랜드 '분코(대표 이지윤)'는 최근 '매일 쓰는 비건' 이라는 타이틀 아래 이효리와 한효주의 자연치유식 스승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배우 '문숙'과 배우 임수정의 요가 선생님이자 플렉시테리언으로 좀 더 유연하게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오원'을 모델로 기용, 독특한 듀오 콘셉으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존 뷰티와 생활용품 브랜드의 모델이 2030 또는 아이와 가족 등을 내세웠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다. 특히 '내가 쓰는 것이 곧 나를 말해준다'는 메시지를 비건 시니어 배우인 문숙과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모델 오원을 통해 제안함으로써 기존 패밀리케어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의 가족관인 'Alternative Family'로 새롭게 확장했다. 이러한 '분코'의 행보는 친환경, 동물권, 젠더리스 등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들의 열렬한 환호와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글로벌 뷰티 브랜드 '랑콤' 또한 이러한 변화를 발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랑콤'이 공개한 캠페인 영상 속에서는 프로 골프선수이자 쎈 언니 캐릭터로 유명한 박세리가 등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상은을 비롯해 모델 초유와 요요, 수영선수 정유인과 함께 '랑콤'의 대표 제품인 '뗑 이돌'에 대한 경험담을 화상 채팅 방식으로 풀어냈다. 실제 친한 동생들과 대화하듯 제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MZ세대들은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모델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얼굴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과몰입 할 수 있는 친밀감에 열광하며 '찐팬'이 되기를 자처한다. 또한 이들은 한 분야에 있어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하는 프로들 그리고 각자의 세계에서 이미 정점을 찍었거나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는 셀럽들의 도전적인 활동에 더욱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삶의 내공을 풍기는 신념과 맞닿아 있는 모든 행보를 눈여겨 보고 응원한다.


예쁘고 멋진 주연급 배우는 아닐지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온 윤여정의 삶처럼 패션이든 인생이든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직접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스토리가, 그리고 37년간 브라운관을 떠나 '자유로운 존재'로 살게 되기까지 깨달은 비움의 가치와 여유를 전하는 배우 문숙이 지닌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꼰대가 아닌 인생을 먼저 경험해 본 선배들이 전하는 삶에 대한 조언으로 MZ세대에게 어필되는 이유가 아닐까?


MZ세대는 가방 속 소품 5개 만으로도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취향엔 이유가 있듯 이는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적용되며, 브랜드가 내세우는 슬로건과 가치까지 이들에게는 소비와 열광의 이유가 된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 이를 추종하는 찐팬 이들의 상관관계에서 보여지듯이 나를 위한 '가치'를 소비하는 MZ세대에게 윤여정, 문숙, 박세리처럼 진정성 있는 인물을 통한 스토리텔링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공감을 얻으며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은수 기자
le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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