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자동화, 소비자 이탈 독약 될 수도

2021-05-01  

한실장의 이커머스 썰전 24
업(業) 이해도 높은 IT 전문가 협업해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중인 경영자들의 첫번째 고민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이다. 이를 풀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전문가들을 만나고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디지털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 없이, 패션 리테일 비즈니스 이해도가 낮은 상대방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맡겨버릴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최근 IT 전문가 주도로 다수 패션 기업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ERP와 SCM을 연동해 자동화한 사례를 종종 본다. IT 전문가는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기업의 온라인 비즈니스의 부족한 점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기술적 관점에서 프로젝트 난이도 자체도 높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프로젝트로 판단한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패션 리테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온라인쇼핑 환경'과 '사업의 구조와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조합하지 못하고 설계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패션 온라인 비즈니스는 대기업이나 패션 전문기업 주도로 성장했다기 보다는 스타일난다, 무신사로 대표되는 개인 중심으로 커졌다. 1인 기업으로 창업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작은 것들도 고객 맞춤으로 반응하며 성장해 왔다. 쇼핑몰 주인장이 상품 사입, 제작, 촬영, 배송 그리고 고객 상담까지 직접 관리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온 경우가 많다. 기성 기업들에 비해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했을 수는 있겠지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 가격 그리고 서비스를 찾아내고 최적화하는데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핑몰 주인장이 본인들의 요구(needs)를 최대한 맞춰주는 개인 쇼핑몰의 서비스가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은 세심하면서도 다양한 요구가 많은 스마트 소비자들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요구를 잘 반영한 것이 개인 쇼핑몰이었고, 이 요구들을 반영하며 발전해 온 것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온라인 쇼핑 환경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수용한다는 것은 사업에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시스템'과는 많이 상충된다.


가장 쉽고 흔히 벌어지는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해외 쇼핑몰 대다수는 주문을 마치고 나면 곧 바로 취소하지 못한다. 시스템이 해당 주문을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겨버리면, 취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는다. 그나마 연락이 닿는 전화 응대 콜센터가 있기만 해도 덜 분하다. 다수 쇼핑몰은 이메일 문의를 기본이며 회답받을 때쯤이면 이미 물류센터에서 포장 중이거나 배송중이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디지털 관점으로 보고 자동화로 인력 개입 최소화가 목적이면 100% 동의한다. 실제 필자도 몇 년 전 이런 결정을 내렸던 적도 있다. 인력 개입을 최소화하고, 소비자 취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취소' 기회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구매 직후 취소…이미 경험 일상화
그런데 한국 소비자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를 공정한 서비스로 여기지 않고, '물류센터에서 언제 포장을 시작하느냐? 그전까지는 취소가 되어야죠?"라고 항의한다. 주문한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떠나기 전에는 취소가 당연하다는 경험이 이미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험과 맞지 않는 쇼핑몰을 다시 이용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데, 럭셔리나 SPA처럼 인지도와 선호도는 높으나 자사몰 외에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곳이 없는 브랜드들이라면 불편을 감수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를 외면해서 안된다. 그래서 대부분 대형 쇼핑몰도 배송 프로세스가 실제로 시작되었다는 상징과도 같은 운송장 번호가 입력되기 전까지는 취소가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분은 패션 리테일 소비자 니즈(needs)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례고, 이번에는 기존 사업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사례다.


패션에서 DX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재고 효율화다. 더 정확히는 어떻게 하면 전국 매장에 있는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이다. 매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장에 충분한 재고가 공급되는 것이 당연한데, 매장 매출이 예전 같지않으니 과거 대비 재고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SKU(stock keeping unit)가 많아 수익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관점에서 바라보면 쉬운 해법이 나온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창고 재고를 최소화하고, 쇼핑몰에서 팔린 상품을 매장에서 발송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도 합리적이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하지 않아 좋은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미 다수 기업이 시도했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를 낸 곳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뭘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장에서 배송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시스템에서 판매된 상품이 있는 매장을 찾아 지정하고 알림을 주는 방식, 해당 재고를 가진 매장에 알람이 뜨면 매니저가(우버나 카카오 택시처럼) 그 상품 발송을 잡는 경우이다. 둘 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을 쓰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해당 재고를 발송하는 매장에 적절한 보상을 하게 되면 매장에서도 평일 매장 매출 저하로 인한 수입 감소 만회 효과도 있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어차피 상품 발송은 주중 낮 시간에 진행할 테니)


그러나 현실에서는 영업부와 매장을 이해시키고 동의를 얻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는데 합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 이유가 크다고 판단되어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본사에서 강행을 한다 해도 이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기 전에는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어렵다.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DX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 투자를 위한 예산 마련의 어려움도 아니고 전문자 수급의 어려움도 아닌 내부 저항이다. 혹여나 이커머스나 IT 부서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난관을 만나게 된다.


◇ 일마감 안된 매장… 재고 파악 방해
전산(ERP)과 실제 매장 재고가 맞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다수의 기업들이 일 마감(판매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특히 패션 리테일의 부흥기를 겪었던 경영자나 영업 책임자들은 일 마감을 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 날 판 상품들을 그 날 ERP에 등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판매 즉시 ERP에 매출을 등록하는 것은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매출이 발생할 때 마다 전산에 등록하지 않으니 전산에서는 재고가 있다고 판단해도 실제 매장에는 있지 않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술과 제도를 도입한들 무용지물인 것이다. 판매 후 즉시 매출을 등록하지 않거나 일 마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매출 등록을 하다 보면 손님을 놓칠 정도로 바쁘다는 것인데, 최근 몇 년 사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그 정도로 바쁜 매장이 전국에 몇 개나 될 지는 의문이다. 일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과거에는 매출 활성화를 위한 융통성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대로 된 판매 분석을 방해하거나 재고 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각종 부정 행위의 원인이 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판매 후 즉시 매출을 등록하고, 일 마감을 명확히 하는 업무 규칙이 확립되지 못하면 기술 도입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패션기업 중에 위 사례들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도입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사례가 많다.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실패한 경우에는 "디지털 전문가라는 사람들 말만 번지르르 하고 제대로 되지도 않더라. 역시 패션 쪽은 디지털이 안 맞아."라고 판단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지털 전문가들은 "패션 쪽 사람들 고집만 세고 합리적이지 않아서 아무리 좋은 것을 줘도 흡수하지 못한다." 라고 불평을 한다.


이러한 변화를 시도할 때, 먼저 내부 인력에 대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변화의 저항 세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변화가 회사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고, 이것이 결국 구성원 개개인의 비전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DX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애초에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를 섭외하거나 그들이 충분히 이 업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전문가를 데려다 놓으면 그 사람 혼자 다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자동화로 예산 낭비는 물론 업무 혼선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기존 조직의 공감대 형성과 프로젝트 수행 조직의 이해도 증대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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