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애주기와 투자자&경영진 필요 역량

2021-05-01 하성호 CFA Simone Investment  shha@simonecf.com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짚어보기2


"금융기관은 왜 1년 단위 성장을 요구하는 거죠? 10년 단위 성장도 있지 않습니까."


한 패션 브랜드 대표가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패션 기업은 10년, 20년을 바라보고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가려는 계획인데 투자자는 이번 달 얼마 팔았냐, 다음 달은 얼마 팔 수 있느냐를 물어본다.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초기 기업에게 연 단위 성과를 요구하는 게 맞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월, 분기, 연 단위로 성과측정을 해야만 한다. 이번 호에는 스토리텔링과 숫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래프1




사람도 라이프사이클이 있듯, 기업도 생애주기가 있다. 대략 아래의 그래프로 표현될 수 있다. <그래프1 참조>


기업 성장주기에 따라 다양한 금융기관이 투자한다. 주로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엑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이하 VC)이 참여하고, 초기 성장 및 고성장 단계에서는 VC가 주를 이룬다. 현행 기준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이하 PEF)는 주로 고성장 단계에서 성숙기로 들어가는 기업을 인수(Buy-out)하거나 성장자본투자(Growth Capital)를 진행한다. 성숙기가 끝난 쇠락 단계 기업은 재무구조개선, 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시키거나, 정상화를 통해 또 다른 미래를 도모하기도 한다.


PEF 운용사이클은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투자-가치제고-회수' 관점으로 생각하면 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제고' 과정에서 회사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일이 많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의 직접 참여보다 CFO, CEO 등 경영진 파견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성장주기에 따른 VC와 PEF의 시각차
기업의 성장주기에 있어 VC와 PEF가 참여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법으로 엄격히 정해진 것은 없다. 사실 최근 몇 년은 VC와 PEF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PEF가 극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고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검토 시 종종 미팅 때 VC를 만나기도 한다. 이해를 위해 VC와 PEF의 질문방식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주로
o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o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이 존재하는가?
o 짐작이 되는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o 생존할 수 있는가?
o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가?
 
성숙단계 기업에는
o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익을 낼 수 있는가?
o 경쟁이 심해져도 어느정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o 현재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시스템 및 전략이 있는가?


* Source : 내러티브 & 넘버스, 애드워드 다모다란, 필자 편집
 


쉽게 추측이 될 것이다. VC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로 스토리텔링, 내러티브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반대로 PEF 질문은 숫자 위주의 답변이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숫자의 연결이다. 양 극단은 없다. 초기 스타트업 경영자의 사업 전략에 대한 멋진 스토리텔링도 기업이 성장할수록 사업화 과정을 거쳐 숫자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가치평가에 대한 세계적 석학 애스워드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뉴욕대 교수의 <내러티브 앤 넘버스>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프2


<그래프2>는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약한 장표인데,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른 최고경영진의 과제, 투자자의 핵심질문, 그리고 적합한 경영자의 유형이다.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알맞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경영자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역사적 숫자나 제품 및 서비스가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영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언젠가는 실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에 스토리를 전하는 경영자의 신뢰성, 팀의 실행력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이 시기는 상대적으로 원대한 스토리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시장을 정의하고 그 시장 속에서 본인들이 해결할 문제와 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반대로 성숙기 단계에 실적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기업이 계속 미래 목표 시장 이야기만 한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성숙기 기업이 목표 시장을 이야기할 때 좁더라도 최대한 구체적이면 이해하기 쉽게 들린다.


성장 단계에 들어서면 투자자들은 스토리를 뒷받침할 실적이나 성과를 기대한다. 이 시기부터 숫자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스토리텔링 역량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영자라면 CFO나 사업 목표설정, 성과측정을 실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성숙 단계에선 사업 모델이 안정되고 조직이 갖춰졌기 때문에 경영자 개인 역량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고(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님), 관리능력이 뛰어난 CEO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으로 PEF가 기업을 인수 후 미래 전략에 맞게 경영진을 교체하는 일은 있어도, VC가 투자 후 경영자를 교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역사적 숫자나 시장 우위 요소, 그리고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가치평가 시 매출 추정 또한 초기기업은 시장 규모에서 시작하고(Top-Down 방식), 성숙 기업은 역사적 데이터 기반으로 보다 구체적인 가정을 넣어 추정한다.



◇ 단계별 전략과 인재 투입이 경영자 역량

이렇게 짧게나마 기업의 생애주기 특성을 살펴보았다. 경영자라면 기업 성장주기 상에서 내가 어떤 자질이 필요하겠구나 또는 어떤 사람이 필요하겠구나를 가늠해 볼 수 있어야 하고, 투자자는 해당 기업에 맞는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초기 패션 기업에 대한 너무 잦은 빈도의 성과 측정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또 성숙 단계에 있는 인수 대상 기업에게 원대한 스토리를 요구하는 것 보다는 성과측정이 가능한 구체적인 전략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여러분도 기업의 생애주기 흐름 안에서 VC와 PEF 역할을 이해하기를 권한다. 회사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PEF와 VC 펀드매니저는 스토리텔링 및 숫자를 보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은 둘 다 있어야 한다.


최소한 경영자의 눈높이에 있거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다른 관점에서 대화해야 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스토리텔링과 숫자, 양 극단으로 빠지는 경우를 경계한다. 필자가 술자리에서 여의도와 테헤란로는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내러티브 앤 넘버스>의 마지막 문구를 공유하면서 오늘 칼럼을 마무리 한다.


"숫자가 없는 스토리는 동화에 불과하고, 스토리가 받쳐주지 않는 숫자는 금융 모델을 연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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