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BTS’ 도전하는 히든 챔피온 주목하라

2021-04-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이커머스 기반 이머징 마켓으로 전환…블루칩 기업은?
경쟁력 갖춘 브랜드 육성 위한 BAMP-Biz 모델 진화




2010년 쿠팡을 설립한 서른두살 청년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11년 후인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쿠팡을 상장시켰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돌파(거래 첫 날 기준)했고 외국계 기업 중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고 액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성과에 대해 '김범석 혁신과 손정의 돈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한다. 2015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아니었다면 쿠팡의 물류혁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빅히트는 최근 미국 매니지먼트 회사 이타카(저스틴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소속)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플랫폼 콘텐츠 회사 하이브(HIVE)로 사명을 변경했다. 금융가에서 하이브의 목표 주가는 곧바로 50만원대로 상향 조정됐다. 글로벌 마켓에 최고 K팝 그룹으로 성장한 BTS는 2013년 데뷔했으나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6년부터다. BTS가 빌보드차트를 석권하고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데뷔 이듬해인 2014년부터 일본에 데뷔해 싱글 앨범을 발매하고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투어 및 2015년에는 미국, 유럽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10, 20대의 소통 채널인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됐다.


글로벌 하이엔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기를 얻고 있는 'we11done'

◇ 한국패션, 이커머스&글로벌 업고 이머징 마켓으로
최근 패션시장에서는 글로벌 마켓에서 빛을 발할 '패션 BTS'를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K패션 프로젝트, K패션 오디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패션의 위상을 높일 대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표성을 가질 만한 브랜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커머스를 근간으로 한 디지털 혁명은 패션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이커머스 본질을 잘 활용한다면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쿠팡, BTS가 시사하고 있다. 이커머스는 무엇보다 77억 소비 시장인 보더리스 이커머스 마켓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 증가한 161조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규모인 4100조원 시장에 비하면 여전히 소규모 시장이다.


GD의 누나로 알려지기도 했던 권다미 대표가 정혜진 대표와 2015년에 론칭한 '웰던(WE11 DONE)'은 국내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편집숍 '레어마켓'에서 PB로 시작한 '웰던'은 국내에서는 청담동 '레어마켓'에서만 판매하고 있고 온라인은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직구로 구매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시작한 브랜드지만 2020 F/W 파리패션위크 데뷔 이후 철저하게 글로벌 마켓에 초점을 맞춰 전개하고 있다. 그들의 첫 런웨이는 세계3대 쇼프로덕션인 아이사이트가 전체 연출을 맡았고, 사운드는 30년 간 샤넬 쇼를 연출한 미셸 고베르가 맡았다.


10만명에 달하는 '웰던' 공식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대부분이 해외 소비자며 지난해 7월에는 2021 S/S 컬렉션을 파리, 서울, 도쿄, 상하이, 런던, 뉴욕 주요 6개 도심의 대형 디지털 시니어즈로 공개했다. '웰던'은 현재 유통은 레어마켓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타프로테, 센스, 파페치 등 그리고 120여개 백화점 및 편집숍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명 왕홍들의 '머스트잇' 브랜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해외로 뻗어나가는 '포스트아카이브팩션'


남성복 '포스트아카이브팩션(이하 파프)'은 2018년에 론칭한 3년차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인지도는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 파리, LA, 북경, 도쿄 패션위크에서 극찬을 받은 서울 로컬 패션 브랜드다.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아우르며 패턴의 과감한 해체와 전위적인 실험을 근간으로 하는 브랜드다. '파프'는 국내에서는 편집숍 '분더샵' 'Treff' 'Vaska Store'에서 판매하고 대부분 일본, 홍콩, 중국, 런던, LA, 캐나다 등 해외 인터넷쇼핑몰 및 편집숍에서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 알리바바의 '티몰글로벌', 동남아 마켓의 '쇼피'는 최근 한국패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 셀러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티몰글로벌에서는 '아크메드라비' '키르시' '로맨틱크라운' 등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20년 매출 TOP 20위에 이름을 올렸고 '쇼피'의 아시아권 마켓에서도 한국패션 브랜드들이 메인 코너를 장식하고 있다.


아마존 일본 패션 마케팅팀의 Gray Lin 매니저는 "일본의 10대 여성 소비자들의 70%가 한국 패션 브랜드들을 통해 트렌드를 접하고 있으며 남성 소비자들은 하이엔드 편집숍을 통해 '아더에러' '준지' '포스트아카이브팩션' 등의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일본 이커머스 마켓에서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아마존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로켓 탑승 위한 금융자본&BAMP 선행돼야  
이처럼 글로벌 이커머스 마켓으로 진출은 아무에게나 문이 열려있지만 누구나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거대 시장에서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엔진의 크기도 커야 하고 그 만큼 동력 자원도 요구된다. 한정된 이커머스 구좌에 내 제품을 노출시키고 구매전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케팅 비용과 고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엔진의 원동력인 금융자본을 결합해 부스팅하고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금융 자본의 방향이 패션 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한동안 IT, 게임 시장에 쏠렸던 금융 자본의 투자처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커머스 플랫폼의 매출 TOP 카테고리인 패션으로 향하고 있다.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의 1900억원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지난 3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며 약 2조 5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 4월 초 W컨셉을 2650억원에 인수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에이블리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또 네이버는 브랜디에 100억원을, 카카오는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이 같은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투자는 나아가 패션 브랜드 콘텐츠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전망이다.


무신사는 세콰이어캐피탈의 투자자금으로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가능성있는 브랜드에 적극 투자했다. 무신사파트너스 외에도 AF&M 뷰티패션합자조합, M&F 패션펀드 합자조합,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펀드 1호 등을 통해 패션 콘텐츠 육성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패션 BAMP 비즈니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대명화학은 올해도 계속 가능성있는 브랜드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고 이랜드그룹, 신세계, 코오롱 등 대기업이나 에프앤에프, 슈페리어홀딩스, 태진인터내셔날, K2코리아, 시몬느 등 중견 패션기업들도 BAMP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며 별도 투자사를 설립하고 있다.


'아더'의 SPACE 3.0 가로수길점. 브랜드의 정체성, 철학을 뚜렷하게 담아 고객에게 최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 DNA가 다른 패션BTS 발굴하라  
그렇다면 패션BTS로 성공할 브랜드는 누구이며, 어떤 브랜드에 투자해 육성시켜야 하는 것일까? 최근 2년 사이 패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부 패션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잘 키워 잘 파는 것이 목표'라는 웃지못할 소리도 돌아다니고 있다. 특히 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20~30억원 소규모 브랜드 오너들도 러브콜을 보낸 투자사들에게 100억원 배팅을 던진다는 것.


BAMP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한 경영인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초창기에는 캐릭터도 확실하고 차별화된 경쟁력도 있어서 투자 대상 1순위였다. 하지만 이커머스 마켓에서 MZ 스트리트 브랜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사들이 늘어나면서 본질은 흐려진 채 겉으로 잘 보이게만 하려는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안타까운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뿐만 아니라 여성복, 남성복, 패션잡화, 골프웨어 등 복종과 상관없이 우수한 패션 콘텐츠에 투자하려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고 또한 이커머스 마켓에서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부스팅할 수 있는 패션테크 업체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마켓에서 성공할 수 있는 패션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선진 SCM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 패션 BTS 도전하는 히든 챔피온 성공 DNA ]는 무엇이어야 할까? 크게 4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 Identity & Philosophy 중심 브랜드 설계
◈ Signature Item 시장 지배력 갖춘 아이템
◈ SCM Infra 정확한 수요 예측과 안정된 공급
◈ Relation Capital 이 탄탄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투자사나 BAMP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꼽는 투자가치가 있는 브랜드는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철학이 확실한 브랜드'다.


박부택 오픈런프로젝트 대표는 지난 2017년 말 '피스워커'를 전개했던 피더블유디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스몰 비즈니스의 플랫폼 기업'이라는 BAMP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ABK를 설립하면서 총 8개 브랜드를 육성한 바 있고 최근 오픈런프로젝트를 설립,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박부택 대표는 "그 동안 투자할 브랜드를 찾기 위해 만난 기업인들도 수십여명이다. 사람을 계속 만날수록 점점 비슷해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가 5000개가 넘으니 투자할 브랜드 대상도 수천개지만 확실한 브랜드 미래 가치가 있거나 매력적인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브랜드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아더'는 투자사들의 러브콜을 받는 최애 브랜드 중 하나다. '아더(ADER)'는 국내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확실한 브랜드 컬러와 아이덴티티로 눈도장을 찍었고 '메종키츠네' '푸마' 등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오픈한 성수 SPACE 2.0에 이어 최근 오픈한 가로수길의 SPACE 3.0은 '아더'의 브랜드 철학, 브랜드 상상력, 아이덴티티를 어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더'는 공간 프로젝트를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어필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브랜드 점프업을 위해 테일러 라인을 강화하고 패션잡화, 주얼리 라인을 특화시키는 등 패션 콘텐츠 투자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패션BTS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확실한 지, 원활한 상품 공급과 수익률 제고를 위한 탄탄한 SCM 인프라는 구축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 엔진을 가동시킬 투자자금은 안정한지도 점검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제 국내 패션 시장의 가능성을 50조 시장에 한정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내수 시장 침체와 물리적 글로벌 교역 감소라는 악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 이커머스의 성장과 글로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마켓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자본과 제휴가 절실하며 자본가들도 우량주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주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이다.


황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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