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패션’의 첫 걸음은 소재 혁신

2021-01-22 황연희 기자 yuni@fi.co.kr

Recycle, Upcycle의 핵심은 ‘소재’ 변화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는 첫 실행은 '소재' 혁신이다. 패션 제품을 디자인, 생산, 유통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인 영향이 가장 큰 부분이 소재이기 때문이다.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 중 86%는 원단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원자재인 원단 선택이나 부자재 사용에 있어 친환경적인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Recycle, Reuse, Reduce 3가지 실천 전략 중 패션 기업들이 가장 선순환적인 비즈니스 전략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은 폐기물의 순환, '리사이클(Recycle)'이다.


프레미에르비죵에서 친환경 소재만 특화시켜 놓은 '스마트크리에이션'관

◇ 쓰레기의 재활용, '리사이클' 패션을 입는다
패션기업들이 의류 제품을 제작 시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이 심하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리사이클' 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오가닉 코튼, 동물친화적으로 채취한 울, 다운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친환경 소재 선택의 방법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의 친환경적인 사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 소재가 전세계 패션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아디다스'는 이미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사용 비중을 50%까지 올렸고 2024년부터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전 제품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춘하시즌에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Futurecraft.Loop)'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모든 요소가 재활용가능한 한 가지 소재(TPU)만을 가지고 제작했으며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수명을 다하면 '아디다스'가 이를 회수해 알갱이 형태의 소재로 녹여 새 신발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도 오는 2025년까지 면, 삼과 같은 천연 원료나 100%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해 폴리에스터, 나일론을 조달할 계획이다. 면 역시 2030년까지 재생 유기농법을 채택할 방침이다.


의류 폐기물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SPA '유니클로' 'H&M' 등은 서스테이너블 패션을 추구하며 리사이클 소재의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친환경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등 아웃도어 브랜드부터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현 등 여성복, 아동복 등 다양한 복종에서 재생 폴리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개발한 100% 재활용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

◇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 소재기업이 앞장
이처럼 '아디다스' '나이키' '파타고니아' 'H&M'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등 리사이클 소재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패션 기업들의 수준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원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국내 소재 기업들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마이판리젠)를 개발한 데 이어 2008년 국내에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리젠)를 개발했고 지난 2019년 말에는 리사이클 스판 소재인 '크레오라리젠'까지 대표 소재의 재생 원사 개발에 성공했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휠라' '오스프리' 'H&M' '자라' '망고' '이케아' 등 친환경에 앞장서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효성티앤씨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젠'을 사용한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친환경 이슈에 맞춰 신규 리사이클, 기능성 소재 개발을 전담할 스마트섬유팀을 신설했다.


박용준 스마트섬유팀 팀장은 "본사 폴리에스터 매출 비중에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7년 0.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1%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고 5년 내에 10%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최소 주문량에 대한 문제만 해결한다면 리사이클 소재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브랜드에서 적극적으로 재생 소재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한다면 소비자들의 인식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효성티앤씨의 재생 폴리에스터 '리젠'

효성티앤씨는 리사이클 소재 개발에 이어 냉감, UV차단, 항균성, 소취성, 염색견뢰도, 터치감 등의 기능성을 추가하여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생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티앤씨, TK케미칼, 휴비스, 삼일방 등의 원사 업체들 외에도 이를 활용해 친환경 원단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 브랜드의 수출 기업들이 해당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섬유기업 정보 포털 사이트인 '코리아텍스타일' 홈페이지에 리사이클 섬유를 생산하는 184개 기업의 DB를 구축하고 정보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재 컨버터 업체인 뷰텍스는 최근 친환경 원단 에이전시 뷰컴퍼니를 설립했다. 오가닉 코튼부터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나일론, 물이 안빠지는 데님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한섬, '스튜디오톰보이', '미샤' 등 여성복 브랜드와 '단하주단' '비건타이거' '하플리' 등 신생 디자이너브랜드에서도 거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박유미 뷰컴퍼니 대표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패션 기업들의 친환경 소재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이 트렌드나 마케팅 이슈로 활용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스탠다드가 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 소재 개발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친환경 시스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쓰레기의 새활용,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 증가
'리사이클(recycle)' 소재가 폐플라스틱이나 폐어망 등을 분해해 다시 섬유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라면 버려지는 폐기물을 활용해 패션 브랜드로 가치를 만드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새활용, 업사이클이라고 하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덮개를 업사이클한 메신저백으로 시작해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의 대명사가 됐다.


국내에서도 타폴린, 낡은 소파 가죽을 업사이클한 '리블랭크', 소각해야 할 자사 재고 상품을 업사이클해서 제작한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래코드', 자동차 시트 가죽과 에어백을 새활용한 '컨티뉴', 캔버스 그림을 핸드백으로 새활용하는 '얼킨', 낙하산 소재를 업사이클한 '오버랩', 미군 텐트를 업사이클한 '카네이테이', 자동차 에어백 소재를 활용한 '강혁' 등 브랜드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물론 업사이클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박선주 '래코드' 브랜드 매니저는 "2012년 브랜드 론칭 당시에만 해도 '업사이클' 패션에 대한 인지도 및 선호도가 낮았다. 무엇보다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하는 공정이 일반 의류제품 제조보다 더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사이클러라는 전문 직업군까지 생겨나서 '업사이클'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관영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카네이테이'는 미군 텐트를 수거한 후 업사이클해서 제작한 패션 브랜드다. 2015년 론칭이후 밀리터리 콘셉의 업사이클 브랜드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오고 있다. 빈티지 군용 텐트의 멋을 그대로 살려 상처 나고 녹슨 그대로의 모습을 제안한다. 백팩, 토트백, 스몰굿즈 등 액세서리 라인이 강하고 의류 제품까지 추가했다. 최근에는 스포츠 브랜드 '엄브로'와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정관영 디자이너는 "수거한 미군 텐트가 모두 동일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패턴을 손으로 한장씩 재단해야 할 만큼 힘든 작업의 반복이다.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업사이클이란 키워드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사고 싶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진정한 패션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영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2년 사이에 재생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패션 제품이나 업사이클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친환경 패션에 대한 경각심이 더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에 도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 텐트를 업사이클한 패션 브랜드 '카네이테이'


황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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