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장의 이커머스 썰戰 ⑧> 코로나19, 미뤄왔던 체질 개선 실행하는 계기죠

2020-08-02  

성장 기대 낮은 지금이 변화의 적기

코로나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분석과 대처법이 정반대로 나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며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아보자는 사례다. 이런 회사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포함해 그 어떤 변화라도 감당해 보자는 의지가 결연해 작은 제안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고민한다.


두 번째 사례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위기 상황에 등장하는 생존 우선(Survival first) 전략을 잘못된 경영 판단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쓰는 경우다. 예를 들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므로 할인을 해서라도 최대한 팔아서 다음 시즌 생산을 위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은 일면 일리가 있고, 단기적 전략으로 수긍이 간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동안 온라인 채널 정비와 최종 판매 가격을 관리하지 못했던 과오를 이 위기를 빌미로 지속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상황 이전 대다수 패션기업에서는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어떻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였기 때문에 영업 전략 회의의 주요 이슈가 '어떻게 하면 온라인상 가격을 통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건강하게 만들고, 나아가 자사몰을 강화할 것인가'였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시작된 이후, 백화점 오프라인 매출이 떨어지면서, 백화점몰을 운영하지 않았거나 또는 높은 할인율(쿠폰)로 운영하지 않았던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큰 폭의 매출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런 브랜드 대다수가 브랜드를 건강하게 관리해왔고, 온라인 가격 관리도 잘 해왔으며, 온-오프 라인 전략을 명확히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의 매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백화점몰에서 큰 폭의 할인율(쿠폰)을 통해 판매하고, 백화점몰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50%를 넘게 운영해 온 브랜드들이 외형적으로 선방하는 듯 보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 한 브랜드의 영업 회의에서는 "그 동안 저희가 백화점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으로 잘 넘겨 두었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라는 보고도 나왔다고 한다. 이 브랜드의 백화점 채널 영업이익은 손실로 돌아선지 오래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매장 운영과 동일한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온라인에서 20% 이상 싸게 팔아 온라인 매출을 만든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이런 상황을 전략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필자도 이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단기적 생존 전략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첫 번째 사례에 속하는 어느 브랜드 CEO의 말을 소개하고 싶다. "올해가 변화의 적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 변화를 시도하자는 직원들도 있는데, 비즈니스가 나아지면 다들 스스로 잘해서 잘되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변화하려는 동기가 있겠습니까? 마침 코로나라는 핑계거리도 있는 올해 꼭 체질 개선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 회사가 잘될 때는 일부 리스크를 감내하고라도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회계상 여유는 될 지 모르지만, 잘 되고 있는데 방식을 바꿔보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이를 수긍할 사람도 많지는 않다. 반대로 회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더 나빠져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두려워 또 시도하지 못한다. 결국 그래서 비즈니스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앞에서 소개한 한 CEO의 얘기처럼 올해 하반기가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일 지도 모른다. 많은 회사들이 위기 관리 시스템을 작동해 목표 매출을 수정하고, 거기에 맞게 비용 계획도 최소화해 두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차피 올해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거나 적자를 낼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있을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부정적인 영업이익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이 미뤄왔던 체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할 적기가 아닌지 고려해 보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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