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좋습니다, 제대로 가고 있다면

2020-07-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원덕현 베네데프 대표


"어릴 적 일본 후쿠오카를 처음 여행갔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쓰레기 하나 없는 길거리를 보고 앞으로 절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블랭코브'를 론칭할 때 제품의 품질이나 가치가 계속 유지되는 브랜드를 론칭하고자 했고 크진 않지만 여전히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원덕현 베네데프 대표는 '블랭코브' '슬로우 스테디 클럽' '네이더스' 3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블랭코브'는 2011년 론칭 후 10년째 브랜드 컬러를 유지하고 있으며 '네이더스'는 4년차 브랜드다. 규모가 아주 큰 브랜드는 아니지만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니아 고객들은 탄탄한 편이다. '뉴발란스' '골스튜디오' 등 타사 브랜드에서도 협업 라인 개발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Neat and Proper'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하는 '블랭코브(BLANKOF)'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원래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바뀌는 '생명이 짧은 디자인'이 아닌 '느리게 진화하는 디자인'을 브랜드 지향점으로 한다. 이러한 브랜드 디렉터의 원칙이 지난 10년 동안 브랜드를 유지해 온 비결이 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포인트는 '느리게 진화하는 디자인'이다. 원덕현 베네데프 대표는 스스로를 '미련하고 멍청하다'고 평가한다.


이도 저도 아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하는 '네이더스'


◇ 느리지만 매시간 진화하는 '참' 브랜드 
원 대표는 "'블랭코프'는 국내에서는 물론 일본, 대만, 유럽 등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으며 잘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 볼륨을 단기간에 키우기 보다 고집있게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며 음악 등 문화적으로 이바지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지키기 위해 자사 제품만을 생산하는 생산 공장에 투자하기도 했고 소재 업체와 직접 '블랭코브'만을 위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했다.


2014년 팔판동에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는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SSC)' 역시 '블랭코프'를 믿어줬던 고객들에게 더 좋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삼청점, 서울숲점 2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이 전부이지만 'SSC'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는 깐깐한 원덕현 대표의 심사를 거친 브랜드들이다.


약 70개 가까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안데르센 안데르센' '오디너리 핏츠' '마일럿' 등 대부분 원덕현 대표의 철학과 닮은 브랜드들이 많다. '오라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품질'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슬로우스테디클럽'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후 꽤 유명해졌다. 또 '그라프페이퍼'는 '1LDK'의 전 디렉터였던 다카유미 미나미가 론칭한 브랜드로 최고의 원단 및 봉제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덴마크의 컨템포러리 남성복인 '엠에프펜'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타임리스 아이템에 현대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반응이 좋아 베네데프가 내년 춘하시즌부터 국내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체결했다.


원덕현 대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 매출이 나올만한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조금은 유명하지 않아도 브랜드 철학이 명확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 '슬로우스테디클럽'이 지향하는 바다. 조금은 더디게 가고 있지만 진심이 통한다면 언젠가는 뜻하는 바가 이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슬로우스테디클럽'은 단순히 패션 편집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소통하는 SSC PAPER, SSC MUSIC, SSC MANUAL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진화적인 형태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블랭코브'


◇ '네이더스', 멀게 그리고 넓게
베네데프가 세번째로 론칭한 '네이더스'는 기존과 결은 같지만 좀 더 대중적인 마인드로 접근했다.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 폭넓은 고객층과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에 '네이더스'는 기존보다 좀 더 이지하고 대중적인 디자인, 가격대로 접근했다. 포유류이지만 반대의 서식지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범고래를 심볼로 정해 이단아이지만 시장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는 것.


이제 론칭 4년차인데 담백하고 깔끔한 디자인, 감성 컬러의 공략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반팔 티셔츠류가 핫하다.


원덕현 대표는 "세계 최고 건축가 반열에 오른 안도 타다오는 권투선수 생활과 공사 건축일을 하다 독학과 답사로 훌륭한 건축가가 됐다. 그의 인생 철학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 패션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패션 디자이너로서, 디렉터로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뜻이 있다면 반드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 동안은 멀리 보면서 그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왔다면 '네이더스'는 내가 멀리 그리고 넓게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해줄 소중한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셀렉트숍과 카페로 구성된 '슬로우 스테디 클럽' 삼청점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