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과 같이 시장에 등장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던 브랜드들이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경험해왔다. 그러나 어떤 브랜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왜 비슷한 상품을 팔면서도 누구는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캐주얼 브랜드 브랜딩 현실을 살펴봤다.
올해 3월 본지가 서울지역 대학생 1천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선호 브랜드 상위 20개 가운데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는 단 3개에 불과했다. 8위 「폴햄」 11위 「애스크」 20위 「지오다노」 순이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리바이스」 「CK진」 「폴로」「아디다스」 등 주로 해외브랜드들이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구입에서는 중저가 캐주얼브랜드가 많았다. 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주로 입는 중저가캐주얼보다 고가의 브랜드를 선호할까. 전문가들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가격을 뛰어넘는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스템, 스피드는 기본 브랜딩으로 승부한다.
지금까지 캐주얼 시장에서는 브랜딩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보다 싸고 트렌디한 제품을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IMF로 어려움을 겪던 소비자들은 브랜드 옷을 값싸게 입을 수 있다는 장점에 매료돼 더 싸고 트렌디한 상품을 요구했을 뿐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다. 예컨데 20여 년 전 ‘백화점 상품’, ‘미제’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가치였던 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이지캐주얼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학습’ 해온 소비자들이 이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브랜드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캐주얼 브랜드들도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과거에는 소수 리딩그룹의 전유물이었던 시스템과 스피드가 이제는 보편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남들과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가 브랜드 성공의 가치척도로 바뀌었다.
브랜딩 먼저, 매출 먼저
2003년 감성캐주얼의 포문을 열었던 「콕스」는 시장에 선을 보이자마자 이지캐주얼 일색이던 캐주얼 시장의 판도를 뒤엎어버렸다.
이 결과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미투(me too)’를 외치고 「콕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결국 시장은 이지캐주얼 때와 마찬가지로 감성캐주얼 일색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콕스」도 리딩 브랜드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브랜딩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자들의 도전이 타격을 준 것이었다.
2004년 봄 지엔코의 「엔진」은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역시 캐주얼 시장을 뒤흔들 기세의 「엔진」 이었지만 그 불길이 채 1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말았다.
신명은 지엔코 감사는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좋아했다기보다 감성캐주얼 위주였던 당시 상황에서 컬러풀하고 신선한 상품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브랜딩 구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붐업은 브랜드 생명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공 브랜드 만들려면 브랜딩 필수
에이션패션의 「폴햄」은 2004년 런칭할 때부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브랜딩 전략을 병행해왔다. 캐주얼에서 보지 못하는 감도의 매장과 광고 비주얼을 선보이는가 하면 마케팅에서도 사회적인 이슈를 끌어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로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차별화 전략을 썼다. 때문에 ‘남들보다 탁월하게 좋은 상품은 없다’는 다소 냉소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삽시간에 캐주얼 시장을 평정했다.
「엠엘비」도 마찬가지. 야구라는 스포츠가 근간으로 하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꾸준하게 지켜온 아이덴터티와 함께 지속적인 상품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박재홍 에이션패션 사장은 “끊임없는 리스트럭처링과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브랜드는 상품을 팔지 않고 브랜드를 판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브랜딩이 만병 통치약?
그러나 브랜딩에 성공한 이후에도 유의할 점은 있다. 끊임없는 상품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브랜드 노후 현상이 온다는 것.
2000년 런칭한 「서스데이아일랜드」는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봄부터 할리우드 스타 커스틴 던스트를 내세워 이미지 혁신에 나서는 동시에 상품도 젊은 감각을 대폭 수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결과 올 상반기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매출이 오르는 성과를 냈다.
반면 상품혁신에 실패한 브랜드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리바이스」「캘빈클라인진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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