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백화점 패러다임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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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오픈형 매장으로 리뉴얼

2014-04-02 오후 1:03:15

갤러리아 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오픈형 매장과 직매입 비중 증대로 매출 한계를 극복해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리뉴얼 오픈한 갤러리아 명품관 모습.

 


 “이게 백화점이야, 편집숍이야?”


지난 13일, 리뉴얼을 마친 갤러리아 명품관을 찾은 방문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브랜드 사이의벽과 대형 간판은 온데 간데 없고 탁 트인 너른 공간에 심플한 디자인의 행거들이 줄지어 놓아졌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행거 사이를 넘나들며 쇼핑을 즐겼고, 브랜드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이따금씩 행거 위 손바닥만한 크기의 팻말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 선진형 MD로 매출 94%↑


갤러리아 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오픈형 MD를 선보였다. 기존 백화점의 획일화된 매장 구성과 동선 등의 레이아웃을 파괴하고 통일된 인테리어에 카테고리 별로 상품을 구성함으로써 백화점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단순히 시각적 구분만 없앤 것이 아니라 구두주걱, 사인패드 등 소도구 하나까지 통일된 콘셉 아래 제작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이러한 오픈형 매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형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 형태다.


갤러리아는 이번 리뉴얼 오픈을 위해 아일랜드의 명품 백화점 ‘브라운 토마스’와 캐나다 명품 백화점 ‘홀트랜프류’, 미국 ‘W호텔 아틀랜타’ 등의 인테리어를 전담해온 세계적인 건축 설계 회사 버티필렉과 협업을 진행했다.


쇼핑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들도 곳곳에 마련했다. 고품질의 보스 스피커를 설치해 사운드 마케팅을 강화했다.


층별로 각기 다른 음악을 선보이며 특히 2층과 3층에는 조닝별로 서로 다른 음악이 충돌 없이 흘러나온다.


층별로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는 입점 브랜드 정보와 위치, 이벤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쇼핑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 마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처럼 브랜드 별 판매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 또한 눈에 띈다. 갤러리아는 이번 개편을 통해 20여 개 국내외 브랜드를 단독으로 선보였다. 7개의 팝업스토어도 신설해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 등 신규 콘텐츠 발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파격적인 변화에 소비자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유통·패션업계 관계자는 물론 고객들도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방문자수가 전보다 27%나 늘어났다. 리오프닝 첫날인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매출이 전년대비 94% 증가하는 성과도 거뒀다.


갤러리아 측은 리뉴얼 전보다 두 자릿 수 매출이 신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빠르면 2016년까지 투자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제식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점장은“리뉴얼 오픈 이후 고객들이 고객 서비스(CS),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으며 이는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객가치에 충실한  MD, 패션, 서비스, 마케팅, 인테리어를 통해 아시아 최고의 스타일 데스티네이션(Style Destination)으로 국내외 고객들에게 평가 받겠다”고 말했다.
 


휴게 공간을 겸비한 신발 특화 존

 


◇ 브랜드의 무한 경쟁 시대 개막


주목할만한 것은 MD 개편 이후 다소 생소한 브랜드들이 인기 브랜드로 등극했다는 점이다. 갤러리아가 직매입해 선보인 미국과 유럽 브랜드 ‘일라리아 니스트리’‘MSGM’  ‘친티&파커’ ‘스플렌디드’등은 국내에 처음 소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티브&요니P’ ‘쟈니헤잇재즈’ ‘스튜디오K’ ‘로우클래식’ ‘푸시버튼’ ‘준지’ ‘우영미’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도 리오프닝 이후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개별 간판이 없어진 MD 구성 속에서 오직 상품성만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입퇴점이 더욱 쉬워짐에 따라 브랜드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브랜드에서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관례상 2년간의 임대 기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갤러리아 명품관은 인테리어 비용을 백화점 측에서 전부 부담한데다 MD콘셉이 통일되어 입퇴점이 용이해졌다. 상품만 이동시키면 되므로 브랜드 위치를 옮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진열 상품수도 손쉽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이는 여차하면 오늘 내일이라도 옷만 빼들고 내쫓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이유에서 갤러리아 명품관 리뉴얼은 유통업계에서 더욱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매출 성장 한계에 부딪히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특약 매입 표준 거래 계약서’로 인해 매장 개편과 리뉴얼 비용을 백화점이 분담하게되자 개편을 뒤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백화점의 MD 자주성을 강화한 갤러리아의 시도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짧게는 2주단위로 교체되는 팝업스토어

 


◇ 시스템까지 선진형으로 바꿔야


그런데 백화점이 화려해진 만큼 그늘도 깊어졌다. 인테리어는 선진형 백화점을 벤치마킹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대부분의 브랜드를 사입해서 운영하며 그 재고까지 책임을 지는 것과는 달리,  국내 백화점은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브랜드에서 수수료 수입을 얻고 있다. 이 방식은 한 때 백화점에 고수익을 가져다줬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브랜드별 차별성이 부족해짐에 따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신규 브랜드 출시가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이같은 ‘임대형 모델’ 로는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 백화점 또한 직매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체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갤러리아 또한 이번 개편을 통해 명품관 직매입 비중을 5%에서 30%까지 늘렸다.


한 전문가는 “진정한 선진형 백화점으로 거듭나려면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브랜드에서 재고, 매장 운영 비용까지 부담하는 상태에서 해외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의 상품력을 갖추기를 바랄수는 없는 일”이라며 “유통업계는 좋은 상품을 선별해 책임지고 판매하고, 제조업자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만 패션과 유통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이 사입을 통해 콘텐츠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패션 업계에도 긴장감을 부여하는 등 진정한 자주MD력을 갖춰 백화점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일된 인테리어 속에 선보여지는 브랜드들.서로의 경계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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