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CEO - 지속성장 패션기업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회장 Interview
최근 불황이 깊어지며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고민이 달라졌다.
1990년대 호황기를 맞으며 ‘어떻게 하면 매출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브랜드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국내 시장에서도 100년을 이어갈 장수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까? <패션인사이트>는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회장을 통해 ‘루이까또즈’의 잠재 가능성을 엿보기로 했다.

‘루이까또즈’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1980년 프랑스 장인 손에 의해 탄생한 이 브랜드는 1990년 태진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후 고감도의 상품과 정통성으로 어필했다.
2006년 프랑스 본사를 인수한 뒤에도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고수, 소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와 지난해에는 패션잡화 단일 브랜드로 100여 개 유통망에서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루이까또즈’가 알토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용준 회장은 “시장 상황이 좋았던 덕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5~6년 사이 시장 규모 자체가 많이 커졌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1년에 1~2개의 핸드백을 샀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취향에 따라 다수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춘 상품과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 성장의 원인이라고 본다. 앞으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낙관적으로 봤을 때는 최대 3000억원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루이까또즈’의 성장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무조건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다지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는 잠시 유행하는 것이 아닌 100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를 목표로 했다. 프랑스 오리진을 살리기 위해 관련 문화 전시회 및 행사 후원, 콜래보레이션을 전개했다.
이렇게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전 회장은 프랑스 문화를 국내 대중에게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 메스티지, 그리고 중견기업으로 도약
‘루이까또즈’의 또 다른 성장 비결으로는 ‘메스티지’ 전략에 있다. 감도 있는 상품을 럭셔리 브랜드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명품 시장과 저가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스티지 시장은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서는 역사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고, 메스 브랜드에서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
전 회장은 이같은 문제 제기에 깊은 공감을 했다.
“샌드위치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이미 이 시장은 레드오션화 됐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한정된 시장에 자꾸 진입하다보니 포화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경기까지 안 좋아지니 굳건하던 4대 브랜드마저 역신장을 면치 못하는데다 여타 브랜드 또한 사정이 좋지 않다.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는 셈이다. ‘루이까또즈’ 마켓 쉐어가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이건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경쟁 브랜드의 뒤처짐으로 인해 얻은 반사이익일뿐이다.”
전 회장은 이같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기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다른 브랜드 충성도가 100%에서 50%로 떨어질 때 나머지 50%을 이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바라보고 있는 태진인터내셔날에서는 인재 수급 또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훌륭한 인재를 고용하고도 시스템 부재로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국내 웬만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오너가 빠지면 경영이 힘들다. 그게 현실이다. 전문 경영인들은 의사 결정이 빠르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잘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체계적 시스템 안에서 활약한 사람들이다 보니 시스템부터 만들어가야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 회장은 그만큼 오너가 인재가 적응하고 성장할때까지 기다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만 한다고 했다. 그는 오너는 좋은 후계자를 길러서 발전시키고, 경영인들은 마치 자신이 오너인 것처럼 열심히 임해야 기업들이 계승적으로 발전하고 나라 전체가 부강해지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중국과 남성 잡화 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 찾는다
태진인터내셔날은 요즘 미래 성장동력 만들기에 한창이다. 볼륨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난해를 ‘해외 시장 공략의 해’로 지정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남성잡화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회장은 중국 시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중국 시장이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군중심리에 의해 소비를 하는 시기는 지나고,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운송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등 희망적인 요소들도 눈에 띈다. 10년전 한적한 시골에 불과했던 하이난이 지금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상업지구가 되었듯 잠재력 시장이 많을 것이라 보고 중국 시장 개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에 매장 5개와 면세점 2개를 연 태진인터내셔날은 직접 투자를 하고 판매만 중간 관리상에게 맡긴다. 투자를 하겠다는 중국 기업도 있었지만 전 회장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지금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 보다는 투자를 해야하는 시기다. 중국은 국내보다 매장 규모도 크게 가져가야하고 그러다보니 시설비, 인건비 등도 높아졌다. 부가세 등도 비싸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상황을 감수하고 미래투자가치를 인정해 장기 투자를 한다는 곳들도 있었지만 만약 잘 안 풀릴 경우 그러면 양사 모두 곤란해질 수 있어 거절했다. 조금 힘들더라도 자체적으로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다.”
사실 다수의 국내 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화의 발판삼기 위해 중국 시장에 도전했다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돌아왔다. 전 회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보 부족이 빚어낸 결과라고 평했다.
“글쎄, 다른 브랜드 속사정까지야 잘 모르겠다만,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주위 인맥이라던지, 맨파워가 부족해 제한된 정보를 두고 판단하다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맣은 것 같다. 주변에서 ‘뒤통수 맞았다’는 말도 종종 들리니 말이다. 그래서 컨설팅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한 두 군데 이야기를 듣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보고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한다.”
전 회장은 남성 잡화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남성 잡화 편집숍을 콘셉으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데 모아 재미있게 구성할 예정이다. 연내로 6~7월 중에 가오픈하며, 본격적인 전개는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남성 시장이 전망있다’고는 말하지만 사실 언제 붐이 일어날지는 아직 잘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를 해둬야 남성 시장이 커졌을 때 같이 호황을 누릴 수 있으리나 판단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 씨를 잘 뿌려두려는 것이다. 20년 전 ‘루이까또즈’를 준비했듯이 말이다.”
문화에 강한 브랜드답게 색다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서울 논현동에 문화 공간을 짓고 있는 것. 이곳은 태진인터내셔날에서 직접 기획하는 행사는 물론, 대관을 통해 다양한 영화, 연극, 콘서트 등의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 회장은 “마치 프랑스 까르띠에 파운데이션이 대중에게 다가선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처럼 문화의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기 기자,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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