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등에 업은 중국 패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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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구 교보증권 IB2 팀장

2014-02-06 오전 11:30:07


 


중국 출장을 자주 다니는 국내 패션기업 임직원들은, 한 번쯤 ‘潮流前線’이라는 브랜드를 눈여겨 보았을 것이다. 특히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해당 글자의 발음을 알게 되어 한번 더 눈이 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한글이 명기된 브랜드 CI에 대한 호기심은 매장에 진열된 제품과 눈이 마주칠 때 “한류패션을 표방하는 이름모를 중국산 브랜드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관심 영역에서 멀어진다.


필자가 ‘조류전선’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중국의 어느 지방도시의 번화가에서다. 바글거리는 인파속에서도 ‘조류전선’이라는 다소 생경한 브랜드 네임은 잠시동안 저의 주목을 끌었다.


매장을 둘러본 후 수 많은 로컬 브랜드 중의 하나겠거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 패션기업의 위상을 잠시나마 느껴보며 조류전선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러던 중 최근 중국 투자자와 함께 한국 패션기업의 투자업무를 협의할 기회가 생겼다. 중국 투자자는 한국 패션기업에 상당한 관심과 열의를 보이고 있었으며, 패션기업이 아닌 순수 Financial Investor(재무적 투자자)였기에, 저는 패션기업에 대한 투자경험이 있는지 질문했고, 당시 들려온 대답은 뜻밖에도 ‘조류전선’이었다.


중국 투자자는 조류전선에 대해 Pre-IPO(상장 전 투자)를 진행했고, 조류전선이 2010년 중국 선전거래소에 상장하게 되면서, 성공적인 Exit(투자회수) 사례를 기록했다고 했다. 놀라운 점은 조류전선이 단순히 상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상장시점의 공모가격이 주가수익비율PER  113배를 기록한 것이었다.


통상 국내 일반 제조기업이 상장할 때 적용하는 공모가 PER는 바이오 등 특수한 업종을 제외하면, 100배 이상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국내 상장 패션기업의 PER가 10배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류전선의 PER는 실로 대단한 숫자라고 볼 수 있다.


IPO 시점에서 주당 공모가격의 산정시 적용되는 PER의 차이는 기업에 유입되는 공모자금의 크기와 직결된다. 중국의 조류전선과 한국 패션기업의 PER의 차이가 단순히 100:10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보다 10배 이상의 금액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PER 이외에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겠으나, 결과적으로 PER는 주식시장과 투자자가 해당 산업 또는 기업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간주될 수 있기에 이러한 PER의 차이는 상장 이후에도 기업의 지속적인 자금조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다소 극단적인 가정을 하게 된다면, 조류전선과 재무실적이 비슷한 한국의 회사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동시에 자금을 조달했을 경우, 조류전선은 한국 기업보다 약 10배 이상의 현금을 조달하게 되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 중국의 주식시장은 조류전선의 상장시점보다는 다소 침체되어 있어 현재시점에서의 공모자금 단순 비교는 실제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중국 기업은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장 이후 보다 빠른 성장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로컬 중소기업들이 급격한 성장을 구가하는 배경에는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유리한 조건 이외에도 이렇듯 ‘자금력’이라는 또다른 무기가 숨어 있다. 주식시장에 공시된 조류전선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상장 이후 신속한 외형성장을 이루면서 대형 패션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외국기업이 중국 국내에서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않고, case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사업확장이 가능한 중국 기업과, 한국 본사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 패션기업들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은 예로부터 합종연횡이 일상화된 나라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수많은 경쟁자들을 상대로 홀로 고군분투하기 보다는 다양한 FI, SI(전략적 투자자)와의 협력을 통해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거기에는 패션기업의 투자에 우호적인 수많은 투자자들과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확보한 주식시장이 버티고 있다. 투자자에게 선택받는 일부 기업들은 오늘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회사와의 격차를 신속히 줄여 나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중국 투자자의 한국 패션기업에 대한 투자관심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좋은 투자자와의 협력을 통한 한국 기업의 중국 성공 스토리가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여태구 교보증권 IB2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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