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인디텍스사의 「자라(ZARA)」와 미국 LVMH사의 「DKNY」의 국내 전개권 문제를 놓고 패션업계가 떠들석하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롯데상사가 일본 「유니클로」 도입을 발표했고, FnC코오롱은 MOU 단계에 있던 「컨버스」를 전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해외브랜드 도입을 둘러싼 대기업의 풍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라」 도입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패션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현대(현대종합상사)가 뛰어들면서 거의 ‘올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기업의 해외 브랜드 도입은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기업 패션계열사들은 해외 유력브랜드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미 구축된 인지도를 활용 시장 진입이 신규브랜드보다 빠르고 △투자비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해외 선진 디자인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런칭, 해외로 수출하는 중·장기 전략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라이센서와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점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다.
라이선스, 신규브랜드 런칭보다 이점 많다
먼저 대기업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브랜드를 런칭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20억~30억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과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투자되는 반면 라이선스 브랜드는 이 기간과 비용을 5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또 투입되는 비용의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이 신규 브랜드는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지만 라이선스 브랜드는 적은 비용으로도 단기간에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꿔 말하면 로열티를 마케팅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A브랜드는 출고가 기준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로열티로 매출의 5%인 16억원을 미국으로 송금했다. 3년차인 이 브랜드가 지난해 광고·마케팅에 쓴 비용은 10억원. 비슷한 규모로 경쟁관계에 있는 내셔널브랜드 B가 약 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30억원 가량 이익을 올린 것에 비해 A 브랜드는 40억원의 이익을 거둬 B 브랜드를 앞섰다.
또 해외 브랜드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40~50년 이상 어패럴 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디자인 소스를 활용해 국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국내 인적자원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운영 시스템을 공유하거나 소싱처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해외 기업의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라이선스 브랜드 기획담당 임원은, “이태리를 비롯 유럽 기업들은 대부분 파트너들에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데 인색하지 않아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며 “디자인 뿐 아니라 소싱, 물류에 대한 노하우도 한국 파트너가 요청하는 부분을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라이선스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강점들을 내셔널 브랜드가 가질 수 있다면 연간 수십억원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는 것은 물론, 해외로 라이선스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내셔널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이나 LG패션처럼 10년 이상 라이선스 비즈니스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라이선스로 전개할 부분과 내셔널을 육성해야 할 부분을 장기적인 계획 아래 순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라이선스권을 가진 측에서 대기업을 선호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브랜드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기업과 손잡는 것을 꺼리고 되도록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에이전트 관계자는,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대부분 한국 기업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장 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 일부 대기업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할 때 파격적인 거래조건을 제시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기업과 거래해야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해외브랜드 도입 문제점은 없나
최근 1∼2년 사이 대기업들은 「디젤」 「타미힐피거」 「유니클로」 「컨버스」 「자라」 등 캐주얼·스포츠에서 내로라 하는 해외 유력브랜드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기업들끼리 지나친 경쟁으로 거래조건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라이센서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경쟁적으로 서로 더 주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으로 로열티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소매출보장(미니멈 개런티) 액수도 무리하게 커지고 있다”고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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