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섬유·패션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제를 좌우했던 선진 유럽과 미주 자본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생산, 유통, 판매 등을 담당했던 시장 경제의 주류와 그렇지 못한 비주류 세력은 후자 쪽으로 힘을 실어가기 시작했다. 위기 이후 비주류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와 희망은 ‘진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금융위기 이후 더욱 영리해진 소비자들 앞에 패션시장은 하이엔드와 매스 밸류로 양분화 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 세대의 답습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감성과 즐거움, 재미를 찾아 소비를 영유하는 영 쇼퍼의 등장으로 매스 마켓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브랜드들의 네임 밸류는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묘환 CMG대표의 강의를 요약했다.

미국의 위축에서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로 되면서 미국 금융의 힘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됐다. 그러나 소비자와 생산자의 비중이 GDP의 72%를 차지하며 자본주의의 바로미터로 군림한 미국의 금융시장 위기는 ‘보이지 않는 손’의 몰락을 상징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동성 공급을 축소시켰고, 이는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를 부진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성장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으며 기업의 리스크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예를 들어, 「타겟」에서 소비한 주류들은 다시 「월마트」로, 스타벅스를 애용한 사람들은 다시 맥 카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예전보다 쿨 하지는 않지만 훨씬 리즈너블한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행
글로벌 경제 위기는 실체가 없는 자본을 모아 진행된 ‘파생상품’이 창궐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모기지 연체율이 증가하고 미국 주택담보채권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각 가정을 비롯한 경제 단위 주체들의 부채는 증권화 돼버렸다. 달러기축 통화 논쟁이 확산되면서 소비, 투자는 동반 감소하는 자산 상각 디레버레이징 현상이 일어났다.
LEHMAN Bros., GM, Bear Stearns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붕괴됐으며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헝가리 등 국가 부도 도미노 현상이 이어졌다. 금융위기 이전, 사람들은 글로벌 경제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 대한 붕괴 가능성을 점치는 일에 흥미를 느꼈지만, 위기 이후 중국을 통해 글로벌 위기 탈출법을 마련하기에 바빠질 정도로 상황은 역전됐다.
누리엘 루비니의 디프레션 시나리오 2007
2007년 세계 경제 공항을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 경제 위기 이후의 변화를 아시안 세력의 확대와 역 글로벌 현상으로 요약했다. 장기적인 위기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나타나는 경제 회복의 형태를 그래프의 곡선 형태로 정의한 그는 급격한 하락 이후 변화가 없는 L커브형, 하락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U커브형, 하락의 정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V커브형과 하락과 상승을 연이어 반복하는 W커브 형태로 구분했다.
신자유주의에서 큰 정부로 세력이 이동한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에서 ‘보이는 손’으로 공권력이 귀환됨에 따라 금융시스템도 개편되고, 국제 질서의 축도 기존 선진 유럽, 미주 지배 체제에서 아시아로 활동 무대를 옮기게 된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의 시나리오는 또한 경제 위기 이후에도 파생상품의 과잉 공급, 대량 실업 사태 등이 발생되면서 사회적 불안이 계속 커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소비문화의 변화와 함께 환경이 강력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했다.
패션시장의 환경 변화
금융 위기 이후 패션시장의 판도 변화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위기 이후 생존 논리에 더욱 집착하게 된 패션 시장은 ‘환경’을 키워드로 변화의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바로 ‘진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패션 시장 역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 줄 수 있는 Recycle, Reduce, Reuse 등 3R이 변화의 핵심으로 요약된다.
이 밖에 패션 시장의 거시 환경 추이를 살펴보면 「베르사체」 「질샌더」 「에스카다」 「아쿠아스쿠텀」 등 헤지로부터 버림받은 하우스 브랜드들의 몰락과 함께 하이엔드와 매스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버전스가 글로벌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과 IT, 패션의 결합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중들이 원하는 독창적인 패스트 패션으로 대표되는 「H&M」 「유니클로」 「갭」 등은 리즈너블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위기 이후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를 영 쇼퍼들의 꾸준한 선호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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