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스트 패션 거대 기업 쉬인(Shein)이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기존 싱가포르에 두었던 본사를 중국 본토로 옮기는 방안을 심도 깊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규제와 미중 기술 및 무역 갈등 심화라는 복합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 중국 당국의 상장 승인을 확보하려는 쉬인의 다각적인 생존 전략이자 '탈바꿈' 시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쉬인 내부에서는 본토에 새로운 모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지배 구조를 재편하는 등 다양한 법적·전략적 옵션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논의 초기 단계이지만, 쉬인이 과거 뉴욕과 런던 등 주요 서방 금융 시장 상장을 시도했으나 좌절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홍콩 본사 이전 검토는 그들의 상장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쉬인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미국 상장 좌절과 홍콩행 선택의 배경

쉬인은 당초 기업 가치 600억 달러(약 83조 원) 이상을 평가받으며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권과 규제 당국은 쉬인의 사업 모델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견제에 나섰다. 특히, 위구르족 강제 노동 의혹, 지적 재산권 침해 논란, 그리고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당국에 넘길 수 있다는 데이터 보안 우려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쉬인의 초고속 생산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과 노동 착취 문제 또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상장이 난항을 겪자 쉬인은 눈을 돌려 런던 증시 상장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영국의 환경 및 노동 운동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홍콩은 쉬인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깝고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무엇보다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규제 영향권 안에 있어 IPO 승인을 얻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본사 이전은 이러한 중국 당국의 '우호적인' 입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후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중국 본사 이전의 의미와 향후 전망

쉬인이 본사를 중국 본토로 옮긴다는 것은 단순한 주소지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회사의 지배 구조와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중국 당국의 규제 틀 안으로 편입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에 대해 데이터 보안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점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 이전은 이러한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순탄하게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홍콩 상장 자체가 성공하더라도, 쉬인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제기된 문제들, 즉 노동 관행, 지속 가능성, 그리고 지적 재산권 논란 등 근본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 본사 이전이 서방 시장에서 쉬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스트 패션 산업의 선두 주자로서 쉬인의 이번 행보는 미중 정치적 긴장이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쉬인이 이번 전략적 선택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