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프레이(After Pray)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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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의 Style 인사이트 02

2023-07-31 오전 11:06:45

‘옷’을 좋아하는 소년 같은 남자 둘의 고유한 비전(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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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프레이 2023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



‘애프터프레이(AFTER PRAY)’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 그들이 2019년도 봄/여름 시즌 서울패션위크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로 첫 번째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기 조금 전이었다.


비슷한 패션 디자이너를 좋아한다는 취향으로 의기투합한 20대 초반의 젊은이 둘은 먼저 브랜드 이름을 정한 다음, 수년간 각자의 위치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조성빈은 파리에서, 박인준은 서울에서 각자 남성복과 패턴, 의류 제작의 실무를 배웠다. 스트릿 웨어의 분위기와 그래픽, 스포츠웨어의 실용적인 소재와 패턴, 그리고 고급 기성복의 감성을 섞은 브랜드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다.


◇ 소통과 콘텐츠 사이


애프터프레이는 현대 남성복에 기반을 둔 테일러링과 밀리터리 남성복에 동시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혼합의 결과물로 ‘하이브리드(hybrid)’ 남성복과 장신구를 선보인다(그러나 그들의 고객 중에는 남성복을 입는데 거리낌이 없는 다양한 여성들이 꽤 많다). 폭넓은 문화적 토대를 견고한 디자인 언어로 재구성하며, 예술과 문학, 당대 하위문화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추출한 요소들을 동시대적이고 재치 있는 컬렉션으로 완성한다.


컬렉션을 준비하고 완성하여 선보이는 모든 과정은 조성빈과 박인준이 디자인 팀과 직접 조율한다. 요즘 한국의 패션 브랜드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 외에, 브랜드로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하여 다양한 작업을 끊임없이 선보여야 한다. 누구도 이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1년에 두 번 컬렉션을 선보이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의 발길을 기다리던 시대와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인준은 판매를 생각하면서도 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고민을 말한다.


“예전에는 디자인하고, 패턴을 뜨고 옷을 만드는 게 머릿속의 전부였어요. 이제는 생각할 게 너무 많지만, 각자 배우는 것 역시 늘어납니다.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보여줘야 하는지 같은 것처럼 말이죠.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애프터프레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하면?구구절절한 설명없이-진지한 캠페인 이미지와 함께 때로는 가볍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2D와 3D 이미지가 올라온다. 그 안의 소년들은 애프터프레이를 입고 거리를 쏘다니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되어 옷장을 열고, 꽃밭을 배경으로 초대장을 개봉하거나 셀카를 찍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역동적인 미래 도시의 젊은이’를 상상하게 하는 컬렉션을 기반에 두고, 기존 현대 남성복 요소들이 섬세하게 변화하는 브랜드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여기에 조성빈이 덧붙였다. “좋아하니까요. (브랜드 안에) 담아내려고 하는 거죠.”


애프터프레이의 디자인은 ‘동시대 패션’이라는 큰 범주 속의 다양한 코드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둘은 애프터프레이를 ‘스트리트웨어’ 혹은 ‘테크웨어’처럼 하나의 장르로 자신들을 규정하지 않는다. 애프터프레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하이브리드, 즉 혼합이자 혼종이다. 테일러링과 밀리터리 룩, 스트리트웨어의 감성, 워크웨어의 분위기와 스포츠웨어의 실용적인 요소를 융합하여 하나의 룩을 만든다.


◇ 동시대 청년 문화를 위해


“오늘날의 흐름에 부합하며 더 세련되고 합리적인 제품을 고안하고 디자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애프터프레이는 성수동의 어느 팝업 공간을 빌려 2023년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했다. 브랜드 설립 초기에 선보이던 런웨이 컬렉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제 제법 다양해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수주회를 겸한 자리였다. ‘애프터프레이처럼’ 입은 수많은 젊은이가 이 ‘컬트’ 패션 브랜드의 신제품을 보고, 컬렉션을 마주하기 위하여 꽤 넓은 공간을 인파로 가득 채웠다. 그들은 2020년대 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과 청년문화(youth culture)의 이정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아주 간결하게, 정확하게, 사려 깊게 쌓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디자이너가 즐겨 사용하는 파스텔 색상을 바탕으로 맞춤복의 요소와 티셔츠 하나까지도 착용자의 인체 실루엣을 고려한 패턴을 만드는 젊은 브랜드의 저력이 곳곳에 담겼다.


조성빈과 박인준이 어릴 때부터 ‘남성복 브랜드’를 만들기 위하여 뚜벅뚜벅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진지한 목표였다는 점에서-여느 비슷한 연차의 신진 패션 브랜드와는 조금 차별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가령 애프터프레이의 테일러드 재킷은 어디서도 같은 걸 구할 수 없는 텍스고라운드(TEXGOROUND®)의 재사용·재고 원단을 쓴다. 재킷의 두툼한 옷깃에 체크무늬의 얇은 면 소재 후드를 접목했는데, 옷깃을 뒤집어서 내부를 보면 셔츠의 옷깃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려하게 재단했다. 애프터프레이의 옷은 그 하나하나가 지금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신경 쓴 결과물이다. 90년대의 향수가 직접적으로 남은 내게 그들의 옷은 일정 부분 과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과거가 사실은 어느 때보다 현재, 즉 동시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함께한다.


덕분에 애프터프레이는 여러 장르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들고, 꾸준히 지지를 보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누구보다 옷을 좋아하는 지금의 20대 젊은이들, 같은 분야에서 브랜드가 커가는 걸 목격하며 좋아하는 스타일을 즐기는 이들, 합리적인 가격대에 비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적은, 신중하면서도 여느 옷과 다른 스타일과 지향점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애프터프레이는 자신들이 점유한 영역을 하이브리드, 즉 ‘혼합’으로 규정했다. 처음에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윈드브레이커와 스웨트 셔츠가 테일러드 재킷과 함께 있는 컬렉션의 스타일을 가리키는 브랜드의 주요한 키워드였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이 단어가 주는 포용성은 옷, 브랜드, 고객을 아우르는 더 거대한 범주에 도달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비전(Vision)’으로 칭하고 일반적인 시즌의 구분 대신 로마자를 사용하여 구분해 왔다. 그 단어를 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팬덤을 일구어냈고, 옷과 함께 컬렉션을 보여주는 방식의 탐구 또한 친근함과 경이로움을 함께 보여주는 결합이자, 즐거움을 이루어 냈다.


“개인적으로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좀 더 캐릭터 있는 브랜드를 상상하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요즘은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애프터프레이를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 색을 드러내면서 현대적인 패션을 하는구나, 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길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막 2023년도 여름 시즌의 작은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한 지금, 애프터프레이는 한남동에서 신설동으로 거점을 옮긴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브랜드의 오랜 염원이었던 외국 쇼룸 판매 또한 순조롭게 출발했다(캐나다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온라인 편집매장 에센스(SSENSE.com)에서 곧 애프터프레이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고 박인준이 귀띔했다).


스튜디오를 겸해 1년 넘게 운영하던 한남동 오프라인 쇼룸은 닫았지만, 국내 비즈니스를 온라인 위주로 전개하는 동시에 서울과 지방 곳곳에 있는 뚜렷한 색을 지닌 오프라인 편집매장에서도 애프터프레이의 컬렉션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계획이에요. 과감하게 마케팅 하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입니다. 국내 판매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우리의 비전을 상상하게 하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담아낼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프터프레이는 어떤 면에서는 신중하면서 진지하고, 반대로 요즘 패션 브랜드답게 즉흥적으로 사람들을 마주하거나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내보낼 줄 안다. 유연한 방식과 정교한 만듦새, 무엇보다도 ‘옷’ 자체를 좋아하는 소년 같은 남자 둘의 고유한 ‘비전 (vision)’이 컬렉션 안에 조금씩 스며들어 이제는 하나의 태도이자 관점을 제시한다. 빠르게 흐르고 변하는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브랜드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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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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