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pe 이코노미’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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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8

2023-08-02 오전 10:23:29

짝퉁과 영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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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샬롯 틸버리 짝퉁이 아니예요. 그보다 더 좋아요”라며 진품의 4분의 1가격으로 살 수 있는 E.L.F. 코스메틱의 헤일로 글로 블러셔를 소개하는 한 뷰티 인플루언서. @Katie=TikTok



올봄 4월부터 패션 업계의 언론과 럭셔리 업계가 우려 섞인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문제의 현상은 바로 ‘듑’ 트렌드다.


짧은 동영상과 다양한 해시태그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틱톡(TikTok)을 통해서 처음 발단됐으나 지금은 인스타그램, 레딧, 버즈피드 등 경쟁 소셜 미디어로까지 번져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동참하는 소비 트렌드가 됐다.


듑(dupe)이란 영단어로 진품을 1:1로 베낀 복제품이란 뜻의 명사 ‘듀플리케이트(duplicate)’와 동사 ‘속이다, 사기치다(dupe)’를 축약한 현대 속어다. 전자는 고가 명품의 싸구려 불법 복제품을, 후자는 쉽게 속는 멍청이를 뜻한다. 둘 다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글로벌 소비자 구성층이 MZ 세대로 급격히 전환된 가운데 과거 수치의 심벌이던 유사제품(일명 짝퉁)에 대한 인식은 급변 중이다. 청년 문화는 기성 문화와의 갈등과 반목, 저항과 반발, 풍자와 조롱하는 애티튜드(attitude)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새 문화를 창출하고 주도해 나가는 습성이 있다.


Z세대 사용자들을 주축으로 크리에이터·관객층을 포섭하며 최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틱톡 소셜미디어를 달구며 어패럴 및 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주인공들은 ‘듑 인플루언서(#dupe #influencer)’다.


수 백만의 시청자 메시지 노출 수를 자랑하며 활동하는 ‘듑 인플루언서’들은 고가 명품과 교묘히 닮은 저렴한 유사품을 온·오프라인 중저가 매장에서 찾아내 구독자와 뷰어들에게 뽐내며 소유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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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킴스 드레스를 복제한 쉬인 드레스를 쉬인 협찬으로 마케팅하는 인플루언서. @Marce Triggiano=TikTok



◇ 오리지널과 유사품의 차이


얼마 전 만해도 소비자들은 갖고 싶은 명품 가방이나 의류를 맘에 찍어 두고 목돈을 저축해 뒀다가 해외 여행이나 세일 기회에 그 욕망의 대상을 구매했다. 최근엔 명품 중고 매매 트렌드를 타고 이베이 옥션에서 경매가로 명품을 ‘사냥’하는 구매 경험을 통해서 희소가치 담긴 상품을 쟁취하는 능동적 소비 활동도 성황 중이다.


요즘 Z세대 소비자들은 그 같은 시간과 노력을 거두절미하고 인플루언서의 추천 동영상에서 발견한 새 욕망의 대상을 저렴한 가격으로 즉시 구매한다. 온라인 구매한 제품 상자가 배송돼 문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는 설렘은 이 구매 경험이 주는 부수의 덤이다.


검색어 ‘#듑’을 입력해 얻은 결과 목록에서 제일 맘에 들고 적합한 가성비의 유사제품을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들로는 아마존, 월마트, 라쿠텐, 월마트, ASOS 등 대형 글로벌 이커머스 사이트 말고도, 유명 인플루언서의 직영숍과 듑 상품을 전문 취급하는 편집숍 가령, 듑숍(dupeshop), 에고(Ego), 엣시(Etsy) 등도 있다.


수 십만 원 대의 룰루레몬 레깅스, 십대 소녀들이 또래집단 유행에 따라 맞게 갖고 싶어하는 어그(UGG) 부츠, 킴 카다시언의 스킴스 셰이프웨어, 다이슨 에어랩 헤어드라이어, 샬롯 틸버리 립스틱에 이르기까지 패키징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진품과 진배없는 근사 제품을 원가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에 취하는 방법은 ‘듑’을 구입하는 것이다.


듑은 언뜻 대형 주류 브랜드에서 출시된 제품과 유사해 보이지만 독자적 브랜드, 패키징, 내용물을 파는, 엄밀한 의미의 별다른 제품이다. 바로 지금 당장 최고 유행상품 이면서도 월등히 저렴하고 재기능에 충실한 대체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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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골든구스 스니커를 진품보다 싼 가격에 아마존 구매 링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틱톡 동영상. @emerson=TikTok



◇ dupe 이코노미, 고물가 시대 ‘소비의 민주화’ 솔루션


‘유사품이 왜 나쁘죠?’ ‘오리지널 명품과 유사 제품이 뭐가 다르죠?’


젊은 소비자들은 어차피 유명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격 대비 제품 품질과 성능 사이 큰 변별력이 없다면 듑을 구입하는 것은 실속있는 경제적 의사결정이라 주장한다.


Z세대는 앞선 더 높은 나이대 소비자들에 비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알뜰 합리적 소비자군(群)임은 마케팅 업계에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가령, 몇 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서 생활용품을 1달러에 유통하는 달러스토어의 성황이 이 사실을 방증하는데, 달러스토어가 주로 유통하는 주력 상품은 다름아닌 기성 브랜드 제품과 기능은 같지만 저렴한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ing) 제품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생활 물가 인상은 전세계적 추세였다. 닐센 IQ 소비자 구매행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빈부격차는 더 악화됐으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이후 특히 월세 및 에너지비, 식료품, 생필품 가격의 급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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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품이고 누가 짝퉁일까요?”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진품 컨버스 운동화(75달러)와 비슷해 보이는 유사 제품을 25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emerson=TikTok



◇ 소비자 ‘감성 만족’이 핵심


불과 10여 년 전에 비해 유사제품 혹은 짝퉁에 대해 관대해진 대중의 인식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명품 브랜드 로고를 과시하기 보다는 바로 지금 트렌딩하는 욕망의 대상을 장벽없이 취하는 행위로부터 만족감과 희열을 경험하고픈 소비자들의 깊은 감정적 욕구의 반영이다. 따라서 듑 인플루언서들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짝퉁(best dupe)’을 발굴해 보여주며 ‘쿨’하고 ‘요긴한’ 디지털 시대의 절친으로서 친밀하게 밀착해 오는 사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듑 문화가 갉아먹고 있는 명품 시장 이윤 보존에 고심 중이다.


◇ 인플루언서, 골리앗과 다윗 사이에 선 마케터


특히 중소 마이어 및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듑 브랜드는 악몽이다. 시간, 노력,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미래 히트 상품이 저렴한 유사품에 밀려 팔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디자이너들을 낙심시키는 일도 없다.


수많은 경쟁 디자이너, 브랜드, 생산라인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도용 당하는 일은 창조자의 숙명일 수 밖에 없을까? 듑은 진품 브랜드를 도용하거나 진품이라 주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위조품(counterfeit)이 아니어서 저작권 위반법으로 처분하기 어려워 선의의 디자이너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급부상하는 ‘듑 이코노미’로 인해 이득을 보는 당사자들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 fast fashion) 브랜드들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부후(boohoo.com)와 프리티리틀씽(prettylittlething.com), 중국의 쉬인(Shein.com), 홍콩의 에미올(emmiol.com) 등은 유행 주기를 몇 일에서 최대 일주일로 초고속 회전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생산·배송 역량을 활용해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불과 우리돈 1만 원 안팎으로 지금 발견한 아이템을 당장 구매해 가질 수 있는 인스턴트 어패럴 구매 천국 실현에 한창이다.


전통적인 모조품 생산국 중국이 운영하는 양대 이커머스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DH게이트(DHgate), 백이코러레이티드(baginc.com)는 해외 명품 짝퉁 의류와 핸드백을 미화 100달러 안팎 가격에 전세계로 판매·배송하는 ‘누구나 살 수 있는 명품’으로 글로벌 매출 성장율 200%를 올리며 성황 중이다(2020년 기준).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2023년 최고 쇼핑 트렌드로 떠오른 ‘짝퉁 경제(copyconomy, 카피코노미)’의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미화 약 1조700억 달러(한화 약 2,4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추정한다.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는 ‘모방은 범인이 위대한 자에게 표할 수 있는 최상의 찬사(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라 했던가. 21세기 디지털 미디어 세상, LVMH, 구찌, 샤넬, 까르티에 등 굴지의 명품 브랜드들이 저작권 소송과 같은 과거식 대응 방식을 잠시 접고 아마존,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자체 ‘듑’ 라인을 만들어 대항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호 ‘명품가들이 자체 짝퉁을 만드는 이유’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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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e 이코노미는 틱톡을 ?廚沌?인스타그램, 레딧, 버즈피드 등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번져나갔다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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