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 ‘루이비통’ 남성복 첫 번째 컬렉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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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의 Style 인사이트 01

2023-06-29 오후 1:57:42

패션계가 가장 주목한 빅 브랜드 계승, 진화 그리고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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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나가 등장한 2024년도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첫 번째 캠페인과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



2023년 6월 21일 새벽 4시 30분(한국 시각),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2024 봄·여름 남성 패션쇼가 파리에서 열렸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ams, 이하 퍼렐)가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men’s creative director)에 취임한 후 많은 사람이 기대하거나 우려한 첫 컬렉션이었다. 컬렉션을 선보이기 전, 그는 몇 번의 티저(teaser)를 힌트처럼 내보냈다.


퍼렐이 설립한 디지털 경매 플랫폼 주피터 (JOOPITER)가 주최한-전설적인 편집매장 콜레트(Colette)의 창립자로 널리 알려진-사라 안델만(Sarah Andelman) 경매 기념 파티에서 그는 강렬한 노란색의 새로운 루이비통 스피디(Speedy) 가방을 멨다. 리아나(Rihanna)는 만삭의 배를 드러내고 형형색색의 가방을 품은 채, 루이비통 다미에(Damier) 패턴을 변형한 디지털 카무플라주(digital camouflage) 재킷을 입고 ‘퍼렐 루이비통’의 첫 번째 캠페인 모델로 섰다. 남성복 브랜드의 모델로 여성이 처음 등장한다는 것이 엄청나게 신선한 일은 아니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혹은 새로운) 첫 메시지로 가족을 상징하는 여성이자 슈퍼스타가 등장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의미가 있다.


물론 브랜드는 메시지만으로 돌아가지 않으나, 퍼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치품이자 고급 기성복 산업을 주도하는 브랜드의 수장으로 양립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자 했다. 흑인 문화, 고객들의 선망 그리고 상징. 아주 거대하고, 또 미래를 향하는 상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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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



루이비통 남성복의 새 컬렉션을 이야기하려면 이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고(故)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인터뷰에서 퍼렐이 ‘다무플라주(damouflage, 디지털 카무플라주의 줄임말)’로 부른-정교한 레이저 가공으로 재단하여 옷 전체가 바람을 받으며 흩날리는-긴 코트를 입은 남성이 런웨이에 두 번째 모델로 등장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OFF-WHITE™) 팀과 한국의 패션 레이블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이 협업하여 만든 이큅먼트(EQUIPMENT™) 컬렉션과 버질의 마지막 루이비통 컬렉션이 동시에 떠올랐다.


쇼를 선보이기 전, 그러니까 퍼렐이 루이비통을 이끌게 된다는 세계적인 발표가 난 시점부터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으나, 그가 전문적으로 패션을 배우지 않고 실제 디자이너 경력이 전무하다는 데서 오는 비판 또한 넘쳤다. 다만, 이미 루이비통은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킴 존스(Kim Jones) 시절과는 까마득하게 분리되어 보일 정도로 ‘버질 아블로 시대’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실 누가 그 자리에 섰더라도 비판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루이비통은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선두에 있고, 의사결정권자들은 멋진 옷을 짓는 디자이너를 초빙하는 대신 버질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기세에 눌리지 않을 만한 상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퍼렐은 지난 십 수 년 이상 음악과 패션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쳐 왔고 성공적인 협업(collaboration)도 넘쳐났다. 이를테면, 그는 ‘트렌드’ 그 자체였다. 이후 더 젊은 음악가들이 등장하며 빠르게 유행하고 사라지는 문화에선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으나, 바로 그래서 그의 음악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작업과 다양한 후원 활동은 말 그대로 현대의 고전(classic)이 되었다. 실제로 이 거대한 패션 하우스에는 세계 어느 곳보다 뛰어난 디자인 팀이 있다. 어렵거나 도전적인 시제품을 만들고 기어코 완성해 내는 조직, 자금, 규모의 경제가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소수의(주로 연예인으로서 퍼렐을 인지하거나, 패션 업계가 누려야 할 이익을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여느 패션 브랜드가 아닌, 2023년의 루이비통 남성복을 이끄는 인물이 해야 할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한 데 있다고 적어도 경영진은 생각한 듯하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정립하고, 컬렉션이 실제 고객들에게 무사히 도달하도록 설계하고, 고급 기성복 브랜드로서 루이비통이 설립 이래 품고 있지 않던 문화를 포용하는 시도의 정당성을 꾸준하게 부여하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큰손 고객들이 버질 아블로를 지웠다고 느끼지 않도록 그 유지를 이어가며, 패션의 고유한 영역인 새로움과 창조의 사례를 유기적으로 증명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 면에서 ‘룩’을 하나씩 분석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적어도 퍼렐 윌리엄스의 첫 번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을 이야기할 때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마음에 드는 가방들이 있었다. 금속 LV 로고를 박은 가방들은 조금 과해 보였으나 잘 나갈 것이다. 컬렉션 피날레 직전에 버질 아블로를 기리는 듯한 몇 가지 디지털 프린트 의상들이 지나갔다는 점 또한 기억난다.


흑인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오가는 사이, ‘즐거움(Joy)’을 찬양하는 흑인 가스펠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퍼렐의 과거 히트 싱글 ‘해피(Happy)’를 떠올리게 하면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다무플라주’라는 커다란 디자인 콘셉트를 중심에 두고 수많은 룩을 풀어낸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브랜드의 과거를 인식하고, 어느 정도 취향을 타지 않으며, 의미심장한 데뷔 컬렉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면서도 통일된 하나의 스타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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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공식 컬렉션 영상 캡처)



◇ 이제 바통은 퍼렐에게 넘겨져


20분 남짓한 무대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콘서트를 마쳤을 때처럼 벅찬 표정과 몸짓으로 런웨이 무대의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걸으며 아주 긴 감사 인사를 남겼다. 개인적으로 유독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LV 로고를 프린트한 스태프 티셔츠를 입은 팀원 수십 명이 그를 따라 무대에 서고, 퍼렐과 함께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함께 퇴장한 모습이었다.


퍼렐은 자신이 (기존의 수많은 협업에도 불구하고) ‘패션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같은 그룹의 브랜드 겐조(KENZ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니고(NIGO)부터 이름 모를 인턴들까지, 수많은 이가 2024년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을 위하여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과거 1집과 2집 음반을 냈을 때의 그와 지금의 퍼렐은 굉장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2023년의 퍼렐은 재능과 겸손, 성공과 성취가 공존하는 현대 대중문화의 유일무이한 상징이다. 그는 (아주 긴) 인사를 마치면서 가족과 포옹하러 가기 전, 오른쪽 검지로-버질 아블로를 떠올리게 하는 손동작으로-하늘을 가리켰다. 이제 바통은 넘겨졌고, 유산은 이어진다. 첫 컬렉션은 그가 ‘패션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라는 비판이 물러날 만큼 밀도 있게 짰다. 루이비통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종의 블록버스터 컬렉션이 하나의 흐름이 된 2020년대의 ‘빅패션 하우스’ 컬렉션들의 무대는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다. 직접 보는 경험은 장대하고 광활할 것이나, 여전히 새로운 옷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마르지엘라의 후예들(?)에 더 애정이 간다.


다만, 온라인으로 쇼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추가한 일종의 전주곡(prelude) 형식의 영상은 기존에 버질 아블로가 선보이던 루이비통 컬렉션의 오프닝 영상과는 조금 달랐다. 센강을 배경으로 젊은 흑인 남성과 나이 든 흑인 남성의 대화가 오갔다. 고민 많은 젊은이의 질문에 노인은 ‘간절히 원하는 걸, 그저 하고, 또 하고, 또 한다’라는 답을 제시하고는 마치 그 연장선처럼 패션쇼가 펼쳐졌다. 질문도, 답도, 또 퐁네프 다리를 수놓은 다미에 패턴의 향연까지도 모두 퍼렐이 던지는 메시지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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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키 룩(key look)






홍석우
yourboyho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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