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엘리티즘 자아도취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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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물이 다르다?”… 강박적 이미지 심리전

2006-09-08 오후 6:11:35

패션 내지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꼭 갖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 머스트 바이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패션은 단순히 물건을 파고 사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창출하고 그 욕망을 부채질하는 엘리티즘(Elitism)과 함께 존재해 왔다. 화려한 패션 정보를 알려줘 욕망을 일깨우는 패션잡지들, 럭셔리로 치장한 유명연예인들이 없다면, 럭셔리 브랜드들이 선택적 고객을 상대하는 대신 다수의 일반 대중을 상대해도 럭셔리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같은 의문은 패션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엘리티즘’의 심리적 산물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럭셔리 하우스가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격에 맞지 않는’ 사람이나 흐름을 차단하려는 것은 결국 일종의 마케팅인 셈. 챠브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빅토리아 베컴이 「구찌」 의류를 입고 등장하자 톰 포드가 PR 매니저, 나아가 숍 매니저에게 빅토리아가 옷을 구입하지 않도록 종용하길 강요했다는 소문이나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버버리 체크 헌팅캡을 즐겨 착용해 논란이 되자 아예 생산을 중단한 「버버리」, 사고뭉치들이 즐겨 신는 신발로 낙인찍혀 고급 클럽에서 입장을 금지시켰던 「프라다」의 블랙 스니커즈, 빅토리아 베컴과 함께 식사를 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어뜨렸다고 지적 받은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일화 등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엘리티즘을 잘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패션 엘리티즘이 업체 측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굉장한 패셔니스타로 생각하는 빅토리아 베컴은 유명축구선수들의 아내 및 여자친구들(WAGS)이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자 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를 단발로 잘랐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즈 위더스푼은 커스틴 던스트가 입었던 드레스를 제공한 「샤넬」을 맹렬히 비난하며 레드 카펫에서 보이코트를 선언하는 등 극성스런 ‘엘리티즘’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따라서 ‘노는 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생각과 달리 패션 엘리티즘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우월감과 열등감이 뒤섞인 심리적 현상으로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사실 돈을 쏟아 붓고도 제대로 스타일을 못 낸다고 구박받는 빅토리아 베컴이지만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짜리 핸드백을 겁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누구는 격에 안 맞고, 누구는 스타일리쉬하다고 치켜세우는 럭셔리 업계의 태도는 결국 스캔들성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물이 다른 모델들만 광고에 내세웠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저급하다 경멸했던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앞 다퉈 광고에 내세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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