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한 사람이 패션 트렌드를 결정짓는 시대는 지났다. 전통적인 패션의 소재와 디테일이 통용되는 폐쇄적인 패션은 한물 갔다. 이제 패션은 소재부터 디테일까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사춘기 열병을 앓고 있다.
패션과 환경이 접목, 환경 친화적인 소재가 개발되고 패션과 공학이 만나 기능성이 강화된 수퍼 액티브 레디투웨어가 등장했는가 하면 영화와 음악이 패션 트렌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체 지향적인 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쫓아가던 소비자들이 자기 맘대로 스타일을 결정하고 코디네이션을 완성하는 ‘묻지마 패션’이 확대되고 있다.
1. 덕트 테입도 패션
이제 패션은 무언가 더 새롭고, 독특하고, 어떤 실험적인 것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 범위가 확대되고 ‘뭔가 있는 체하는’ 어깨의 힘도 빠졌다. 이 같은 패션의 포용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소재가 디자인에 접목되고 제한 없는 상상력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패션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패션의 포용력은 소재 면에서 가장 잘 발휘된다. 금광을 찾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텐트가 세계 패션계를 뒤흔든 블루진으로 탄생한 것처럼 최근의 패션계는 금속부터 식물까지 패션의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산에 사용되던 방수천, 낙하산천, 말편자, 징, 밧줄, 절단고무, 등산용 자일, 나일론 빨래줄, 금속 체인, 자물쇠 등은 더 이상 패션과 거리가 먼 단어가 아니다. 실용성과 독특함을 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소재는 패션의 창의성을 표현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공사장의 작업복 소방복, 등산 장비와 의류에 사용되던 덕트 테입(duct tape)이 패션 액세서리로 주목받고 있다. 실용적인 목적에서 활용되던 덕트 테입은 핸드백, 지갑, 의류의 장식으로 활용되면서 캐주얼하고 쉬크한 멋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장치로 사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패션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덕트 테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장본인은 ‘덕티(DUCTI)’라는 생소한 업체 덕티는 지난해 8월 ‘Fashion Avenue Merchandise Expo’와 ‘MAGIC’ 쇼에 덕트 테입을 활용한 두 개의 지갑과 손가방, 현금과 신분증을 넣을 수 있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바호퍼(Barhopper)’를 처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심플하고 모던하고 쉬크한 덕트 테입 아이템의 매력은 유통업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트렌디한 매장의 선반 에 자리잡게 되었다.
쉬크하고 사이버틱한 감성
덕트 테입 아이템을 취급하는 매장들은 조만간 ‘턱트 테입의 전성기’라 부를만한 폭발적인 수요가 구축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성별을 뛰어 남는 유니섹스한 멋과 생동감을 주는 깔끔한 디테일의 속성, 액세서리와 핸드백의 장식/마감재로 멋지게 적용되는 덕트 테입의 융통적인 측면이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잘 부합된다는 것. 실제로 소방재나 공사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실버 덕트 테입은 ‘방어용’ 자재라는 독특한 속성과 실버 컬러가 주는 사이버틱한 느낌은 컴퓨터와 스피드, 활동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생활 감성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덕트 테입이 패션 소재로 자리잡기까지는 몇 가지 난관을 넘어야 했다. 철물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기존의 덕트 테입은 열에 갈라지고 끈적거리고, 냄새도 좋지 않을 뿐더러 패션 소재와 쉽게 접목되기도 힘들었다. 덕티의 창시자 피펜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덕트 테입계의 거두, 타이코애디시브스(Tyco Adhesives)에 도움을 요청했고 덕트 테입의 패션화 가능성에 공감한 타이코애비시브스는 덜 끈적이고 냄새나지 않는 ‘Super Duct Tape 개발에 성공, 턱트 테입의 패션화의 시발점을 열었다.
소비자 참여욕구 자극
이렇게 탄생된 덕트 테입 지갑은 소비자들의 주문이 밀리는 빅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며 패션의 폭을 새롭게 넓혔다. 제품이 손상될 경우 즉시 수선할 수 있는 ‘Super Duct Tape Repair Strip’이 포함된 덕트 테입 지갑의 가격은 18∼20달러, 손가방은 25달러, 바호퍼는 15달러 정도로 가격 부담도 적다.
전문가들은 덕트 테입 아이템이 주는 독특한 느낌과 직접 수선할 수 있는(repair-it-yourself) ‘참여가능성’이 덕트 테입 아이템을 구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패션의식이 강하고 패션에 참여하려는 욕망이 강한 소비자들에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 덕트 테입 아이템의 수요 구축으로 연결된 것. 이 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볼 때 이제 어패럴 브랜드( 및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들의 ‘참여 욕구’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진지한 고민할 해야할 시점에 왔다. 소비자가 직접 옷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패턴’을 제공하는 사이트, 비드 액세서리, 소비자가 직접 컬러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예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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