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여성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년 전 디자이너 장폴고띠에가 스커트를 입은 남성모델을 무대에 내보내 성(性)경계의 모호화를 시도한 이후 가속된 남성복의 경계 허물기는 2004 S/S 남성복 컬렉션 쇼에 장폴고띠에가 남성전용 색조 화장품- 아이라이너, 브론저, 립스틱-라인을 선보이면서 극대화되고 있다. 「르메일뚜보뚜쁘로쁘르(Le Male Tout Propre)」라고 명명된 남성 전용 화장품 라인은 화장품 업계는 물론 패션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사건.
“패션의 성융합, 전통의 발견일 뿐”
디자이너들은 패션의 성융합(gender-blending) 현상이 디자이너의 발명품이 아니라 전통의 ‘발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멀리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일본, 중국, 중동 지역의 남성복 역사 속에는 요즘의 스커트라(혹은 원피스)라고 불릴만한 스타일이 있었고 여기에 디자이너들의 감성이 결부되어 새롭고 때로는 충격적인 느낌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디자이너 요지야마모토는 일본의 전통 남성 복식에 자신의 모던한 감성을 덧붙인 스커트와 지극히 모던하고 깔끔한 테일러드 자켓이나 스웨터를 코디한 남성복 스타일을 즐겨 선보이며, 성이라는 개념은 인위적인 경계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남성용 색조 화장품
일찌감치 스커트를 남성복에 등장시키고 가죽과 금속재를 사용한 초현실적인 여성복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영역을 다져온 장폴고띠에는 남성용 색조 화장품을 통해 ‘아름다움에는 성차별이 없다’라는 신조를 다시금 입증한 셈. 실제 소비자들이 남성용 색조 화장품 구입에 나설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남성의 화장’에 대해 진지한 창구를 마련해두었다는 점에서 일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장폴고띠에는 여성복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실크조젯을 거리낌없이 활용한 남성복을 선보여 소재에 있어 남녀차를 과감히 깨뜨리는 대담성을 보였다.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하는 섹시한 소재로 이름 높은 실크조젯은 남성복으로 재단되어도 관능미를 잃지 않아 ‘남성의 도발적 관능미’를 강조하는 모습. 실제로 블루 바탕에 마젠타 색상의 폴카다트 무늬를 넣은 화려한 실크조젯 블라우스는 여성이 입기에도 도발적인 스타일로, 성융합을 넘어 ‘여성화’ 현상을 느끼게 한다. 이를 의식하듯 고띠에는 심플하고 로맨틱한 느낌을 살린 파스텔 색조의 린넨수트를 통해 ‘부드러운 성적 융합’ 현상을 실험하는 한편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 블랙팬츠, 블랙 베스티 속이 비치는 화이트+오렌지 셔츠를 코디, 로커 스타일을 연출하는 등 일반적으로 ‘게이(gay)’ 옷차림으로 인식되는 스타일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게이들이 이성애자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패션에 대한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남성복 패션의 성적융합 현상에 게이의 옷차림이 자연스럽게 응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커트도 입는다(?)
장폴고띠에가 남성의 섹시함과 관능미를 표현한다면 요지야마모토는 세련된 스커트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전통의상에서 볼 수 있는 롱스커트 실루엣을 남성복에 거듭 실험하는 한편, 스코틀랜드의 정통 의상인 킬트에 구조감이 돋보이는 정장 블래지어를 결합시키면서 스커트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세련되고 시적인 감성이 넘치는 스커트는 캐주얼하고 젊은 스트리트웨어와 극명한 대조감을 보이면서 독특한 스타일 감각을 전달한다. 오버사이즈 컴뱃 팬츠 혹은 오버롤에 여성의 블라우스처럼 허리를 졸라매는 럼버 셔츠의 매치는 남성 패션 역시 여성패션처럼 상상력의 경계가 없다는 징표.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옷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 역시 패션의 성 경계에 개의치 않는 디자이너의 한 사람이다.
지극히 남성적인 디테일을 여성복에 도입, 도전적이고 섹시한 모습으로 바꾸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패션의 성 경계가 덜했던 그리스, 로마, 유럽 귀족의 블라우스나 팬츠를 남성복과 여성복에 모두 등장시켜 사이즈만 맞으면 성 구별 없이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선보이곤 한다.
2004 S/S 시즌 마크제이콥스는 로맨틱하고 깔끔한 ‘위대한 개츠비’ 스타일의 린넨 수트를 통해 소년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프레피 룩을 통해 ‘막 샤워하고 나온 향긋한’ 느낌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드러운 소재의 회색 패브릭과 섬세한 테일러링 감각이 돋보이는 더블 브리스트 수트의 매치는 여성용 커리어웨어를 사이즈만 늘린 듯한 분위기를 전달하며, 여성 진스웨어에서 보듯 밑단을 걷어올린 롤드업 반바지와 정장풍 블래지어의 결합은 여성의 다리만큼 남성의 다리도 섹시하다는 느낌을 준다.
액세서리도 화려하게
액세서리 역시 성융합 현상을 강화시키는 장치다. 목걸이와 반지, 팔찌가 여성의 전유물 자리를 내놓
예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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