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스포츠 영역에 갇혀있던 스니커즈가 이제는 다양한 얼굴을 갖춘 패션 매체로 위력을 더하고 있다. 러닝, 테니스, 축구, 농구, 배구 등 각 스포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적 보조장치로 등장했던 스니커즈는 오랫동안 기능 개발에 초점을 맞춰 발전을 거듭, 어패럴 측면보다는 운동역학의 산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스포티한 어패럴이 어패럴업계의 황금알로 등장하면서 이제 없어서는 안될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패션과 공학의 촉매제
스니커즈는 패션과 공학의 결합을 촉진시킨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보다 가볍고 통기성이 높은 패브릭, 자유로운 발의 움직임을 보장하는 바닥 및 밑창,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시키는 디자인 개발, 운동 속도를 떨어뜨리고 발의 움직임에 제한을 주는 끈 여밈 대신 탄성도가 높은 고무밴드나 망(net)으로 대체한 제품, 운동의 성격에 따라 스니커즈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길이를 다양화시켜 적절한 체온보온과 충격완화, 운동의 효율성을 보강시킨 제품 등 다채로운 발전을 이뤄냈다. 이 같은 실험성은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는 패션계의 속성과 일맥상통하는 부문으로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치면서 스니커즈는 당초 의도했던 기능의 향상 외에도 자연스런 ‘스타일의 변혁’을 가져오는 쾌거를 이뤄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단조롭고 투박했던 초창기 스니커즈의 무게를 덜어내고, 발의 각 부분의 움직임을 가장 잘 보조하는 적절한 패브릭과 소재를 개발/도입하면서 스타일의 차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패브릭과 소재가 만나 하나의 스니커즈가 완성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과 컬러 연구가 가속된 셈이다.
애슬레틱(atheletic) 트렌드 한몫
스니커즈의 패션화를 가속화시킨 또 다른 힘은 ‘사회적인 욕구’와 디자이너들의 ‘융통성’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복잡해지면서 신체의 자유로움을 허용하는 활동적인 디자인, 애슬레틱한 감성이 어패럴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고 스트리트웨어는 물론 레디투웨어/커리어웨어가 애슬레틱한 디자인과 결합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스니커즈가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스포츠웨어의 패턴과 뛰어난 통기성과 흡습성, 편안한 착용감과 높은 형태 복원력을 자랑하는 애슬레틱 패브릭을 도입, 쉬크하고 심플한 어패럴 디자인에 나섰고 애슬레틱 트렌드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스니커즈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화려한 패턴이나 벨벳, 양가죽, 데님, 새틴, 광택있는 메쉬 등의 소재로 독특하고 쉬크한 스니커즈 제작에 나섰는가 하면 「아디다스」 같은 정통 애슬레틱 풋웨어 브랜드와 손잡은 디자이너 스니커즈를 생산, 스니커즈가 ‘패션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을 가속시켰다.
스니커즈를 스포츠 영역에서 일상 속의 ‘패션’ 필수품으로 바꾸는 데 공헌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시선을 끄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점.
「아디다스」, ‘마이크로패이서(Micropacer)’
스니커즈를 스포츠 풋웨어 영역에서 ‘일상용’ 풋웨어로 변형시킨 주인공.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은색 가죽으로 만든 몸체, 밑창에 부착된 컬러 블락, 열쇠나 동전을 넣을 수 있게 부착된 포켓, 속도/칼로리/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된 ‘마이크로페이서(Micro Pacer)’는 혁신적인 컬러와 공학적인 소품이 맞물려 패션계의 주목을 단숨에 이끌었다. 발매 당시 지나치게 전향적인 색상과 가격 때문에 일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사이버틱한 색상과 감성이 컴퓨터 세대들에게 어필하면서 지난 2000년 한정 재생산에 돌입했고 지금까지 높은 수요를 자랑하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던롭」, ‘그린플래쉬(Greenflash )’
1830년대 존보이드던롭이 캔버스와 고무를 연결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60년 뒤 리버풀러버(Liverpool Rubber)사는 이를 활용한 해변용 샌드 슈즈(sand shoes)를 개발했다. 모래나 건조한 흙에서 움직일 때 적합한 캔버스 슈즈의 원형이 이 때 등장한 셈. 1933년, 보다 고품질의 캔버스 천과 밑창에 헤링본 패턴을 넣은 ‘던롭그린플래쉬(Dunlop Green Flash)’를 신은 테니스 선수 프레드페리가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던롭그린플래쉬’는 세계적인 풋웨어 반열에 올랐다.
「아디다스」 ‘수퍼스타(Superstar)’
1969년 첫선을 보인 클래식한 스니커즈로 시대를 뛰어넘는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전체를 가죽으로 제작한 최초의 로우톱(low-top) 농구화 스타일로 초창기 힙합 래퍼들과 클럽을 찾는 젊은이들 및 일반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스타일의 하나.
「푸마」, ‘스테이트(State)’
‘수에드(Suede)’ 또는 ‘클라이드(Clyde)
예정현
michel@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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